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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 이어서, 오늘은 그렇다면 왜, 회사는 여자 직원을 차별하는지 이야기해보겠다. 민감한 주제라 누군가는 들고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서 작성한 의견이니 반발심을 갖지 않고 읽어주면 감사하겠다. 모든 회사의 상황을 알지 못하나, 그래도 나름 여러 회사(고객사)를 상대했고, 나름 몇 개의 회사에서 근무해본 경험을 토대로 작성하니 감안하고 봐주면 좋겠다.


지난 포스팅을 보면 사내 성차별은 존재한다. 이건 이 포스팅을 따라가기 위해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하는 사항이다. (역차별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다음 포스팅을 참고하길 바란다.)

 

오늘은 도대체 회사(반대로 쓰면 사회 ^^)가 이렇게 되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항상 뭔가 문제가 생기면 '도대체 왜, 누가 어떻게 했길래 이지경이 되었을까'를 생각해보는 것은 좋은 사고방식이다. 남 탓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논리이기도 하고(책임전가형),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주기도 한다.

 

 

1. 여자가 먼저 '나는 여자예요'라고 외쳤다.

 

어쩌면 사회가 여자를 여자라고 차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그랬겠지만...) 여자가 먼저 스스로가 여자라고 어필했을 확률도 있다. 무거운 걸 들라고 하면 '어머, 여자인 제가요? 전 못 들어요"라고 말을 했을 수도 있다. 힘든 일을 하라고 하면 '어머, 여자인 제가요? 전 몸이 약해서 못해요'라고 했을 수도 있다. 

 

회사는 일을 나눠서 하지만 그런 이유로 일이 넘어오는 순간 사람들을 그런 '단점'이 있는 사람을 배제하기 시작한다. 근데 그게 쌓이고 쌓이면 어느 순간 '홍길동은 힘든 일을 못해'가 아니라 '여자는 힘든 일을 못해'로 일반화되어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놀랍게도 이 선입견은 성별을 떠나 모두가 마음속으로 가지게 된다. 본인이 그 상황의 사람이 되기 전까지 말이다.

 

실제로 슈 과장도 남자 직원보다 '전 그거 못해요'라는 말을 더 많이 한다. (절대 자랑은 아니다.) 그게 힘을 쓰는 일이든 아니든, 어려운 일이든, 번거로운 일이든, 무엇이든 간에 남자 직원은 묵묵히 하는 일을 나는 못한다고 말할 때가 있다. 그게 나의 성향이라고 받아들이면 다행인데, 성별의 문제라고 다수가 생각하게 되면 여자 직원의 단점이라고 결론지었을 확률이 높다.

 

 

2. 너무나 정당한 '신체적 고통'의 사유가 남들에겐 번거로운 배려가 된다.

 

여자 직원이라면 법적으로 보장받는 휴가가 있다. 한 달에 하루 쓸 수 있는데 법적으로 존재할 뿐 사용 여부는 회사마다 차이가 심한 그 휴가가 있다. 사용한다고 해도 눈치가 보이고, 사용 안 해도 눈치가 보이는 그런 휴가. 그렇다. '보건휴가' 또는 '여성휴가'가 그것이다.

 

슈 과장은 써본 적이 없다. 필요 없었던 행운의 케이스였다기보다는 팀장, 직속 상사, 선배가 모두 남자 직원이라 말을 못 했다. 몸이 안 좋다고 (유급) 휴가를 내면 냈지 어디가 아파서 (무급) 휴가를 내겠다고는 말을 절대 할 수가 없었다. 

 

근데 어떤 회사는 여자 직원이 있으면 사용률이 0%인 경우 확인이 들어간다고 들었다. 그래서 팀장이 허공에 외친다고 했다. '눈치 보지 말고 꼭 가라고'. 근데 그렇다고 쓰러 간다면, 그걸 아는 다른 직원은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을까? '와, 정말 아픈가 보다.. 불쌍하다'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다. '와, 하루 쉬어서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상사라면, 내가 팀원이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팀원을 받을 때 당신은 여자를 받고 싶을까 남자를 받고 싶을까? 나라면 100% 남자를 받겠다. 내가 추가로 배려해줘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일해야 하는 이점은 나에게 무엇이 있을까? 없다. 단 한 가지도.

 

 

3. 결혼하더니 임신, 그리고 출산 휴가를 간다.

 

그렇다. 남자는 애를 낳지 않는다. 결혼하기 전이 가장 공사 다난해서 어떻게든 결혼까지 전폭 지지하는 팀도 있을 정도다. (그런 팀에서 일했었는데, 팀장이 데이트 날에는 야근도 빼주고 여행 간다고 하면 와인을 선물로 주셨다고 한다. 대신 결혼 후에는 얄짤없다.)

 

하지만 여자는 다르다. 결혼한다고 하면 팀에서 온갖 생각을 다 하기 시작한다. 남의 가정인데 임신, 출산, 육아를 미리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임신 소식을 알리면 축하하지만 이제 그 팀은 그 기간 내내 배려를 일삼아야 한다. 임신 초기와 말에는 근무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업무량은 누가 임신했다고 해서 줄지 않는데 말이다. 병원 검진일이면 당연히 모든 일을 뒷전으로 하고 가도 되게 해줘야 한다. 식사도 메뉴와 거리를 배려해줘야 하고, 장소도 배려해줘야 한다. 커피도 안 마신다. 어쩌다 도시락 싸들고 다니기 시작하는 분들도 나타나는데 그러면 그나마 다행이다.

 

코로나 19나 독감 시즌이면 특별관리에 들어간다. 예전에 H1N1이 돌 때에는 격리시켜서 일하게 해 줬고, 지금 코로나 19 상황에서는 당연히 재택근무 대상자다.

