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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에 걸쳐서 몇 가지 경로로 민원을 받았다. 다소 과장된 파발, 진지한 파발, 당황스러운 파발... 여러 명의 보이스가 나에게 다양한 형태로 왔다.

 

'후배(신입사원)들이 힘들어해요'

 

이제 입사한 지 6개월 된 신입사원들이 힘들어할 이유가 전혀 없을만한 상황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힘들다는 제보를 연속으로 받은 것이다. 자기들끼리 끙끙 앓다가 선배에게 이야기했는데, 그 선배가 자기 동기와 사수에게, 그 동기가 사수인 나에게, 사수는 같은 팀 직급인 나에게 또 이야기를 전달했다. 모두 진심 어린 마음으로, 걱정이 된다는 말로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서로는 서로가 이야기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걸 듣고 나는 알겠노라 했다.

 

신입사원들에게 메신저로 조용히 연락을 했다. 잘 지내고들 있냐고. 원래는 웃으면서 반가워할 아이들이 우는 이모티콘을 보내며 반가워하는 것을 보면서 '뭔가 안 좋긴 하구나' 싶었다. 그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깔깔 웃으면서 왜 우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신입들에 대해서 모른다면, 과거 포스팅을 참고하길 바란다.

2020.07.31 - [슈르의 오피스라이프/오피스라이프 팁] - 정규직 전환이 간절하기만한 인턴에게 보내는 조언 하나

 

정규직 전환이 간절하기만한 인턴에게 보내는 조언 하나

일을 시작한 지 한 달 된 인턴들을 만났다. 슈 과장의 팀에는 배정되지 않은 인턴들이었으나 같은 팀장 휘하(?) 아래에 있었기에 인턴들과 차 한잔해도 된다는 허락을 너무나도 쉽게 득할 수 있

ebongshurr.tistory.com

2020.10.05 - [슈르의 오피스라이프/슈르의 오피스 이야기] - 언택트 시대의 인턴제에 대하여(정규직 전환 결과)

 

언택트 시대의 인턴제에 대하여(정규직 전환 결과)

이 포스팅은 지난 인턴 관련 포스팅에 이은 그들의 정규직 전환 결과 포스팅, 그리고 이번 인턴을 보면서 느낀 점을 적은 포스팅입니다. <지난 포스팅> 2020/07/31 - [슈르의 오피스라이프/오피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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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말 걸어주는 걸로도 좋다며 립서비스 아닌 립서비스를 해주는 두 신입들을 보면서 뭔가 심적으로 힘들긴 한가보다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내가 팀장도 사수도 멘토도 아닌데 어찌 나서냐'하는 마음이었기에 더 깊이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인턴 때부터 챙겨 온 아이들인데 나 몰라라 하다가 퇴사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사방에서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는데 다 듣고도 모른 척하면 너무나도 한심한 선배가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신입 위에 있던 선배를 불렀다.

 

신입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상황에 대해 선배가 고민하던 것들도 있었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워낙 뭐가 많아서... 포스팅을 여러 개로 나누도록 하겠다. 오늘은 우선 '인신공격'이다.


1. 상사가 인신공격을 해요.

 

우선 우리 회사에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 후배들에게 너무나도 창피하다. 같이 일하는 부장님이 그런 부류의 사람인 건 알고 있었지만 나나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닥쳐)"라고 쏘아붙이는 성격들이었기 때문에 영향이 없었다. 계산을 못한 것이 있다면 신입사원들에게 설마 그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정확히 당사자들을 통해서 어떤 말이 왔고 어떤 이유로 그게 상처가 되었다는 건 듣지 못했지만, 업무적인 피드백을 주면서 일어난 것이 아닌 개인사에 대한 코멘트로 인해서 상처를 받았다고 들었다. 

 

이건 몇 가지 대응 방법이 있다.

 

 

1) 개인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개인사를 모르면 깔 수가 없다. 질문을 해도 대답을 자세히 안 하면 된다.

 

나쁜 부장 : "형제 관계가 어떻게 돼?"

나 : "언니가 있습니다."

나쁜 부장 : "언니는 뭐해?"

