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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목적, 대상, 목차까지 다 잡았다면 이제는 PPT 작성을 시작해야 할 차례이다. 개인적으로 슈 과장이 제일 싫어하는 순간이다. 누군가는 '공장을 가동한다', '(장표를) 찍어낸다'라는 표현을 쓰는 이 작업은 PPT 장표를 한 장 한 장 작업하는 일이다.

 

신입일 때 팀장님이 질문을 하셨던 적이 있었다. "하루에 장표를 몇 장이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일을 잘하는 사람의 기준으로 물어보셨던 거였다. 그때 신입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괜히 높은 숫자를 부르면 일을 잘한다고 착각하실까 봐 내가 할 수 있는 숫자를 대답했었다. "2장이요." 내 옆의 동기는 그보다 높은 숫자를 불렀더랬다. 팀장님은 "2장"이 정답이라고 했었다. 당시에는 맞췄다는 뿌듯함만이 있었다. 그런데 점점 일을 해보니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리 많은 장표를 만들어야 해도 한 사람이 공들여서 만들 수 있는 장표의 장수는 2장이 최선이다. 같은 일을 몇 년째 해왔지만 최대로 만든 게 3장인가 그랬던 것 같다. 그것도 무려 야근을 하거나 다음날 수정해야 하는 수준의 장표였을 때의 이야기였다. 물론 백업 장표나 이미지 장표는 그냥 이미지만 갖다 붙이면 되니까 금방 만들지만 우리는 보통 그런 장표는 이런 시간 산정에 포함하지 않는다. 시간이 정 없으면 백업 장표는 삭제해도 되는 장표니까.

 

자, 그렇다면 하루에 2장을 만들 수 있는 이 PPT 장표를 잘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그건 '템플릿을 고르는 일'이다. 오늘은 템플릿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다.


0. 'PPT 템플릿'? 그게 뭔가요? 

PPT 문서 작업을 정말 체계적으로 하는 곳이 아니고선 템플릿이라는 걸 만들어놓은 걸 찾기 힘들다. 사실 그래서 우리 회사에서도 우리 팀에서 갖고 있는 템플릿을 보면 놀라는 사람들도 있다.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사람들처럼 놀라고 '아 그래서 너네는 장표를 잘 만드는구나'라고 비밀 무기를 발견한 것처럼 생각한다. 이와 동시에 우리가 잘하는 게 아니라 템플릿이 좋아서 잘 만들었다는 오해(?)도 받는다.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템플릿이 반 이상을 해준다. 그리고 템플릿이 없으면 여러 명이서 일을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 물론 가능하지만, 정말 너무나도 힘든 '통합'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템플릿이 있다면 그런 수고는 바이 바이~ 조금만 손봐주면 한 사람이 만든 것 같은 보고서를 볼 수가 있다.

 

PPT 템플릿에는 다음의 것들이 들어있다. 하나의 테마에 대한 표지, 목차, 간지, 본문, 빈 페이지의 빈 장표들... 그리고 작성 기준들이 있다. 작성 기준까지 들어있지 않은 템플릿이 많은데 있는 게 정말 좋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템플릿을 구하긴 힘들 거고 만들어야 한다는 가정하에 하나씩 설명을 해보겠다.

 

1. 테마

보고서의 처음부터 끝까지 테마가 있다. 예를 들면 회사가 파랑색을 사용한다고 하면 그 회사의 파랑을 기본 선으로 선택한 PPT 장표가 있다. 

애플프레젠테이션

예를 들면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이 있다. 윈도우 오피스의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저 바탕의 컬러와 메인 이미지의 색상이다. 이 화면의 내용 중에 애플사와 상이한 느낌이 드는 것이 있는가?

 

그럼 다음 이미지를 보자.

잘못만든템플릿

여기에서 Apple 의 느낌이 드는 부분이 무엇인가? 배경? 폰트? 무엇하나 없다. 템플릿이 잘못된 대표적인 예이다. 템플릿 하나를 잘못 고르면 모든 보고의 내용이 이질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그 회사의 보고 스타일을 찾아서 그걸 그대로 카피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Apple에 대한 PPT를 만든 사람들을 인터넷에 찾아보면 그 회사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서 잘 만든 경우가 많다. 템플릿이 왜 중요한지 아는 것이다.

