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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가IT가아냐
당신이 생각하는 IT가 아닐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IT 업계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관한 것이었다. 2017년 즈음을 시작으로 우리 회사 사람들이 하나둘씩 이직을 택하면서 그걸 체감했고, 2018년에 오퍼가 날아왔을 때 거절했을 때 실감이 났고, 2019년에 한 달 간격으로 회사 동료가 이직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통감했다.

 

놀랍게도 그 여파에 동요를 한 것은 당시, 그리고 지금 가장 수요가 많은 나의 연차 직장 동료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아래에 있던 햇병아리 사원들이었다. 실제로 나와 친했던 동료들은 빅테크 기업 K사, N사, 금융사 S은행, W은행을 갔고 친하지 않았으나 그래도 일면식 있는 몇 명은 L사, S은행, N사, A사를 갔다. 그걸 지켜본 사원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운데 허리가 다 다른 회사로 가면서 상대적으로 몸집이 커진 사원들은 엉뚱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얼른 몸 값을 올려서 가야겠다'

 

혹시나 오해가 있을까 싶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시작하겠다. 지금 IT인력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게 높다. 프로젝트를 가도 고객이 노골적으로 프로젝트 끝나고 자기 회사로 오라고 하기도 하고, 주위에 괜찮은 사람 있으면 추천해달라고도 하는 경우를 자주 듣는다. 예전에는 듣기 어려운 이야기들이었다. 사람을 1명을 뽑아도 그게 IT인력이었던 적은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언제나 공고가 올라가 있고, 기사에도 넘쳐나는 이야기들이다.

 

실제로 IT인력에 대한 수요가 많은가? 그렇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거다.

'응, 근데 너는 아냐'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IT 인력이 부족한 건 언제나 있었던 일이다. 다음의 두 기사를 참고하길 바란다.

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65

 

[IT] "3년 경력이면 무조건 모셔가겠다" - 이코노미21

치열한 IT업계 구인전쟁 공로주까지 지급...신규인력양성보다 경력자 선호 분위기 만연 “경력 3년이면 무조건 모셔가겠다.” 인터넷 업계를 중심으로 국내 정보기술(IT)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www.economy21.co.kr

www.hankyung.com/it/article/2021022218561

 

"A급 개발자 연봉 2억"…제조·유통·IT·금융·엔터 뒤엉켜 '인재 모시기'

"A급 개발자 연봉 2억"…제조·유통·IT·금융·엔터 뒤엉켜 '인재 모시기', 디지털 전환에…IT인력 몸값 '천정부지' AI·디지털 인재 '귀한 몸' '집토끼' 이탈 막아라

www.hankyung.com

 이 두 기사의 제목을 보면 동일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 두 기사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게 무엇일까? 기사를 정독한 사람이라면 알아차릴 수 있다. 정독하지 않아도 기사 몇 줄만 보면 알 수 있다.

 

 

정답은 작성 날짜에 있다. 2000년에도 저 이야기를 했고, 2021년인 지금도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결코 컴퓨터공학이라는 전공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꾸준히 누군가는 입학해서 졸업을 했다. 근데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유념해야 하는 사실은 기업에서 찾는 것이 단순히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컴퓨터공학 전공자는 넘쳐난다(수요 < 공급이라는 뜻). 그 전공자를 매해 우리 회사에서도 뽑고, 경쟁사에서도 뽑는다. 그들끼리도 미친 스펙이 쌓여 있어서 도대체 대학 때 이걸 어떻게 다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아주 유능한 대졸 신입들이 많다. 

 

그렇다면 부족한 건 누구인가? 

 

부족한 건 '그 연봉에 걸맞은 인력'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만약 기사에서 'A급 개발자 연봉 2억'이라고 한다면 '우와, 개발자한테 2억을 준데!'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오 2억짜리 개발자를 찾는구나'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부족한 것은 특정 풀의 매우 유능한, 매우 대단하고 뛰어난 그런 개발자라는 것이다. 그 1명을 뽑기 위해 2억을 내밀겠다는 것이다. 절대, 결코 개발자면 묻고 따지지도 않고 2억이라는 뜻이 아니다.

 

'내가 그 2억짜리 개발자야!'라고 혹시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의 문을 두드려보기를 바란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내가 2억짜리 개발자면 그들이 나에게 오퍼를 날렸어야 정상이다. 2억짜리 개발자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존재한다면 눈에 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들 뒤에서 수군거리면서 하는 이야기가 '토스는 홈페이지에서 이력서를 내면 무조건 떨어진데~'인 것이다. 이제 자각이 되는가? 그런 의미에서 다시 대답해주겠다.

 

'응, 근데 너는 아냐'

(정말 혹시나 연봉 2억짜리 개발자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조용히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2억짜리 개발자는 누굴까?

 

사실 슈 과장도 모른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이직을 했지만 2억을 받고 가는 사람은 없었다. 최고가 1.5억이었다. 그래도 주위에서 옮긴 사람들을 지켜본 거 + 개인적 오퍼를 받은 경험을 토대로 나름 대답을 해보겠다.

 

1. 전공이 시기를 잘 맞은 사람들!

