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면서 업무를 바꿨다. 사실은 다른 일을 하고 싶어서 일자리도 새로 찾아보고 다른 부서도 알아보기도 했는데 타이밍이 조금 안 좋기도 했고 좋은 자리가 나타나지도 않아서 그냥 지금 회사에 남아있기로 했다. 다행히 내가 새로운 업무를 하고 싶어 하는 걸 팀장님이 이해해줘서 새로운 부서로 가게 되었다. (팀장님은 같다는 게 대. 반. 전.)
입사해서 단 한 번도 부서를 옮겨본 적이 없던 터라 새로운 사람과 일하고 새로운 일하는 방식, 프로세스를 배워야 한다는 것은 다소 난감했다. 나름 과장이었고, 후배도 여럿 있는 선배였는데 여기서는 막내였다. 팀원도 슈 과장까지 꼴랑 셋. 더 쉬운 일을 찾아서 갔다는 생각은 당연히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어리둥절한 게 많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내가 이 블로그에서 누구에게 뭘 가르쳐주려고 했던 건가 싶은 느낌이었달까.
다행히 부서에서의 첫 2주를 무사히 지나갔다. 처음으로 받은 업무는 기존에 진행 중이던 업무의 자료 조사였다. 해외 회사에 대한 자료였는데 부서는 새로워도 업무는 익숙해서인지 무난하게 잘 넘어갔다. 마지막에 조사한 내용을 공유할 때 다소 어버버한 부분이 있긴 했는데 그건 영어에서 한글로 번역하면서 맞닥뜨리게 된 문제여서 모두가 그러려니 해주셨다.
조사한 회사의 내용을 듣고는 받은 최종 피드백이 "이게 다예요?"라는 실망이었다. 대단한 회사라고 생각하고 나에게 조사를 맡기셨는데, 내가 조사한 자료를 들어보면 그런 게 없다는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뿌듯했다. 사실 해외 사례 조사는 언제나 밥먹듯이 해왔던 일이었기 때문에 한번 조사하면 이제 해킹을 해야만 더 찾겠구나 하는 수준으로 찾아오곤 했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제일 잘 아는 것이 해외 사례 조사해서 정말 대단한 회사를 찾는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특히 슈 과장이 일하는 업종은 더더욱 그렇다. "저 사업을 하는데 다들 대단하다고 하는 거라고?"라고 하며 실망하는 얼굴을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내가 사업가처럼 비전을 팔고 과장을 하고 칭찬을 했다면 다른 반응이었을 수도 있지만, 나의 역할은 그게 아니라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반응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나에 대한 피드백은 "자료 찾는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네요"였다. 자료 조사만 하기엔 월급이 다소 많은 것 같은데 일단 칭찬으로 듣기로 했다. 나는 이런 허드렛일을 마다하긴 커녕 상당히 좋아한다. ^^ (이런 '마인드 컨트롤'에 대해서는 다음에 오피스라이프 팁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쨌든, 이제 조금 적응이 되었다. 새로운 부서의 주 업무도 일부 받았는데, 이것도 무난히 해나갈 수 있을지... 열심히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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