 

팁을 주자면 보고를 받는 회사의 색상에 충실한 방법이 제일 쉽다. 내부 보고라면 아마 회사 내부적으로 계속 사용해오던 색상이나 형식이 있을 것이다. 그걸 그대로 차용해오면 간단하다. 외부 보고면 그 회사의 색상에 최대한 충실하게 만드는 게 좋다. 상대 회사가 갈색을 사용한다면 갈색으로, 초록이라면 초록으로 맞춰서 최대한 만드는 게 상대 고객에 대한 예의다. '너를 상대로 보고하지만 템플릿은 우리 회사 색이야 ^^' 이렇게 장표를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템플릿에서 바로 '아, 이거 우리를 위한 자료가 아니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다른 보고라면 몰라도 제안서라면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여기서도 고객사 컬러보다 우선할 수 있는 게 있다. 그건 보고하는 내용의 컨셉이다. 만약 고객사의 색이 빨강인데 내가 제안하는 내용은 프리미엄 컨셉이라면, 둘의 색을 적절히 섞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주의해야 하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고객사 로고의 색을 바꾸면 안 된다. 절. 대!

 

2. 폰트

2.1 폰트 종류

테마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폰트는 모든 장표에 동일한 기준이 있어야 작업이 가능하다. 한글과 영어가 혼용되는 경우 각각의 폰트를 나눠서 기준을 제시해도 좋다. 예를 들면 한글은 '맑은 고딕', 영어는 'Arial'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너무 복잡하게 하면 혹시나 깜빡한 사람들의 작업을 통일하는 데에 너무나도 힘이 많이 드니 PPT 통일 작업이 용이한 기준에서 정하는 것이 좋다. (서식 복사/붙여넣기하기 좋은 기준 ^^)

 

그리고 추가로 팁을 주자면, 괜한 욕심을 내서 신기한 폰트를 어디서 받아와서 작업하는 일은 되도록이면 지양하길 바란다. 외부 폰트를 쓰는 데에는 많은 주의사항이 있다. 우선 폰트 파일을 작업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배포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 하나고, 둘은 해당 파일을 열어서 보고할 때 그 PC에 폰트가 없으면 기본 폰트보다 못한 상태의 보고를 하게 되니 폰트 포함해서 저장하거나 그 PC에 폰트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폰트가 너무나도 예뻐서 이게 있어야 보고를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면 진행해도 된다. 하지만 폰트 하나 때문에 우왕좌왕하고 폰트가 깨져서 의도했던 장표의 모양이 깨지는 걸 보며 오만상 찌푸리기 싫다면 기본 폰트에 충실하도록 하자.

 

2.2 폰트 색

폰트 색이 왜 중요한지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폰트의 색상은 모두가 '검정'을 쓰지 않는다. 실제로 작업하는 사람들마다 다 저마다의 '검정'이 있다.(놀랍지 않은가?) 이런 경우 마지막에 서식을 조정하는 사람이 힘들 수가 있다. 자세히 보니 다른 검정이었다... 하는 놀라운 사실을 만나게 된달까. 강조 색도 누구는 피빨강, 누구는 형광빨강. 누구는 파랑 밑줄 이런 식으로 다르게 해서 오기도 한다. 그런 경우를 위해서 기준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가장 쉬운 것은 PPT의 색상 고르는 화면의 캡처에서 이 색상 사용하세요~로 알려주는 게 제일 쉽다. 하지만 모두 PPT의 색상표에 그게 있는 건 아니니 RGB 컬러까지 넣어주면 더 좋다. 