나 : "취준생이에요"

나쁜 부장 : "아 !@#!##@%$@#@^$#" 

나 : "...네..."

 

여기서 나쁜 부장이 할 수 있는 말은 많다. "취직하겠어?" "언니보다 동생이 먼저 취직했네." 등등의 말을 하며 언니를 비하하거나 기분 나쁜 말을 하면 제 3자를 대하듯 대답을 해야 한다. "네. (언니가) 알아서 하겠죠." 이런 식으로 말이다. 방어적으로 대한다거나, 정보를 더 주면 자기가 뭐 대단한 사람인 양 상담을 해주기 시작한다. 정보를 더 물어보면 그거에 대한 대답을 하더라도 ("전공이 뭔데?"라고 물었을 때 '몰라요' 할 순 없으니 일단 대답을 하고..) 그거에 대해서 뭐라고 하면 "자세히 모르겠네요"하며 끊어버려야 한다. 

 

 

2) 싫다고 말을 해야 한다. 대신 '잘' 말해야 한다.

 

이럴 때 종종 직접적으로 '그러지 마세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기분이 상해요.'라는 식으로 두 눈 동그랗게 뜨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지 말자. 이미 이 사람은 당신을 하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나오면 오히려 기분이 상하거나 도전받는다고 생각한다.

 

농담을 섞으면서 웃으면서 말을 하거나, 시니컬함(비꼬는 멘트), 젊은 세대 특유의 감성으로 이야기를 해야 '넘사벽'의 느낌을 줄 수가 있다. "하하, 안 재밌는데요?"라는 멘트라든지, "전 제 언니가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너 틀렸어!"라고 직접 말하는 것보다 정상적인 사람(착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하면 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욕을 신나게 하고 있다면 "그래도 좋은 구석은 있는 분 아닌가요?"라는 식으로 질문을 하는 게 악순환을 막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이때 그 사람과 사이가 나빠질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각오를 해야 한다. "아 진짜 나쁜 사람이네요!"라고 하는 대답을 좋아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쁜 대화에 맞장구를 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뒷골목 패거리 같은 위치에 들어가 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무리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맞장구칠 때와 아닐 때를 알아차려야 한다.

 

 

3) 그냥 말을 말아라.

 

우선 이건 기본적으로 성격이 되어야 한다. 성깔 말고 성격. 우선, 슈 과장(나)은 침묵을 싫어해서 조용한 분위기에선 무슨 말이든 하는 편이다. 그래서 침묵 수행은 성격에 잘 안 맞는 편이다. 하지만, 싫어하는 사람과는 말을 안 섞는 게 가능하다. 의견이 있냐고 물으면 있어도 '없다'라고 대답하고, 기본 대화에 가십성 대화면 끼지 않고(멍 때리기), 그냥 자기 할 일만 하면 된다.

 

만약 평소에 수다적인 성격이었다면 이건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물론 상대방이 눈치가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엄청난 전제...) 실제로 이 방법을 써먹어봤는데 갑자기 말이 많던 애가 말이 없어지자 내가 없는 자리에서 "슈 과장 무슨 일 있어요?"라는 말을 했을 정도다. ^^

 

 

4) 믿을 수 있는 (=힘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해라.

 

이런 사람에게도 주변에 앙숙이 있는 경우가 있다. 그 사람을 휘어잡고 뭐라 구박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이다. 보통 성격이 나쁜 사람일수록 옆에는 유난히 착하고 성격 좋은 사람이 있는 법인데, 실제로 유난히 착하고 성격이 좋은 거라기보단 그 사람 옆이라 그렇게 보이는 거다. 유별나게 성격이 나쁜 사람 아래에서 일하고 있다면 그걸 알고 당신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신입들이 그런 상황이다.) 