 

정말 인기가 없을 때(?) 전공을 했으나 지금을 핫한 전공을 한 사람들이 있다. 컴퓨터공학 전공? 아니다. 학사 전공이 아닌 석사/박사 전공자들이다. 그것도 금융공학, 컴퓨터공학, 통계학 이런 전공을 한 사람들이 있다. 다시 말해 지금 데이터 분석이나 인공지능 개발에 최적화된 전공자들이다. 졸업하고 바로 취직을 해도 기본 연봉이 높은 경우도 많은 이들은 전공할 때는 알파고 때문에 하지 않았을 텐데 시장이 반겨주는 case라고 할 수 있겠다. (Thank Google!)

 

 

2. 좋은 부서에 있었던 사람들! (feat. 부서 이름이 널 살렸다)

 

이력서에 업무를 적어서 이직을 하는 경우, 부서 이름을 쓰게 되기 마련이다. 거기에 예를 들어 '개발팀'이라고 쓰여있는 사람보다는 'AI연구실'이라고 쓰여 있는 사람이 매우 그럴싸해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 부서가 참 많다. 'AI혁신팀', '디지털혁신팀', '미래혁신팀', 'AI팀', '데이터분석팀' 등등... 사실은 회사에서 정치적인 이유와 선언적 의미로 이름을 짓고 그 안에 사람들은 랜덤 하게 우글우글하게 모아서 조성했을 확률이 높은데 (이름이 바뀐다고 갑자기 AI 전문가가 되진 않으니!) 이력서에 써놓고 보면 그걸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실제로 우리 회사에서도 이런 부서의 인기가 아주 높은 편이다. '이직을 위한 부서'라고 불릴 정도다. 그 부서를 가면 연봉을 올려서 이직할 수 있다는 놀라운 소문이 돈다고나 할까. (물론 실제로 그렇게 이루어지기도 하고 있다.)

 

 

3. 프로젝트 경력이 화려한 사람들!

 

실제로 이번에 1.5억 받고 A사로 이직한 사람의 Case다. 실제로 이 사람이 회사에서 능력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 (반대로 나머지가 너무 무능했던 거 아니냐고 물어도 할 말이 없지만...). 이 사람이 이직했을 때 모두가 엄청나게 술렁거렸다. 사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부장들까지 술렁거릴 정도였으니 엄청난 연봉임에는 틀림없었다. 

 

그 Case를 보면서 후배들이 나한테 자기들도 그렇게 이직하면 좋겠다고 말을 했던 적이 있다. 대놓고 이직하고 싶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1.5억이 부럽다고 하고 A사가 부럽다고 말했으니 뭐 말 다한 거 아닌가. 그런데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후배들이 택한 행동들이 기가 막혔다. 너도 나도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를 하고, 신기술(AI, 빅데이터 분석 등) 교육에 목을 매기 시작했다. 교육을 보내주지 않거나, 다른 사람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억울함을 느꼈다. 그리고는 어떻게든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 어린아이들이 모르는 게 있다. 이 분은 프로젝트를 3개를 동시에 진행했다. 그것도 모두 그 규모가 엄청났다. (자세한 설명을 하지 못하는 건 죄송. 000억 정도입니다). 물론 3개를 동시에 지원했던 만큼 하나하나를 모두 챙기지는 못했겠지만 그게 이력서에 올라가면 아주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4대 시중은행 2개에 대기업 1개였으니 말이다. 그러니 1.5억이라는 연봉이 나오는 것 아니었을까


그래서 결론은 이거다. IT의 인력난은 심하지만, 그 자격을 갖춘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계속 인력난이 심하다고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지금 당장 '응, 근데 넌 아냐'의 사람일지 몰라도 지금부터 준비하기엔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이 기사를 보고 욕심이 나는 사람이라면 준비를 하면 된다. 그럼 나도 언젠가 2억 연봉을 받는 A급 개발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되기 위해 올바른 방향을 잡도록 하자. 만약 대학생이라면 시기의 운에 스스로를 맡기고 공부를 징그럽게 오래 하는 방법이 있다. 만약 이미 회사에 있다면 이름이 화려한 부서에 가서 빛 좋은 개살구가 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정말 인정받는 능력자가 되고 싶다면... 커리어를 쌓도록 하자.

 

당장 가고 싶은 회사의 이름이 몇 개 있을 것이다. 토스 라든지, 네이버, 쿠팡 이라든지. 등등. 하지만 이 회사에서 인력난이 심하다고 하는데 그 상황을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신입을 키우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이 만약 경력이 3년 미만의 일반 개발자라면 당신은 아직 이런 곳에 이력서를 내밀 자격이 되어 있지 않다. 그때까지 좋은 경력을 쌓도록 하자. 어디에 있든 그들이 원하는 이력서의 스펙을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 IT에서는 그걸 증명하는 방법은 1개밖에 없다. '레퍼런스', '프로젝트 수행 경험' 이게 전부다. (레퍼런스 = 프로젝트 수행 경험)

 

"왜 당신에게 2억을 줘야 하죠?"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다음과 같이 대답하자.

 

"저요? 저는 2021년에 Z회사의 OOO 프로젝트에서 PL을 맡았고요, 그 전에는 Y회사에서 A영역 개발 리딩을 했고요, 그리고... , 그리고...'

 

이게 이력서에 나오면 2억은 당신 거다. IT 세계에서는 그게 절대 자격증에서 나오지 않는다.

 

당신이 구글 출신 개발자를 존경한다면 왜 일까? 그 사람이 어느 대학 나와서? 그 사람이 어느 나라 사람이라서? 아니다 그 사람이 구글 출신이기 때문이다. '구글'이 레퍼런스다. 만약 그 사람이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개발했다면? 존경심에 엎드리고 절하지 않을까? 그거다. 그런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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