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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다. 회사에서 인턴을 했고, 사회생활 10년을 다 채워가는 여자 과장인 당사자가 하는 말이다. 그러니 맞다. 아니라고 아무리 우겨도 안타깝지만 우기는 당신이 틀렸다. 성차별은 존재하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물론, 슈 과장이 회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보다는 나아졌다. 시대의 움직임도 있고, 직장의 세대교체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슈 과장이 회사의 업종을 교체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제조 -> IT)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 과장이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계속 있을 것이다.

 

사내 성차별이 있다고 하는 이유와 앞으로도 있을 거라고 하는 이유를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읽을거리를 위해서 지난 역경도 같이 이야기해주겠다. ^^


사내 성차별은 존재한다!

 

이야기 1.

인턴은 그야말로 무력함의 끝인 을 중에서도 최고 을이다. 잘 보여야 정규직이 될 수 있는, 옆에 있는 경쟁자보다 조금이나마 나아야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그런 불쌍한 사람이다. 인턴이 계약직보다도 더 을이라면 을인데 그 이유는 '순진함'도 한몫한다. 그 순진함이 그들을 위험에 몰아넣어도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슈 과장은 그런 인턴 생활을 했다. 다행히 경쟁 심리는 없었으나, 거절할 용기는 없었고,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던 어린 인턴이었다. (인턴 당시 나이가 22살~23살 즈음이었다.)

 

당시 내 멘토는 자기 인턴(나)을 잠시 데리고 다니다가 재미없었는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귀찮았는지, 완벽하게 모른 채 해서 슈 인턴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있었다. 그걸 보고 같은 팀에 배정된 인턴 동기의 멘토 과장님이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나도 같이 챙겨줬다. 그 점에서는 좋은 분이었다. 술을 너무 좋아했다는 점 빼고는 말이다.

 

인턴 활동비로 술자리를 자주 만드셨다. 그것도 굳이 택시를 타고 양주를 파는 화려한 곳으로 가는 걸 좋아하셨다. 국적도 미국인이었는데 DNA는 멀쩡한 한국 사람이었다. 술을 마시러 가고, 노래방도 가고. 그런 걸 참 즐기셨다. 우리는 회사에서는 일을 상대해야 했고, 퇴근하고는 그 과장님의 유흥을 상대해야 했다. 술집에서는 술로 기분을 맞추고 노래방에서는 탬버린으로 장단을 맞추는 남자 동기들과 달리 슈 인턴은 다르게 장단을 맞춰야 했다.

 

술을 취한 과장은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사람이었다. 내 손을 잡고 춤을 주기도 했고, 일부러 들이대기도 했고, 볼에 입을 맞추려고 하기도 했다. 피한 덕에 쪽 소리만 허공에 날아가는 것에서 끝이 났으나,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인턴도 이는 선을 넘은 것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무슨 말을 하기엔 너무나도 약한 슈 인턴은 웃어넘겼다. 그리고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웃으며 박수치며 그 사람의 기분을 맞춰준 끝에 슈 인턴은 그 과장님의 멘토 평가로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다.

 

 

이야기 2.

 

아직 같은 회사(전 직장)다. 이 회사는 참으로 회식이 많았다. 유일하게 성차별이 없었던 점이 있었다면 그건 회식이었다. 여자라고 봐주는 법이 없었다. 술을 똑같이 주는 대담함. 흑기사는커녕 연장자의 술을 덜어줘야 하는 놀라운 구조의 회식이었다. 

 

보통 회식은 여자 직원이 많아야 2명이었다. 슈 사원이랑 선배랑 둘이었다. (선배도 사원이었다.) 근데 3년 차였던 그 선배는 집안이 대단해서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다. 그래서 어리고 방긋방긋거리기만 하던 내가 표적이었다. 

 

회식자리에서 맨 끝에 앉았던 선배랑 달리 슈 사원은 회식자리 최고 직책자 자리 옆에 앉아야 했다.(당연히 그 사람은 남자다.) 그 사람의 술잔이 비지 않게 계속 채워야 했고, 그분이 술을 마시면 나도 마셔야 했다. 그 사람의 농담에 맞장구치고 웃어야 했고, 그 사람이 가기 전에 회식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유일하게 이석 할 수 있는 경우는 화장실을 갈 경우였는데, 치마(주로 펜슬 스커트)를 입고 겨우 앉아있었기 때문에 일어날 때의 다리 저림 + 취함을 견디고 화장실을 가는 것도 나름 고난이었다. 보통은 끝날 때까지 버티다가 자리가 끝나면 화장실을 갔다.

