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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회사를 다니고 있는 건 아니지만, 나름 열심히 살아서 우리 회사에 들어온 인턴/신입들이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운 것이 있다. 작년에도 비슷한 포스팅을 했지만 요즘 애들은 참 똑똑한데 왜 이런 이상한 말을 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

 

오늘 옆옆옆옆(?) 팀의 인턴 한 명이 1주일 인턴생활을 끝으로 입사를 포기했다. 그 인턴이 마지막 고민의 갈림길에 있을 때 나랑 친한 과장님이 상담을 해줬는데, 사람 좋기로 유명한 과장님이 그 이야기를 듣고 '그 인턴이 우리 회사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하셨다. 와... 어느 정도였으면 인턴에게 그런 걸 느끼나요??? 하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인턴을 잘 걸러낸 것 같았다.

 

참고로 이 인턴은 자기가 생각했던 인턴 생활과 너무 다른 인턴 생활을 하고 있어서 너무나도 힘들었단다. 충격을 받고 있으리라는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 이 정도일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친한 과장님에게 전화해서 그 인턴이 한 이야기는 이런 거였다.

 

인턴 :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에요"

과장님 : "어떤 일이 하고 싶었어요?"

인턴 : "신기술을 적용하는 일이요"

과장님 : "신기술? 어떤 신기술이요?"

인턴 : "전 원래 프론트 개발자거든요. Spring Boot 쓰는 일이 하고 싶었어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이런 거다. 지난 번에도 '저는 ML/DL이 하고 싶은데, 그 부서에서 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이마에 사거리가 생겼는데(화났다 + 깊은 짜증이 났다는 뜻) 이 인턴도 비슷한 거였다. (HR은 이런 애들 안 거르고 뭐하시는 건지... 하아)

 

지난 포스팅이 궁금하다면 참고하자.

2021.01.28 - [슈르의 오피스라이프/오피스라이프 팁] - 신입사원 부서배치를 위한 질의응답 세션 후기


다시 한번 이야기하겠다. '신기술을 적용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는 하고 싶은 '일'이 아니다. 하는 일의 '특성'일뿐이다. '프론트 개발을 하고 싶어요'와 'Spring Boot를 쓰는 일을 하고 싶어요'를 놓고 보면, 내가 HR이라면 후자의 대답하는 사람은 무조건 떨어뜨린다. 얼핏 보기에 'Spring Boot가 핫한데 이게 뭔 소리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언제 '구기술'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개발자/SI 업은 결국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그런데 Spring Boot를 하고 싶다는 이유로, 그걸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Complain을 하는 직원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면 처음부터 뽑지 않는 게 맞다. 나중에 다른 언어가 나왔을 때 그때는 그게 신기술이니 그 언어를 배울 의지가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건 다른 거다. 회사에서 필요한 것은 자기가 주어진 영역에서 필요한 역량을 습득하면서 개발하는 사람이다. 근데 그게 신기술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일을 거부한다면 그 사람은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니다. (회사가 언제나 '새로운 걸' 배워서 하기를 요구할 것 같다면 크나큰 착각이다. 필요하다면 '구기술'도 배우게 한다.)

 

그 인턴은 이 외에도 이상한 소리를 쏟아내더니 결국 인턴을 그만뒀다. (자기 보고 오라는 회사가 있다고 갔단다.) 그 인턴이 인턴 생활을 하는 기간 동안 그 인턴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계획을 명확하게 Comm. 하지 못했던 것은 우리의 잘못이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인턴이 여기에서 일하도록 잡지는 못했을 것 같다.

 

잘 가세요. 그리고 이 인턴을 받는 회사는 파이팅하세요. 아주 고생길이 훤하신 것 같습니다 ^^

데려가 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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