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19년) 11월에 리멤버 앱에 처음으로 가입을 했다.
직장생활이 얼마인데 리멤버 앱을 이제 가입하냐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굳이 변명을 하자면 명함 관리라는 걸 앱으로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도 있고 촬영하는 내용이 모두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그런 걸 찍어서 어디론가 올리고 공유한다는 것이 꺼림칙했다. (그렇다. 그런 거에 매우 매우 민감한 편이다.)
그런데 왜 가입을 했냐고 하면... 일단 개인정보는 내가 남의 정보를 보호하는 거였지, 다른 사람들은 다 내 명함을 찍어서 올렸을 것이기 때문에 무의미함을 느꼈고, 두 번째로는 (이게 진짜 이유인데) 회사 일이 너무 힘들어서 이직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두 번째 이유의 배경 설명을 조금 더 해보겠다. 궁색하더라도 어떤 상황인지 설명을 하면 누군가에게 조금 더 참고가 될 수도 있으니까. 당시에 17년 말부터 19년까지 같은 회사 동료들이 계속 이직을 하고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엄청난 곳이고 채용이 될 거라고 생각도 안 했던 곳들이었다. 나하고 조금 먼 사람들부터 나와 가까운 사람들까지 계속 옮겨가는 형국이었는데, 19년에 하고 있는 일이 말도 안 되게 힘든 와중에 매달 누군가에게서 이직한다는 연락을 받으면 그 날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이직한다고 일일이 전화하는데 나에게까지 연락해줘서 고맙긴 했지만... 나는 그 날 일을 못했어요..ㅜ_ㅜ) 일 잘하는 사람들이 다 옮겨가는 소식을 듣고 남은 사람들의 업무가 얼마나 과중될지 생각만 해도 깝깝했다. 그렇다고 이 바쁘고 힘든 일이 다 마무리되고 이직을 알아보면 뭔가 이직 타이밍을 놓치는 것 같았고, 이직할 주제도 되지 않는 상황인데 싱숭생숭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 11월에(그래도 참 늦게 시작하긴 했다) '리멤버 커리어'를 이용하려고 회원가입을 하게 되었다.
당시 프로필만 올려놓으면 이직 제안을 받는다고 TV광고는 엄청 나왔었는데 막상 검색해보면 리멤버에서 올린 인터뷰 블로그 글 외에는 실제로 좋은 오퍼를 받아서 어딜 갔다는 후기를 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다소... 뭐... 불안하다기보다 괜한 희망을 가지는 건 아닐까 하는 시니컬한 마인드가 있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앱에 프로필을 등록하라고 하는데 그렇게 열심히 쓰지도 않았다. 누가 볼지도 모르는 프로필에 수행한 업무를 지나치게 상세하게 적어서 좋을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고객이 있는 프로젝트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상세하게 쓴다는 건 가끔 고객과의 계약에 어긋날 수도 있는 일이라 언제나 조심하는 편이다.) '이직 의향 설정'도 '당장 생각은 없지만, 좋은 제안이라면 고려해볼 것'으로 해뒀다.
그렇게 소심하고 대충 해놓아서 침묵의 2달이 지났다. 일은 더 힘들어졌고, 그 사이에 지원해보려고 했던 구직 자리는 마감이 되어버렸다. 지금 일을 끝내고 가야겠다는 말도 안 되는(쓸데없는) 사명감에 지원을 안 했다가 마감되어버린 것이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리멤버 커리어의 프로필과 이직 의향 설정을 바꿨다. 아주 적극적으로 이직하고 싶은 사람처럼 말이다.
20년 2월 7일, 첫 번째 포지션 제안이 왔다. 리멤버 앱에서 푸시 알림으로도 줬고, 문자로도 줬고, 메일로도 줬다. 놀랍게도 회사에서 팀장님과 면담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와있었다. 당황스럽고, 감격스럽고, 기쁜데 조금 망설여지는, 되게 복잡한 기분이 들게 하는 제안이었다.
