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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중회사에서설명요청이들어오다

슈 과장이 쿨쿨 자고 있는 시간에 핸드폰에서 진동 소리가 들렸다. 한번 울리면 광고 메시지다, 두 번 울리면 광고 메시지'들'이다. 요즘에는 안전안내 문자도 와서 웬만해서는 나에게 개인적으로 온 연락이라는 인지 없이 잘 자는 편이다. 그 진동이 '전화 진동'이기 전까지는 말이다...

 

진동, 진동, 진동, 진동... 지속되는 진동은 전화였다. 고객인가 싶어서 식겁하며 전화를 들었는데 의외의 사람이 전화를 했다. 팀. 장. 님. 목소리를 가다듬지도 않고 '네 팀장님...' 하며 받았는데(전화받는 법은 지난 포스팅 참고 바랍니다.)

2020/03/17 - [오피스라이프 팁] - 회사에서 전화 받는 법 

 

회사에서 전화 받는 법

전화받는 법에 대한 포스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것도 나름 중요한 것 같아서 회사 문화마다 조금 달라서 다소 의견이 다를 수 있긴 하지만 일단 슈 과장의 의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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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의 조심스러운 안부 묻는 내용 너머에 뭔가 용건이 있었다. 그것도 자고 있는 시간에 전화할 만큼의 무언가가...(오후 1시 반이었다.ㅎㅎㅎ)

 

용건은 프로젝트 설명 요청이었다. 지금의 휴가가 시작되기 전에 프로젝트 1개를 마쳤는데 불행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내 기준에서는 참 불행하게도 우리 회사 인력이 슈 과장 1명이 전부였다. 나름 회사에서 성공적(?)으로 마친 사업이라고 다른 고객사에서 동일한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또 그렇게 요청이 들어오는 것 같기도 하다) 내용을 아는 슈 과장이 휴가인 것이다. 거기다가 장기 휴가! 그래서 휴가 중에는 연락을 안 하는 예의(?)를 지키는 팀장님이 전화를 하신 거다. 우리 회사 직원들에게 공유해달라고.

 

여담으로 이야기하자면, 프로젝트 수행하면서 여러 번 강조하고 누차 이야기했던 것이었다. 회사의 레퍼런스를 쌓기 위한 사업이라고 하는 것이, 앞으로 다른 곳에서 동일하게 할 사업이라면 우리 회사 직원이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야 다음 사업이 나오면 나눠서 수행을 해서 사람 없어서 경쟁사에게 뺏기진 않을 텐데, 우리 회사는 바로 그 실수를 한 것이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못했던 안타까운 배경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참 사람이 부족한 회사인 것 같아서 씁쓸하기만 하다. 괜히 리멤버 커리어에서 채용 제안이 오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경쟁사에서 동일한 업무로 요청이 들어온 거보면 말 다한 거지...(관련 포스팅 참고하고 싶다면,)

2020/03/24 - [슈르의 오피스라이프] - 리멤버 커리어에서 채용 포지션 제안 받은 후기

 

리멤버 커리어에서 채용 포지션 제안 받은 후기

작년(19년) 11월에 리멤버 앱에 처음으로 가입을 했다. 직장생활이 얼마인데 리멤버 앱을 이제 가입하냐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굳이 변명을 하자면 명함 관리라는 걸 앱으로 하고 싶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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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프로젝트 수행한 결과에 대한 자료를 챙길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자료나 내용은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이 전부다. 업무 수행 중에 적은 내 노트, 내 기억, 그리고 뭐든 다 내가 남긴 게 전부인 상황이다. 그래서 사실 설명을 요청해도 내가 설명할 수 있는 자료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기껏해야 있는 것이라고는 프로젝트 수행하기 위해 작성했던 제안서 정도...? 나머지는 내가 휴가 복귀하고 작성하기로 되어있던 것이었다. 근데 그 일정이 너무 늦다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사실 단계는 프로젝트 '준비' 단계다. 당장 뭘 해야 하는 건 사실 아니고, 그저 부지런한 사람이 나중에 때가 오면 더 높은 확률로 이길 뿐이다. 개인적으로 프로젝트 준비 단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요청을 받았을 때 귀찮아하지도, 황당해하지도 않았다. 휴가가 긴 내가 그들에게 곤란함을 야기했을 뿐이었다. 나밖에 없었던 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니까.(참고로 우리 팀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도 팀장님은 나를 배려하여 코로나도 있고 하니 화상회의로 진행하라고 하셨다. 상의만 제대로 갖추고 앉아있으면 되는 거고 블라인드를 치면 집도 안 보인다고 웃으시면서. 심지어 내 얼굴이 보일 필요도 없이 나는 컴퓨터 화면을 보여주면 된다고 하셨다. 요즘 영상회의 프로그램은 참 좋은 것 같다. (회사에서 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돈을 대준다면...)

 

하지만 요청한 팀의 팀장님과 이야기한 끝에 내린 결론은 만나서 듣는 게 낫다는 것이었다. 자료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데 무슨 화상회의란 말인가. 나도 동의하며 '휴가 중에 출근하겠다'라고 대답했다. (우리 집 근처로 오겠다고 하시는 걸 막았다. 우리 회사는 다들 말은 참 이쁘게 잘하신다...ㅎㅎ)

 

몇 시간이 전부지만 출근이라니... 뭔가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나가야지... 다음 포스팅에 '신세'에 대한 내용을 다뤄보겠다. 회사 생활에서 이게 사실 전부나 마찬가지니까. 팀장님 둘이 일개 과장에게 미안해하며 부탁하게 되는 배경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오해의 소지를 막기 위해 그 이유가 내가 잘났기 때문이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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