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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지난 인턴 관련 포스팅에 이은 그들의 정규직 전환 결과 포스팅, 그리고 이번 인턴을 보면서 느낀 점을 적은 포스팅입니다. 

 

<지난 포스팅>

2020/07/31 - [슈르의 오피스라이프/오피스라이프 팁] - 정규직 전환이 간절하기만한 인턴에게 보내는 조언 하나

 

정규직 전환이 간절하기만한 인턴에게 보내는 조언 하나

일을 시작한 지 한 달 된 인턴들을 만났다. 슈 과장의 팀에는 배정되지 않은 인턴들이었으나 같은 팀장 휘하(?) 아래에 있었기에 인턴들과 차 한잔해도 된다는 허락을 너무나도 쉽게 득할 수 있��

ebongshurr.tistory.com


7-8월, 2개월 동안 인턴의 생활을 마치고 우리 옆 팀에 왔던 인턴 셋은 정규직 전환 면접이라는 것을 봤다. 정규직 전환 면접이라는 이름도 참 뭐한데, 쨌든 달리 이름을 짓기 어려웠는지 참 직관적인 이름으로 지었다. (오글거리는 이름이 아닌 게 어딘가 싶다.) 

 

인턴들의 전환 면접을 위해 1인당 세장 분량 PPT와 발표가 요구되었고 인턴들은 2개월 동안 수행한 일에 대해서 3장 안에 다 정리해야 했다. 놀랍게도, 인턴에 대한 최종 평가는 멘토라는 사람의 점수와 그의 글쓰기 실력, 그리고 인턴의 PPT 실력과 발표 실력으로 가름이 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멘토는 멘토의 몫을 했을 테니 그건 그렇다 치고, 인턴들은 어찌 그 과제를 해낼까 싶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퇴근하는 인턴 한 명을 만나서 잘 되어가냐고 물었고, 최종 자료 열심히 만들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거기에 무심코 "제가 한 번 봐드릴까요?"라고 했다가 덥썩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는 말과 함께, 리뷰를 해주게 되었다. 

 

뭔가 미리 설명해야 할 것 같아서... 미리 이야기해두지만 절대 한가해서 해주겠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정말 말도 안 되게 바쁜 일정이 있었고, 심지어 임원 보고였는데 이래도 되나 싶은 느낌이 들 정도였는데 이상하게도 나보다 더 중요한 일정을 앞둔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우선순위 조절을 이렇게 해버리게 되었다. '퀵하게 봐주면 되지 뭐~'라는 잘못된 계산도 함께...

 

바로 다음날 일정을 잡고 본 장표는...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정말 너무나도 예쁜 장표였는데, 보기에 예쁜 정도였고 알맹이는 하나도 없었다. 또 울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먼저 전달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지금 장표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 잡아줬다. 단순히 PPT 장표를 도화지 정도로 보고 구조를 잡지 않은 채 이 내용 저 내용을 막 집어넣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3명의 인턴이었고, 한 명씩 봐줬는데 한 사람당 2시간이 걸렸다. 정말 회사에서 월급 받으면서 내가 이걸 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게 오히려 내 천직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들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나를 긍정적으로 놀라게 한 것이 있었다. 듣는 태도. 너무 좋았다. 본인들의 장표가 박살이 나고 갈기갈기 찢기는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을 텐데 심지어 슈 과장은 말을 그렇게 예쁘게 하는 편도 아니어서 (기본 목소리 톤이 좀 강하게 느껴진다) 상처를 받거나 방어적일 수 있었는데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물론 나와의 연차 차이가 심하게 많이 나서 그럴 수도 있었지만, 우리 회사 사람들끼리 회의하면서 싸우고 방어적으로 하는 걸 돌이켜보면 내가 다 반성이 되었다고나 할까... 나보다 나은 모습을 보며 그들이 나의 말을 듣고 받아 적고 마지막에는 감사해하던 그 표정을 가슴 깊이 기억하고 있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도 배웠어요! 고마워요!)


