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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훌륭한 사람이냐고 물으면 맞다고 대답할 것이다. 혁신의 아이콘이지 않냐고 말하면 맞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가 만들어낸 것들이 새로운 세계를 선물해주지 않았냐고 말한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스티브 잡스를 존경한다고 말한다면 나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이룬 것이 그가 존경할만한 사람임을 증명하지 않는다.

 

이 블로그는 어디까지나 기업가를 창조해내기 위한 블로그가 아닌 회사가 좋아하는 직원을 위한 블로그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 내가 나의 사업을 하겠다든지, UX에 푹 빠진 사람이라든지, 기타 등등 스티브 잡스가 커리어상으로 이룬 무엇인가를 나도 이루겠다는 목표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를 적극 존경하라고도 하겠다. 그를 따라서 하든, 그처럼 하든, 그가 되든, 무엇을 하든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 하지만 내가 일개 회사의 직원이라면 스티브 잡스 레퍼런스는 이제 그만 듣고 싶다.


1. 스티브 잡스식 PT/PPT는 지양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의 PT/PPT에 대해 찬양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의 발표 스타일이 멋있다고, 이미지 한 장을 띄워놓고 본인이 전달하고 싶은 내용만 전달하는 점이, 그 철저하게 계산된 프레젠테이션이 대단하다고들 한다. 그렇다. 멋지다. 본인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회사? 회사에서 개인의 자기소개나 개인 발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스티브 잡스식 PPT는 가져오지 말아라. 누구도 당신이 아이콘 하나 올려놓고 떠드는 것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장담컨대 당신이 아이콘을 올려놓고 백날 발표를 해도 스티브 잡스처럼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치밀한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스티브 잡스가 가진 카리스마가 없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바라보게 하는 이유, 그 사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중요한 이유가 언제나 있었다. 당신은 그것을 제공할 수 있는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다들 이미지 하나에 단어 하나 넣고 발표하면 뭔가 쉬울 거라고 착각을 한다. 하지만 그런 발표가 더 힘든 것이다. 당신은 보조 그림, 텍스트 없이 말로만 명확하게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할 수 있는가? 당신은 모든 사람들이 당신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데 긴장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는가? 모든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당신이 하는 말을 이해하게 할 자신이 있는가?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그게 가능하려면 한참 걸릴 것이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가 대단한 것이다. (말 많은 PPT 관행을 바꿔서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회사의 PPT는 보고서를 가름한다. 내용이 없는 PPT는 존재할 수 없다. 당신이 보고하는 것을 듣고 보고를 받는 것이 아니라 보고서의 내용을 읽으면서 당신의 설명을 참고하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하고 싶은 말과 다르게 작성되는 PPT가 수두룩하다.)

 

 

2. 고집? 고집은 꺾어야 하고 꺾여야 한다.

 

사람들이 회사생활을 하면서 종종 잘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자기의 일을 자기와 동일시하는 것이다. 기획업무를 하다 보면 그러는 경향이 더욱 짙은데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나의 사업 아이템이 기가 막혀. 나의 사업 아이템은 하기만 하면 대박 날 거야. 내 아이디어야. 내가 지켜야 해."

 

그리고 보고를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던지, 반대를 하면서 이유를 이야기하면 반감이 들기 시작한다.

 

"저 사람은 시장을 몰라. 트렌드를 몰라. 늦어지면 다른 곳에서 먼저 해버릴 텐데. 왜 몰라주는 거지!?"

 

심지어 반대하는 게 아니라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줘도 방어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단순히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나의 아이디어를 지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에서 알아주지 않으면 그 열정이 다 꺾여서 회사를 그만두고 나가버린다. 이런 사람이 없을 것 같지만, 아무리 월급을 받고 다녀도 너무나도 많은 열정을 소진한 나머지 그 회사의 정이 다 떨어져 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잊지 말 것은 이것이다. 당신의 아이디어도 당신이 보고하고 자료를 만들어서 내보이는 순간 그것은 회사의 것이 된다. 물론 그걸 개선하고 설득하는 것이 당신의 역할이지만 당신도 고집을 꺾을 줄 알아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걸 꺾지 못하면 당신의 고집이 아니라 당신이 꺾이는 수가 발생한다. 아무리 고집부려도 회사가 안 하는 것은 안 하는 것이다.

