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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 이어서 후배의 고민 상담 시리즈로 진행해보려고 한다. 포스팅을 진행하면서 실제 상담 내용과는 다를 수 있다. 그래도 낮은 연차의 직원이라면 있을 수 있는 고민들이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어보려고 한다.

 

지난 포스팅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길 바란다.

2021.06.09 - [슈르의 오피스라이프/슈르의 오피스 이야기] - 후배(신입사원)의 고민 상담 - 1. 인신공격

 

후배(신입사원)의 고민 상담 - 1. 인신공격

며칠에 걸쳐서 몇 가지 경로로 민원을 받았다. 다소 과장된 파발, 진지한 파발, 당황스러운 파발... 여러 명의 보이스가 나에게 다양한 형태로 왔다. '후배(신입사원)들이 힘들어해요' 이제 입사

ebongshurr.tistory.com


SI회사를 다니면 흔히 듣는 이야기가 있다.

 

출퇴근 거리가 멀어요.

 

솔직히 나(슈 과장)도 (해당이 되는 경우) 항상 하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이건 연차와 상관없이 습관적으로(?) 항상 하게 되는 대화다. 근무지가 바뀌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화를 안 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하기 마련이다. '우리 근무지가 광명인데, 출퇴근 거리가 더 멀어져요?'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후배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사실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출퇴근 거리로 인해 특정 사이트를 가기 싫다고 한다면 그건 문제가 된다.

 

실제로 출퇴근 거리가 멀어서 프로젝트를 거부하거나, 이직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회사를 나간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우리의 반응은 무엇이었을까? '가지 말아라'?, '가까운 프로젝트로 배정해줄 테니 남아라'? 아니다. '잘 가라'였다.

 

그 사람이 일을 못한다거나 싫은 건 아니었다. 그저, 출퇴근이 불만이 되어서 일을 기피하는 사람하고는 우리도 일을 할 수가 없었을 뿐이다. 그 사람의 집에 가까운 프로젝트 사이트가 나오기를 바라며 그때까지 놀게 둔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그 사람에게 이사를 종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 사람이 맞추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었으니, 우리도 잡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잔인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말도 안 된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고정 근무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당신의 회사가 어디에 있든 당신은 그거에 맞춰서 다니게 된다. 당신이 인천에 사는데 회사가 강남이라면 다닐 것이고, 불편하면 이사를 할 것이다. 당신이 회사 코앞에 산다면 그건 그냥 그런 것이다. 회사가 그 사실에 대해서 무엇도 맞춰주지도 않는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SI회사는 조금 다르다는 것은 사실이다. 본사가 따로 있고, 프로젝트 사이트가 따로 있다. 당신이 어디에 살아도 프로젝트 사이트 위치가 당신의 출퇴근을 천국과 지옥으로 갈라놓기에 충분하다. 코앞이 되었다가, 삼만리가 되었다가 하는 것이다. 그게 한 달이 될 수도 있고, 3년이 될 수도 있다. 그건 어디까지나 타이밍의 문제다. 우리의 운의 소관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런 업종에서 일하면서, 일하겠다고 지원서를 내서 들어와 놓고 '출퇴근지가 멀어요. 그래서 난 그 프로젝트에 갈 수가 없어요'라고 말한다면 회사는 맞춰줄 의향이 없다. '그래? 그럼 나가'라고 직접 대놓고 말을 안 할 뿐이지 우리는 눈빛으로 그렇게 말하고도 남는다.

 

물론, 말도 안 되게 살인적으로 먼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방으로 가는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case인데, 지방에 원래 근무하는 사람이 있어서 맞춰서 배정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게 절대적으로 불가능할 거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런 경우에는 프로젝트에서 비용을 할애해서 사옥을 구해준다. 집에서 근무지까지의 거리가 너무나도 멀면 회사에서 해주는 일들이다. 매일 출퇴근 왕복을 4-5시간 걸리게 할 순 없으니까. SI는 대중교통 끊기고 집에 가는 날도 허다한데 이 사람이 노숙하게 할 순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말도 안 되는 택시비를 대주고 이동할 수 있게 해 줄 수도 없다. (회사도 아주 꽉 막히진 않았다는 뜻)


쨌든, 중요한 것은 가끔 신입/사원급 직원들이 본인의 출퇴근 거리에 대해 불평을 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나도 말로는 달래준다. 나도 지방 가는 출퇴근 버스에 올라서 몇 개월을 8시-22시 근무한 적도 있었고, 사람 미어터지는 말도 안 되는 대중교통과 환승에 환승을 거쳐서 지각 안 하고 출퇴근하기 위해 온 신경을 쓴 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고통을 토로한다면 얼마든지 달래줄 수 있다. 얼마든지. 내 선배가 나한테 그러했듯 커피를 사주고 졸린 잠을 깨워주고, 가끔은 이른 퇴근도 도와줘서 최대한 보상을 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업무 배정을 달리해달라고 하면 난 기꺼이 아웃시켜버린다. 실제로 몇 년 전에 내 프로젝트에 들어가야 하는 대리가 본인이 분당에 살아서 1시간 반 걸리는 출근을 할 수가 없다고 자기를 프로젝트에서 빼 달라고 해서 빼버렸다. 팀장님에게는 어설픈 거짓말을 해서 빼 달라는 식으로 이야기했으나 난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대리는 몇 개월 후에 이직했다. 우리 팀의 그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송별회도, 따로 식사도 하지 않았다.

 

만약 누군가가 굳이 따지고 물어본다면 '업무조정'을 해주는 팀이 있긴 하다. 실제로 내가 경험자(피해자)다. 지방 출퇴근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고객사가 공장이라 출퇴근 버스는 있었다. 팀장님이 나를 불러서 '네가 집이 더 가까우니 네가 가라'라고 말씀하셨는데 지방에서 집이 가까운 사람은 애초에 있는 게 불가능했다. 당황스러웠으나 '알겠다'라고 대답을 했다. 그러고 나서 알아낸 사실은 원래 내가 아닌 팀에 다른 사람에게 말을 했는데 '집에서 멀어서 가기 싫다'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 사람을 대신해서 지방으로 가는 출퇴근 버스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냐고? 우리 팀에 잘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팀장님한테 미운털 박혀서 그 사람이 하는 빈말에는 웃어주지 않고 다 쳐내버리셨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마'라고 하시면서... 그리고 1년 후에 팀을 옮겼다. (그리고 난 아직도 여전히 그 사람을 싫어한다.)


여태 포스팅을 '무슨 일이 있으면 이렇게 해결하라'는 식으로 적어왔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내용이 아니다. 가끔은 불평해서는 안 되는 불평들이 존재한다. 출퇴근이 대표적인 예다. 당신이 사는 집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그곳인 것은 당신의 상황이고, 당신의 회사가 거기인 건 오로지 당신의 문제다. 그게 싫으면 회사를 옮기는 것이 맞다. 출퇴근 거리도 회사를 고르는 데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니 말이다.

 

그리고 특히나 SI를 다니겠다고 손을 든 직원이 있다면, 출퇴근에 대한 불평이 너무 확대되어서 미운털이 박히지 않도록 조심하기를 바란다.

 

영어에는 이런 표현이 있다. "Suck it up" 그냥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내가 꼰대/라떼 소리를 종종 듣는데 아마 이것도 그런 발언일 수가 있다. 지옥 같은 선언이 될 수도 있다. 말도 안 되는 처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선택한 회사가 그런 회사다. 그러니 싫다면 회사를 옮겨라. (부서 이동이 자유로운 회사라면 그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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