그렇게 2시간씩 차례대로 슈 과장에게 첨삭을 받은 인턴들은 장표를 고쳐서 전환 면접을 보러 갔다. 멘토도 아니고 무엇도 아닌 나로서는 어떠한 소식도 직접 들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멘토가 발표가 나자마자 연락을 줬다. '3명 전원 합격'

 

엄청난 일이었다. 인턴들 앉혀놓고 합격률, 전환율은 결국 운이라고 말했는데, 운이 좋으면 전원이 될 거고 나쁘면 다 안될 거라고 했는데 다 되는 놀라운 케이스에 들어갈 줄이야. 누구도 전원 합격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다 합격을 시킨다는 것이 말이 되나 싶을 정도였다. 이리저리 요리조리 주위에 물어봤다. 어떻게 된 건지 혹시 아는 사람이 있나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리고 여러 곳에서 들은 그들의 생각을 조합한 결과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타이밍'

 

인턴들 전체 숫자를 놓고 보면 전환율이 과거보다 훨씬 높았다고들 그랬다. 그 이유는 하반기 공채에서 신입을 뽑을 건데 그때는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공채보다 인턴이 더 정확하게 보고 채용할 수 있다는 나름의 판단을 내부적으로 내린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인턴을 맡았던 부서에서 특별히 나쁘게 평가하지 않았다면 전환이 되었을 확률이 높았다는 뜻도 되었다.

 

결국, 인턴 셋은 운이 좋았다. 막말로 1명은 떨어졌을 상황에서 모두가 다 합격한 최고의 시나리오를 달성했으니 말이다. 물론 세명이 다 유능하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그러했다. 하지만 인턴들 중에 누가 특별히 못나서 떨어졌을까?

 

그렇다. 인턴 중에 떨어진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다른 인턴은 만나지 못하였고 이야기를 들어보지도 못했기에 누가 왜 떨어졌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추측하자면 그들 역시 '타이밍'의 문제가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19의 상황에서 적절한 부서로 오지 못했던 타이밍. 어쩌면 그들이 배정받은 부서가 매우 핫한 부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그 부서가 대부분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었다면 인턴이 필요로 했던 관심이나 지도편달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마지막 면접이 2개월 동안 수행했던 일에 대한 발표라고 하면 더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그들의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그런 부서에 운이 나쁘게 배정받아서 그만큼의 케어를 받지 못했던 상황에 대한 운이 안 좋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세명은 운이 좋았다. 재택이 거의 없었던 부서에 와서 적당한 관심, 적당한 업무, 그리고 적당한 자유가 주어진 곳에서 일을 했으니 말이다. 다만, 그들이 운이 안 좋았던 것이 있다면 실제 그들이 인턴을 했던 부서는 코로나 19로 인하여 업무가 조금 다른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원래 업무는 그들이 인턴으로서 지켜본 업무랑 다를 텐데 만약 정규직 입사를 한다면 그 차이에 대한 충격이 다소 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역시 운명인 것을. 잘 헤쳐나가리라 믿는다. 결국 사람은 그 사람들이니까. 적절한 관심, 지도편달, 자유를 주는 것은 동일할 것이다.


마무리하며... 확실히 코로나19가 많은 것을 바꿔놓은 것 같다. 하반기 공채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인턴들의 전환율이 높았던 만큼 공채의 숫자가 줄어들 것이 사실이고 이게 만약 트렌드가 된다면 인턴이 취업의 방법이 될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인턴의 비율을 늘릴 수도 있을 테니...) 인턴의 자격이 공채와 같다면 다행이지만 대학 재학생만 된다면 이 역시 새로운 변화를 줄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인턴. 공채. 가 많이 바뀐 것 같다. 운이 좋았던 이 세명에게 축하하며... 내년 1월에 입사할지는 지켜보도록 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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