 

2.3 폰트 크기

크기까지 정한다!? 당연하다. 작업하는 사람들의 스타일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폰트 크기도 달라진다. 폰트 크기를 처음부터 맞추지 않으면 발생하는 문제는, 처음에 작성했을 때는 1줄에 들어가던 내용이 2줄로 밀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PPT는 모두가 그 공간에 맞추기 위해 작성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폰트 크기가 가이드가 있었다면 깔끔한 1줄이었을 텐데 나중에 2줄이 되어버리면 그걸 수정하기 답답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정해야 하는 폰트의 크기는 다음과 같다.

1) 제목

2) 거버닝

3) 본문 - 소제목

4) 본문 - 내용

 

보통은 제목부터 2pt씩 내려가면 좋다. 거버닝 16, 본문 14pt, 본문 내용 12pt 이런 식으로 말이다. 중요한 건 보고하는 스타일에 따라 폰트 크기를 정하고 그 기준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3. 기본 도형

좋은 템플릿은 기본 도형을 모아서 전달한다. 네모도 같은 네모가 아니다. 색상이 다르기도 하고, 폰트가 다르기도 하다. 장표를 만드는 사람들이 자기만의 도형을 만들어서 써버리면 그걸 맞추는 것도 곤혹스러운 일이다. 기본 도형 박스들을 만들어서 넣어두면 그 크기가 변할 뿐 서식이 변하는 일은 크게 없다. 그러니 기본 도형은 만들어서 넣어주는 것이 좋다. 꼭 여러 가지 버전을 다 넣어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본 규칙이 될 수 있는 건 만들어주는 게 좋다. 동일한 텍스트 박스여도 다들 좌우 공간을 다르게 설정하기도 하고, 아주 신박하게(!) 도형을 만들어서 오는 사람들도 나타난다. 그러니 만들어서 주자. 더 창의적인 도형이 나오지 않는다는 단점은 있지만, 통합하는 고생은 덜하다.

 

4. 예시 장표

예시 장표는 사실 템플릿을 주는 사람의 정성이다. 한 회사의 자산이기도 하다. 이 예시 장표를 주는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능력일 타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서의 내용을 구조화하는 능력이 없다고나 할까. 백지를 쳐다보기만 하면 너무나도 막막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예시 장표를 넣어준다면 (예 : 3단 구성 - 가로형, 3단 구성 - 세로형,...) 그 구조를 붙여 넣고 내용만 순식간에 바꾸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장표를 만드는 게 직접 만드는 것보다 나을 때가 너무나도 많다.


이상 템플릿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혼자 작업하면 템플릿과 기준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꼭 템플릿부터 정하고 시작하자. 아마 상대 부서에서 '템플릿 주세요'라는 말이 올 것이다. 작업하기 어려운 템플릿을 주고 모니터 너머로 욕먹지 말고 좋은 템플릿 하나 만들어서 공유하도록 하자. (좋은 템플릿을 주면 모니터 너머로 칭찬과 부러움이 온다.)

 

템플릿은 회사, 부서의 자산이다. 조금씩 키워가다 보면 PPT도 집단지성이 가능하구나 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동일한 템플릿으로 남이 다른 곳에서 작업한 보고서를 쉽게 재활용할 수도 있다. 템플릿 만드는 건 미래의 편한 회사생활을 위한 초기 투자이다. 만약 부서에 템플릿이 없는데 일을 배우는 막내가 있다면 막내에게 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몇 가지 버전을 갖고 있으면 좋다. ^^

 

* 참고로 혹시 야심 차게 템플릿의 바탕을 흰색이 아닌 걸로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 제발 그만둬라. 제발...! 혹시 템플릿이 컬러 인쇄에 의존적인 장표라면 오늘부로 다 지워버리도록 해라.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 컬러가 있다면 표지 정도까지만 하는 게 좋다. 하지만 이 역시도 흰색 바탕을 추천한다. '인쇄 안 할 거라 컬러로 할래요~'하는 경우가 있다면 '뭐 굳이 그렇게 하시겠다면야...'이지만, '인쇄해 와'라는 말 한마디 듣는 건 순식간이다. 그때 고생하지 말고 흰색 바탕으로 되도록이면 고고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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