 

사회적 배려다. 사회가 당연히 해줘야 하는 배려. 저출산 국가에서 당연히 이 정도쯤이야! 하며 해주는 배려. 그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는다. 그들의 힘듦을 이해하지 못하는 입장이니 더더욱 지지한다. 하지만 그 사람들과 같은 팀에서 일하라고 하면, 자신 없다.

 

 

4. 휴직을 해버린다.

 

휴직도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지만 이는 3번과 비슷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겠다. 조금 다른 건, 휴직하면 그 사람의 자리는 여전히 차지하고 있는데 일할 사람이 없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5명이서 일하다가 4명이 되는 건데 충원을 못한다. 휴직한 사람이 돌아올 곳은 둬야 하니까. 그러니 휴직 기간이 잘리기도 하고(빨리 복귀하라고 눈치), 팀원들에게 미안해서 일찍 복직하기도 하는 것이다.

 

 

5. 추가 고려사항이 존재한다.

 

프로젝트로 일하는 슈 과장 같은 회사는 여자 직원의 유무가 상당히 큰 영향을 준다. 어디에? '숙소'다. 남자 직원들만으로 이루어져 있으면 하나의 숙소를 여러 명이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여자 직원이 있으면 당연히 별도 숙소를 마련해줘야 한다. 이는 회사 1박 2일을 가도 마찬가지다. 모두 다 거실에서 널브러져서 자도 여자 직원은 별도 방을 구해주게 된다. 그래서 이미 남자 직원이 바글바글한 팀에서는 쉽게 여자 직원을 받지 못한다. 비슷한 성비로 꾸려진 팀이라면 여자 직원을 받기가 쉽지만 말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남탕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싶은 팀장이 있다는 것은 안 비밀이다.

 

여자 직원이 있는 게 어때서? 왜?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다음 6번을 참고하자.

 

 

6. 여자 직원과는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1~5번을 보며 해당 안된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내 문화의 문제랄까. 하지만 여자 직원이 있으면 일단 시끄러워질 확률이 높다. 남자 직원들이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다. 모두 다 선의로 악의 없이 행동할 수가 있다. 하지만 남자가 남자에게 말하듯 여자한테 말했다가 (그들로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날카로운 답변이 돌아올 때가 있다. 심한 경우 성희롱으로 신고가 들어가기도 한다.

 

실제 이런 일이 있었다. 여자 인턴이 들어왔는데, 사수라는 사람이 인턴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줬다. 그중에 하나가 '우리 회사는 여자 직원이 다니기 좋은 회사예요'라는 것이었는데, 회사가 여자 직원의 편의를 잘 봐준다는 의미의 내용들을 이야기하셨다고 한다. 출산/육아휴직도 막지 않고, 잘 배려해주고 등등... 하지만 그 인턴은 그게 아니꼽게 들렸는지 그 사수를 HR에 신고해버렸다고 한다. 성차별이었다고.

 

그 이야기를 들은 많은 사람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게 왜?'라고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그 인턴은 아마도 본인이 여자 직원이라는 점을 하나의 포인트로 잡아서 이야기했다는 것 자체가 싫었으리라... 그것도 남자 사수가 이야기해서 더더욱... (정규직 전환을 위해 예민한 때고, 순진해서 회사에서 여자 직원이 갖는 이미지가 어떤지 모른다... 쩝)

 

정확히 처우가 어떻게 끝났는진 모르지만, 운이 좋았던 건 그 팀 팀장님이 여자여서 어찌어찌 해결된 것 같다. (그 인턴이 정규직 전환이 되었는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위의 CASE 중 몇 가지는 직접 겪어봤다. 1) 같은 팀에 있던 여자 동기가 힘들다 어쩌고 저쩌고 사방에 짜증내고 책상에 앉아서 모두가 보는 곳에서 머리를 쥐어뜯더니 결국 팀을 이동했고, 3) 어떤 여자 직원은 나는 일이 많아서 매일 야근하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본인은 다음 달 출산 예정이라 너무 힘들어서 당연히 단축 근무인가 해야 한다고 하고 일찍 퇴근해버린 사람도 있었고, 3) 회사 신입사원 공채 면접 때 본인은 신혼인데 당장 애 낳을 생각 없다고 하더니 입사하자마자 임신 사실을 알리고는 1년 차에 출산휴가 간 사람도 있었고, 5) 회사 1박 2일을 갔는데 팀에 여자 직원 2명을 위해서 별도 방을 내어주기도 했었다. 근데 1명은 심지어 1박을 거부해서 슈 과장 혼자 독방을 썼다. 다른 사람들은 거실 바닥에서 자거나 했는데... 쩝

 

절대 여자 직원이 일하기 안 좋다고 주장하는 글은 아니다. 비록 개인적으로 슈 과장도 여자 직원이랑 일하는 것보다 남자 직원이랑 일하는 것을 선호하긴 하지만 그건 어쩌면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현제도 아래에서는 말이다. 누군가의 휴가가 다른 누군가의 업무 증가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누군가의 휴직이 다른 인력의 충원이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의 휴직으로 인한 고통보다 짧은 이별로 인한 아쉬움이 클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행히 회사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그만큼 유연한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이 우리는 항상성, 꾸준함, 성실함, 건강함을 가진 사람을 팀원으로서 선호하게 된다. 극소수의 여자 직원이 그 조건을 충족하고 일을 해나간다.


그래서, 그럼 여자 직원은 회사 다니기 불리한 조건에 속해있는 걸까? 차별받으면서 그렇게 계속 한국 직장생활을 해나가야 할까? 다음 포스팅에서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3. 여자 직원은 정말 불리한가'

 

여자 직원에 대한 차별이 불가피하다면, 그 차별이라는 파도를 탈 줄 아는 여자가 되는 것도 중요하다. 그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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