 

여자 직원이 술을 따라줘야 술이 더 맛있다는 말을 듣는 것은 기본이고, '슈르딩 씨가 따라주니까 더 좋은데?'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듣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게 예뻐해 줄 거면 술이라도 더 적게 주지 그러지도 않았다. '아끼는 만큼 더 준다'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내 술잔도 가득가득 채워주셨다.

 

 

이야기 3.

 

아직도 같은 회사(전 직장)다. 보고도 여자 직원의 방패가 중요했다. 보고를 받는 사람의 앞자리(시선이 머무는 자리)에는 항상 내가 앉아야 했다. 선택권도 없이 '슈르딩씨는 저기 앉아요. 여자 직원이 앞에 있어야 보고도 분위기가 좋아'라고 했었다. 그럴 때면 순진했던 슈르딩 사원은 웃으며 앞에 앉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사람을 그냥 냅다 물어버렸을 것 같다... 그게 무슨 개소리냐고 하며...)

 

그래도 슈르딩은 약과였다. 당시 다른 부서의 여자 차장님이 있었는데, 다른 부서에서 그분이 이야기를 하는 걸 여러 번 들었었다. 'A차장은 보고하는 날이면 치마가 짧아지고 상의가 얇아지잖아. 그러면 보고가 바로 통과된다고 하더라고. 하하하' 결국 그 차장의 보고는 복장에 의해 좌우된다는 거 아닌가.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이야기가 돌아다니는 회사도 망측하고, 그러면 보고가 통과된다고 누군가는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망측했다. '그렇게 입고 다닌 A 차장이 잘못했지'라고 말한다면 그 역시 쌍방과실일 수도 있으나, 개인적으로 그 A 차장을 봤을 때 그런 느낌이 들진 않았다. (뭘 입어도 몸매가 좋으셔서... 쩝)

 

 

이야기 4.

 

회사를 바꿨다. 입사하자마자 성희롱 교육을 빡세게 시킨 회사에 와서 위의 충격적인 이야기들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성희롱으로 감봉 3개월 된 사람들이 전사 공지에 징계사유-이름이 다 올라왔었다. 무시무시했다... 창피해서 회사 어떻게 다녀?) 그런데 다른 놀라운 형태 차별을 느끼게 되었다. '기피 현상'이었다.

 

현업 배치 첫날이었다. 아직도 기억하는 날이다. 회의실에 흩어져있는 팀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팀장님이 나를 데리고 다니며 소개를 해주셨다. 나야 봐도 못 외우니 인사만 깍듯하게 할 뿐이었다. 근데 인사를 하니 무시무시하게 생긴 남자 부장님이 팀장님에게 한마디 쏘아붙였다. "또 여자예요?"

 

놀랐다. 내가 있는 앞에서, 신입 앞에 대놓고 어떻게 그러나... 내가 환영받지 못하는 부서에 온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자 직원도 남자 직원 못지않게 강도 높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부단히도 노력했었다. 근데 시간이 지날 때마다 팀에 있던 여자 직원이 다 퇴사하거나 부서를 옮겼고 사원/대리/과장 통틀어서 남녀 통틀어서 혼자 남아있는 나 자신을 마주해야 했다.

 

그리고 나마저도 몇 년이 지나 후배를 받을 연차가 되니 '기왕이면 남자로 뽑아주세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여자 직원은 못 견뎌내요.'라는 이유를 대면서...


어디엔가 힘든 업무가 있다면 성차별은 반드시 존재한다. 당신이 얼마나 당차고 열심히인지, 체력이 좋은지는 별개의 문제다.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이미지가 있다. 그걸 이겨내고 충족하느냐 마느냐는 결국 개인의 몫이지만, 그 선입견을 깨고 시작해야 하는 불리한 조건에 있는 게 여자 직원의 현실이다.

 

* 여담으로 '기왕이면 남자로 뽑아주세요'라고 말한 슈 과장에게 남자 후배가 들어왔다. 그리고 뒤 이어 두 명의 여자 후배가 들어왔다. 놀랍게도 1년이 지난 지금 남자 후배는 (너무 힘들었다며) 퇴사를 했고 두 명의 여자 후배는 잘 다니고 있다.

 

 

이 포스팅은 총 4부에 걸쳐서 진행될 예정이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2. 왜 회사는 여자 직원을 차별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여자 직원으로서 지켜본 결과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미래의 여자 직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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