 

여기서 뜬금없이 '스티브 잡스라면', '스티브 잡스는'이라고 하면서 뒤에서 궁시렁거린들, 당신은 그가 아니고 당신은 애플에 있는 것이 아니다. 더 재밌는 사실? 스티브 잡스니까 가능했던 거지 애플 직원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스티브 잡스가 '소비자 조사'를 하지 않았고, 소비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했어도... 시장이 없는 곳에 사업을 할 수는 없다. 스티브 잡스가 그걸 증명하지 않으려 해서 우리가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일개 회사원이라면 사장님이 찍어내리는 게 있다면 시장은 만들어지기도 한다.(기적 같지 않은가?) 그저, 당신으로 인해서는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을 뿐이다.

 

 

3. 아무리 잘났어도 결국 팀플레이어야 한다.

 

능력자를 뽑는다고 아무리 광고를 해도 모든 회사에서 계속 남아있는 사람은 결국 팀플레이어다. 내가 아무리 홀로 일을 해도, 아무리 개인적인 성과가 중요한 회사에서 일하고 해도, 당신이 살아남았다면, 당신이 회사가 다닐만하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팀플레이어거나 팀플레이어들과 일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팀플레이어가 아닌데 회사가 다닐만하다면 당신은 문제가 많은 사람인데 인복이 있어서 어떻게든 맞춰주는 사람들과 일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아니야, 난 정말 혼자 일해'라고 백날 우겨도... 당신은 당신이 하는 일을 어딘가에 보고하고 당신에게 누군가는 일을 주고 있으니 당신은 무인도에 있는 게 아닌 이상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요구되는 팀플레이어의 정도가 다를 뿐이다.

 

회사는 팀플레이어를 원한다. 부르면 대답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이어갈 수 있고, 좋은 일에 기뻐해 주고, 화나는 일에 공감해주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혼자 일하는 사람은 없다. 더군다나 대한민국에 그런 회사는 극히 드물다. 당신이 아무리 유능하고 뛰어나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토스는 유능한 사람을 뽑기로 유명하지만 결국 쓰리아웃제가 있지 않던가. '같이 일하기 어려운 사람'은 아웃이라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아이디어 보고서에 대해 개선 의견을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많이 받은 사람이 있었다. 안된다는 것도 아니었고, 개선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그 개선마저 참견, 관여, 변경으로 들렸던 그 사람은 자기만의 생각의 동굴에 들어갔더랬다. 무단결근을 해가면서 스스로 이 위기를 타파해보려고 했다.

 

그리고 4일이 지난 오늘. 그는 생각의 동굴에서 나오면서 스티브 잡스를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인터뷰 영상을 보여주면서 혁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그랬다.

 

인터뷰 영상을 보며 '아, 이 사람은 회사 생활에 대해서 단단히 착각하고 있구나' 싶었다.

 

 

명심해라. 회사는 당신이 스티브 잡스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당신이 스티브 잡스이길 기대하지도 않는다. 어딜 가서 물어도 회사에서 인재상이 스티브 잡스라는 곳은 없다. 심지어 애플도 아니라고 그럴 것이다. (자기 회사에서 쫓겨난 적이 있는 이력이 있는 사람 아니던가 ^^) 

 

스티브 잡스에게 배울 점은 많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는 태도는 그를 배우지 마라. 주인의식, CEO처럼 생각하라고 이야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면 절대 당신이 사장처럼 하라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사장의 입장을 생각해보고 알아서 '직원으로서' 잘 일하라는 뜻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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