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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성차별 연재 포스팅의 마지막이다. 제목 그대로 '성차별은 영원할 것이다'가 슈 과장의 생각이다. 지난 포스팅의 훈훈한 마무리(여성 직원'도' 일하기 좋은 회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에도 불구하고 다시 차별로 이야기가 돌아가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할 것이다.

 

그 이유는... 차별이 없으려면 '인지'가 없어야 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 이런 거다.

 

 

1. 상대방이 '여자'다 라고 인지하는 게 문제의 시작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분류를 한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우리와 남의 구분이 본능적으로 일어나는 사람들이 많다. 그 분류 작업을 위해서 누군가를 새로 만나면 기본적으로 '신상정보'를 묻는다. 머리에 어떠한 알고리즘이 있듯이, 그 질문이 다 끝나면 그 끝에는 어떠한 분류가 있다. 그 분류의 결과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무엇을 분류해내려고 하는지는 개인의 취향이니...) 하지만 대부분 다 그 '분류작업'을 한다. 

 

놀랍게도 그중에 '성별'은 기본이다. 아니라고?

 

자, 신입사원이 팀에 왔다고 한다. 당신의 반응은 무엇인가?

"여자예요? 남자예요?"
"몇 살이에요?"
"전공이 뭐예요?"
"대학은 어디 나왔어요?"

 

그러고 그 사람을 실제로 만나면 성별을 제외한 나머지 질문을 한다. 성별을 묻지 않는 이유는 안 궁금해서가 아니라 성별은 유일하게 만나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생물학적 성별만 묻지, 사회적 성 - '젠더'는 묻지 않는다.)

 

성별을 아는 것뿐이지 그걸로 차별은 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다. 내 대답은 이렇다. "네, 네, 당신은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여자인 경우와 남자인 경우 당신의 태도가 정말 동일하다고 대답할 수 있나요?

 

실제로 슈 과장은 여직원에게 더 조심해서 말하는 편이다. 내심 짐작하기를 '여자가 여자를 더 어려워한다'라고 생각하고, '남자보다 농담에 더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 직원에겐 농담을 잘하지만 여자 직원에게는 깍듯한 편이다. 말실수 하나로 생길 수 있는 부정적 여파는 매우 무섭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슈 과장이 경험해온 바에 의하면 고객사 직원들도 그렇고 슈 과장의 회사 사람들도 그렇고 슈 과장이 여자라서 이야기하는 말투가 다르다는 것을 여러 번 느꼈다. 예전에 임원 중 하나가 여직원이 자리에 배석해 있으면 화를 안 낸다고 휴가도 취소하고 제발 보고에 들어와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도 있었다. 남자가 남자에게 하는 말을 여자에게는 못 하는 놀라움이랄까. (성별에 따라 그 차이가 왜 있어야 하는가!)

 

 

2. 인지와 의식은 결국 역차별로 이어진다.

 

슈 과장이 진급했을 때 주위의 축하도 많이 받았지만, 동기들의 시기와 질투도 받았었다. '쟤는 왜?'라는 의문을 갖고 뒤에서 수근수근하는 동기가 있었다. 그 이유를 스스로도 찾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 서로가 납득하기 좋은 이유 말이다.

 

사실은 대리 직급에서 PL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서 그 성과와 노력을 인정받고 진급했다. (참고로 대리가 무슨 PL이냐고 내 연봉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절대 안 한다고 우겼더니, 과장을 달아준 것도 있다. '이제 과장이니까 PL 해야지?'라고 축하인사를 받았다.)

 

하지만 그런 이유를 말한들 동기라는 사람은 절대 납득을 할리 만무했다. 그래서 쿼타(Quota)라는 핑계를 댔다. 누구도 검증하지 못하지만 납득을 할 수 있는 이유 말이다. 불합리하다고 해도 싸울 수 없는 사회적 흐름 말이다.

 

"제가 여자라서 그런가 봐요."

 

이 변명을 들었을 때 두 가지 반응이 온다. "에이, 일을 잘해서 진급한 거죠!"와 "아, 그런 영향이 있었을 수도 있겠네요." 반응이 무엇이든 결국 상대방은 납득하기 때문에 나는 이 모든 사단이 평화롭게 넘어간 걸로 만족한다.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이 이야기를 언급하는 이유가 있다. 모두가 성차별을 이야기할 때 여성에 대한 부정적 차별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역차별이 시작될 것이다. 여성이 혜택을 보는 시대, 제도적으로 보호받아서 남자가 불리해지는 시대. 그렇기 때문에 성차별은 영원할 거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영원히 여성이 불리할 거라는 이유가 아니다. 그 전세가 역전되면 우리는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 영원한 차별의 흐름을 깨려면 상대적으로 약한 쪽에 힘을 실어주거나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게 답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 이분법적 사고, 분류를 하려고 하는 본능적 욕망을 억눌러야 한다. 뇌가 정해준 편리한 꼬리표 붙이기를 버려야 한다. 상대방의 성별을 모르고 일한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의 능력과 리소스의 가용성 등을 기준으로 일을 하기 시작해야 한다.

 

당연히 쉽지 않다. '밤을 새워서 일해야 하는데 누굴 어떤 기준으로 골라!?', '무거운 걸 들어야 하는데 남자를 부르면 안 되는 거야?' 결론적으로 A라는 직원을 고르게 되더라도 그 이유가 '그 사람이 남자여서'라고 나와선 안된다. 그게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의사결정 논리라고 인식해선 안된다. 그 사람이 다른 직원보다 최근에 야근을 덜해서(피로도), 그 사람이 힘이 더 세기 때문에(체력) 등과 같은 이유여야 한다.


저울의 양쪽을 추를 올려가면서 백날 맞추려고 해도 둘이 동일할 확률보다 한쪽이 더 무거울 확률이 더 높다. 그리고 언젠가는 저울에 올릴 추가 없을 것이다. 그럴 때는 그 저울에서 추를 하나씩 덜어내는 것이 맞다. 그리고 추를 다 뺐을 때 둘의 균형이 맞지 않다면 그 근본적인 기준을 다시 바로 잡는 게 맞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들고 있는 모든 기준을 버리자. 각자의 성(性)으로 태어난 혜택과 제도적 유리함을 다 내려놓고 보자. 회사는 회사원을 뽑지, 여자를 뽑고 남자를 뽑지 않는다.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고 일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 많이 부족하지만 4개에 걸쳐 열심히 적은 포스팅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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