 

그런 경우에는 그 사람에게 직접 대들거나 개기면 깨갱하는 수가 있다. 보복을 당한다거나, 더 공격이 들어올 수 있다. 이런 공격이 본인 딴에는 그냥 생각 안 하고 말을 막 내뱉는 거라 상처가 되는지도 모른달까. 자기 권리는 중요해서 자기 할 말은 다 하는데 상대방이 할 말 다 하면 화나는 그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하는 케이스다. 이런 경우에는 묵묵히 참고 있다가 주변에 조력자에게 이야기를 하면 보복당하지 않고 해결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슈 과장 막내시절에 매니큐어로 지적을 받았던 때가 있었다. 분홍색 계열이 아닌 파랑/초록 등의 색상의 매니큐어를 하고 오면 여지없이 손을 내밀어보라고 하시고는 잔소리를 하시던 분이 있었다. 웃으면서 잔소리를 들었지만 마음이 상하고 그 사람의 잔소리가 성희롱까지 느껴질 지경이 되었을 때 (손톱만 코멘트하신 게 아니다) 같이 일하는 여자 부장님께 조용히 이야기를 했다. 웃으면서 그냥 '눈치 보여서 손톱 색도 마음대로 못한다'라고 '속상하다'라고 했는데 그 부장님이 내 이야기를 듣더니 며칠 후에 쪼르르 가서 그분에게 당차게 몇 마디 해주고 오셨단다. 그 이후로 내 손톱을 보고도 그분은 웃으면서 "예쁘네"라는 거짓말을 하고 가셨다. 평화가 찾아온 순간이었다. ^^

 

 

5) 정도가 심하면 HR에게 '들고' 가라.

 

가끔 인신공격을 상상초월로 당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성희롱이든 업무 지적이든 간에 자존감을 무너뜨릴 정도의 공격을 하는 경우가 있다. 주변에서 다 알고도 나를 위로하기만 할 뿐 해결을 해주지 않고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참아라' '네가 고생이 많다'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럴 때는 '아, 이 팀에서는 해결을 해줄 수가 없는 거구나'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빈손으로 HR에게 가면 이 싸움은 100% 고자질하는 사람의 패배다. 증거도 없이, 묵인하는 팀에서 팀원으로 있는 경우는 외로운 싸움이 되기 마련이다. 모두가 묵인하는 데에도 다 이유가 있다. 그럴 때는 증거를 차곡차곡 모아야 한다. 언행에 대한 녹음을 하고, 메신저 스샷을 남기고, 전화 통화는 녹음을 하고... 이 외롭고 괴로운 싸움을 길게 할 생각을 하면 깝깝하겠지만 그 기록을 모으는 순간만큼은 희열을 느끼기도 할 수 있다. (네 이놈, 엿 먹이리라!)

 

결과는 처참할 것이다. 팀이 뒤집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면담에 끌려갈 것이다. 갑자기 임원이 불러서 상냥한 척 질문을 하고, 적반하장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긴 싸움 끝에 승리가 있다면 '부서 이동'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과는 영원히 격리가 될 것이다. 영원히 둘은 앙숙으로 남을 것이고, 당신은 당찬 피해자가 될 것이다. 그런 각오가 되어 있다면 싸움을 걸어보도록 하자. 최고의 케이스는 면담이든 뭐든 다 없이 조용히 당신의 부서를 옮겨주는 것일 수도 있다. 일단 떨어져야 살지 않겠나!?

 


성격 좋아 보이는(?) 좋은 선배로 보이는(?) 슈 과장도, 사원 시절에 계획적인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 지금도 같은 회사에 다니는 놈 때문에 엄청 고생을 했었다. 그때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끝이 있다는 믿음으로 견뎠다. 선배에게 의지해서 하소연하고, 이야기하고, 화도 내고 말이다. 그 선배가 이야기를 들어주고 맞장구 쳐줘서 견뎌냈다. 추운 겨울에 주차장에서 주저앉아서 울기도 하고, 화장실에서 혼자 울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 어두운 터널을 무사히 지나왔다.

 

내가 인신공격을 당하고 있다면, 그 상황이 끝이 있다면 견디자. 끝이 없다면 끝을 낼 방법을 찾아보자. 의지할 사람을 찾고, 믿을 사람을 찾자. 나에게 또라이라면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또라이다. 이야기하면 들어줄 귀는 많다.(회사에서는 가십을 좋아하고 남 욕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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