정말 놀라서 바로 캡처 뜨고, 저장하고, 다시 읽고 또 봤다. 처음으로 정식으로 받아본 제안이었다. 나 역시 어디라고 여기에 밝힐 수는 없지만(나 때문은 아니고, 상대 때문에) 회사가 어딘지, 직무가 뭐고 무슨 일을 하는 건지, 근무지가 어딘지, 처우가 어느 정도인지 등 생각보다 상세했다. 뭘 더 물어볼 필요 없을 정도의 느낌? 물론 이 모든 게 가능했던 이유는 그 회사가 이름만 들어도 아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광고에서, 인터뷰에서 다들 하던 말이 정말이라는 걸 알았다. 뭔가 처음 들어보는 회사의 제안이 들어올 줄 알았는데 놀라웠다. 리멤버 커리어라는 서비스도 놀라웠지만, 내가 그 정도 스펙을 갖췄나 싶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심 이도 저도 아닌 업무를 해서 이직하기엔 택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나름 내 경력에 대해 자랑스러워해도 되는구나를 느꼈다.
하지면 결론은 '관심 없어요'를 보냈다. 2주 정도 고민한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게도 제안이 들어오니까 뭔가 따지게 된다고나 할까. 구글링 해서 찾아본 회사의 근무 환경이나 업무 강도가 좋은 것 같진 않아서 굳이 고생하러 가려고 이직하는 건 아니다 싶어서 거절했다.
그리고 얼마 후 2월 21일, 두 번째 제안이 왔다. 다른 회사였는데 들어온 포지션이 회사만 다를 뿐 지금 하는 일과 완전히 같았다. 지금 일이 싫어서 변화를 찾은 거였는데 같은 일을 하는 거라면 내가 이직하고 싶은 이유가 회사 근무 환경이 문제여야 하는 거였는데 사실 그거에 불만은 없었다.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거절했다.
두 번째 제안을 거절하고 나니 '이만하면 내가 배부른 입장이구나, 생각보다 까다로운 거구나, 이직 생각이 그 사이에 사그라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직 의향을 다시 낮췄다. 기존처럼 조용한 삶을 살겠구나 하며 설정을 바꿨다.
하. 지. 만. 3월 23일, 세 번째 제안이 왔다. 집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 푸시 알람이 울리길래 봤더니 채용 제안이었다. 업무도 괜찮았고 재미있어 보였고 연봉은 오를 것 같았다. 뭔가 새로 시작하는 부서의 팀원 같이 시작하는 거라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제안 회사를 보자마자 헛웃음만 나왔다. 만약 두 달 전에 오퍼가 왔다면 관심 있다고 연락을 했을 텐데 하필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업종 중 하나였다. 아직 버튼을 누르진 않았지만, 거절할 예정이다.(그래도 고민했다는 성의 표현은 조금 하려고 한다.)
물론 그 이후 면접이나 이직의 프로세스를 더 자세히 공유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진행한다고 해도 리멤버 커리어라고 이게 더 특별할 것 같진 것 같다. 일단 더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유를 하지 못한다. 하지만 리멤버 커리어가 정말로 뭔가 돌아가고 있다는 건 공유가 되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위의 제안을 해 온 사람은 그 회사 직원은 아니었다. 세명 다 헤드헌터들이었다. 실제로 회사의 인력팀에서 직접 채용 제안을 하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내가 제안을 받은 회사의 규모가 모두 크다 보니 헤드헌터가 직접 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아웃소싱 ^^)
아직 마음속에 희망하는 회사가 있긴 한데, 리멤버 커리어에는 내 희망 회사 이름을 적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만약 있었다면 매칭이 조금 더 순조롭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본다.
※ 궁금해할 분들을 위해 오퍼를 받은 회사의 업종만 알려드리면 제조회사, IT회사, 금융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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