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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다. 회사생활 처음으로 구내식당에서 혼밥을 해보았다. 여태 점심 먹을 사람이 없으면 빵을 사다가 자리에서 먹거나 휴게실 가서 먹곤 했다. 그냥 굶은 적도 있었다. 사실 점심을 혼자 먹는 게 어려워서 못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다른 회사 사람들이 나를 보면 알 수 없는 측은지심을 가질까 봐 그랬었다. 그렇다. 남의 시선이 신경 쓰여서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같이 일하던 선배가 회사를 옮기면서 같이 일하는 사람이 사라진 지금, 매일 점심 같이 먹을 사람을 찾기 위해 시간을 들이고 고민하느니 그러지 않는 쪽은 선택하기로 했다.

 

구내식당에 혼자 가는 일은 생각보다는 어려웠다. 언제 일어나서 출발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구내식당 줄에서 혼자 자연스럽게 서서 밥을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밥을 먹다가 누구를 만나면 뭐라고 해야 하나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도 해봤다. 그러고 마침내 '나는 당당하다', '떳떳하다'라는 자기 합리화를 끝내고 나서야 어슬렁어슬렁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구내식당에는 줄이 길었다. 우리회사 말고도 이용하는 직원들이 있어서 아는 얼굴보다는 모르는 얼굴이 더 많았다. 우리 회사에 아는 사람들은 거의 다 재택을 하고 있어서 만날 확률이 더 낮다는 것도 한 몫했다. (구내식당 이용하기가 편해진 것에 한몫, 구내식당에서 아는 얼굴을 만날 확률이 낮다는 것에 두 몫...)

 

메뉴를 보았으나 결국 짧은 줄의 메뉴를 골랐고, 얼른 밥을 받아서 최대한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을 자리를 골라서 앉았다. 코로나 19로 인해 사방에 투명의 칸막이가 있어서 독서실에 앉은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혼자 앉아서 밥을 먹었다.

 

놀랍게도 구내식당에서의 혼밥은 매우 즐거웠다. 원래 밥을 천천히 먹는 성격이라 다른 사람들과 같이 먹다보면 먹는 양이 적어졌는데(속도를 맞추기 위해 밥을 남기곤 했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밥을 먹으면서 웹툰을 봤는데 2년 만에 처음으로 웹툰 읽을 시간을 낼 수가 있었다. 어찌나 웹툰이 재밌던지... 밥을 다 먹고도 앉아서 웹툰을 읽고 싶어서 근질거렸다. 

 

걱정했던 가족들과 지인들은 나의 후기를 듣고 안심하고 기뻐해줬다. 앞으로 유익한 점심시간이 생긴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원래 다른 사람들과 먹었다면 남은 점심시간 동안 커피 마시러 카페를 가서 수다를 떨었을 텐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사무실에 복귀해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었다. 

 

앞으로 기본은 혼밥으로 가려고 한다. 특별히 누군가가 점심을 먹자고 하지 않는 한 말이다. 그러면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니 식비도 절약되고, 식후 티타임이 줄어드니 커피값도 줄어들 것이고, 마지막으로 점심 식사 중 시간과 식사 후 남은 시간을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웹툰도 보고, 책도 읽고, 블로그도 하고 그래야지 :)


코로나 19가 없었다면 아마도 계속 점심을 같이 먹을 사람을 찾았을 것이고, 재택을 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을 것이다. 그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혼밥에게는 혼밥의 장점이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저, 혼밥이 너무 편리해진 나머지 '혼자'라는 회사생활이 너무 익숙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일을 혼자 해도 결국 회사는 단체생활이니까...

 

우리나라의 수많은 혼밥 직장인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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