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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입사 동기가 우리 곁을 떠났다. 그것도 아주 먼 곳으로...

 

언제나 전사 공지에 본인 상(喪) 올라오는 게 가장 우울한 일이라고 이야기하곤 했었는데 그보다 더 우울한 일이 올라온 것이다. 입사 동기였고, 나와는 친한 편이었고, 나보다 어렸고, 사내 커플이었고, 결혼한 지 2년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보다 더 우울한 소식을 듣기는 어려웠다.

 

동기들 모두 일하다가 소식을 듣자마자 손을 놓아버렸다. 일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에, 누군가의 삶이 종료된 순간에 나는 나의 귀한 삶을 이렇게 이어간다는 사실에... 수많은 생각에 눈물이 고였다가 순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멍해졌다가 왔다 갔다 했다.

 

사인은 암이라고 했다. 작년 하반기에 발견해서 휴직해가면서 치료를 했으나 이겨내지 못했던 것 같다. 어쩌다 늦게 발견한 건지, 어째서 그렇게 빨리 싸움이 끝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 조문도 가지 못했다. 왜 하필 이런 때에 아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 상이라 내가 간들 내가 누군지 누가 알까 싶었다. 내가 누구를 위로하러 거기를 갈까 싶었다. 나도 작년에 코로나가 점점 심해지고 있던 4월에 가족을 잃었다. 누구를 만나도 위로받지 못할 그 상황에서 몇 날 며칠을 방에 혼자 있을 때면 울고, 지쳐서 자고 그랬었다. 이 가족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나는 코로나를 뚫고 가야 한다는 정당한 사유를 찾지 못한 채 내 존재를 조용히 숨겨버렸다.

 

그 동기와 나누었던 마지막 대화는 '언제 점심 같이 먹자'였다. 코로나가 나아지면 봐야지라는 막연한 생각만 하며 미래를 기약하고 헤어졌었다. 그게 마지막이 될 줄 알았더라면, 우리에게 시간이 그렇게 적은 줄 알았더라면, 난 바로 다음날이라도 점심을 먹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왜 오피스라이프 블로그에 하느냐면, 우리가 몸이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버틸 때가 많기 때문이다. 내 동기의 경우는 회사 때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회사에서 회사로 인해 아픈 사람을 너무 많이 봐왔다. 그걸 '일단 일을 먼저 해야지'라는 생각을 한다거나 '내일 병원 가면 돼'하고 미룬다거나 '난 젊으니까'라고 생각한다면 그 이후에 얼마나 큰 문제가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부터 이야기하겠다. 11개월짜리 프로젝트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평일 야근 야근을 열심히 하던 나는 추가 근무 수당은 쏠쏠하게 받았지만 몸이 망가져버렸다. 여태 프로젝트 끝나고 쉬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버텼는데 9개월짜리 프로젝트가 11개월짜리가 되면서 몸이 버티기는커녕 망가져버린 것이었다. 프로젝트 끝나고 한의원을 가고, 보약을 먹고, 장기 휴가를 가고 다 했지만 망가져버린 몸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일하면서 같이 일한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우리 회사에서 담당했던 사업에서 2년 연속으로 1명씩 죽었다. 1명은 우울함으로 인한 자살이었고, 1명은 업무 시간에 화장실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동기 중에는 스트레스로 인해 자궁에 물혹이 너무 크게 생겨서 결국 참다 참다 퇴사한 사람도 있었다. 후배 중에는 대상포진으로 인해 휴직을 했다가 결국 퇴사한 사람도 있었다. 그 외에도 허다하다. 내가 아픈 것은 비웃을 정도로 심각하게 아팠던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게 자랑은 아니잖아?


입사하면서 동생들에게 누누이 이야기했던 것이 있다. '운동해야 해', '자기 관리해야 해', '피부 관리해야 해' 등등. 어린 나이에 내 체력을 믿고 관리 안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을 한 본인은 정작 운동을 매우 싫어하는 아이로 변모했지만, 그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으니... 욕하지 않기를 바란다. 흑

 

오늘은 괜찮을 수 있다. 밤새도 끄떡없다고 으쓱대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면, 건강관리를 안 하고 있다면, 내 몸에 관심이 없는 상태라면 오늘부터 신경 쓰자.

 

우리는 평생에 저런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나도, 내 가족도, 내 주위의 누구도 회사생활로 인해 건강을 잃어선 안된다. 일 때문에 내 인생을 양보해야 할 이유는 없다. 


내 동기가, 동생이, 더는 아프지 않고 쉬기를 바라며. 오늘 포스팅 마친다.

 

너무 보고 싶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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