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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말고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을 추천하는 이유를 읽다가 보면 작은 회사에는 개인이 해야 하는 일이 많다고,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다면 작은 회사를 추천한다고 말이다. 대기업을 가면 회사가 너무 커져 하나의 개인은 작은 일 하나를 맡아서 하게 되기 때문에 그 일만 하게 된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에 대한 슈 과장의 생각? 동의한다. 작은 회사에서는 해야 하는 일이 당연히 많다. 범위도 모호하고 한 번에 여러 가지를 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대기업은 정해진 일만 잘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추천하는 이유다? 그건 잘 모르겠다.

 

오늘의 이야기는 절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저울질이 아니다. 그거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슈 과장의 과거 포스팅을 참고하는 것을 추천한다.

2020/04/17 - [슈르의 오피스라이프/오피스라이프 팁] - 대기업 vs 중소기업 어디서 일해야 할까?

 

대기업 vs 중소기업 어디서 일해야 할까?

여태 했던 포스팅과 비교하면 오늘 포스팅은 다소 조심스럽기도 하다. 내가 뭐라고 이런 질문에 대답을 하냐... 하는 생각도 들어서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굳이 나만의 이유를 대자면, �

ebongshurr.tistory.com

이 포스팅은 그게 아니라 '좋은 회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하나의 질문으로 모든 것을 정리할 수가 있다.

"당신에게 선택권이 있는가?"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슈 과장 대학생 때의 일화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슈르딩은 교양 수업으로 모두가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글쓰기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당연히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그냥 시간이 맞아서 그 수업으로 신청을 했다. 그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데에는 시간이 얼마 걸렸는데(지금이라면 한 번 보고 바로 알았을 텐데...) 그 여교수는 '페미니스트'였다.  

 

슈르딩은 페미니스트에 대한 어떠한 선입견도 없었다. 본인의 화려한 과거를 이야기하는 그 교수를 보면서 그냥 멀뚱멀뚱 앉아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대학생의 슈르딩에게는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그 교수의 사상이 한 학기 동안 수업의 내용을 차지하게 될 줄 상상도 못 했다는 게 유일한 함정이었다.

 

함정. 까지는 사실 아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주 좋은 교훈을 얻었다. 재밌었다. 그 교수는 같은 여자인 슈르딩의 눈을 뜨게 하려고 여러 가지 질문을 했었다. 그 질문의 예는 이런 거였다. "지금 사용하는 언어가 남성 중심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그러면 슈르딩은 그 교수를 멀뚱멀뚱 쳐다보며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그 교수는 순진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끝까지 그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 수업의 클라이맥스는 최종 과제에 있었다. 교수는 최종 과제로 몇 가지 주제 목록을 주고 마음에 드는 것으로 글을 써오라고 했다. 이러나저러나 결국 글쓰기 수업이다. 그 몇 가지 안 되는 글쓰기 주제들에서 슈르딩이 고른 것은 이거였다.

 

"남녀차별로 인해 여자가 불리한가?"

그 주제를 잡고 글을 썼다. 신빙성 있는, 정량적 수치에 기반한 근거 자료를 찾는 일이 조금 어려웠지만, 슈르딩의 주장을 세우기에는 너무나도 쉬운 주제였다. 그렇게 슈르딩이 고른 입장은 "여자가 유리하다"였고, 페미니스트 교수를 상대로 과제는 만점을 받았다.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면, 그때 내세웠던 주장의 근거 중 하나가 '선택권'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떠한 상황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나에게 선택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는 대답이라는 것을 이때 깨달았다.

 

대학 과제에서는 아주 단순한 예시였다. "나는 화장을 할 수 있는가?", "나는 치마를 입을 수 있는가?", "나는 감정표현에 자유가 있는가? 슬플 때 울어도 되는가?", "나는 하이힐을 신어도 되는가?" 이 모든 대답에 여자에게는 "그렇다"라는 대답이 있는 반면 남자는 "아니다"라거나 "쉽지 않다"라는 게 답변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세상은 여자에게 더 유리하다는 게 하나의 주장이었다.

 

이 옛날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제 대답하겠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건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내가, 당신이, 우리가 속해있는 집단이 좋은 곳이냐에 대한 질문에 대한 판단 기준일 뿐이다. 당신이 일하는 곳에서는 당신에게 선택권을 주는가? 다음의 질문들에 대답을 해보자.

 

"당신은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가?"
"당신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가?"
"당신은 팀을 옮기고 싶다면 옮길 수 있는가?"
"당신은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가?"
"당신은 불합리한 일에 대해 거부할 권리가 있는가?"
"당신은 잘못되어가는 일에 브레이크를 걸고 막을 수 있는가?"
등등등

 

이 질문들을 잘 보면 이건 회사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디까지나 기업 문화의 문제다. 여기에서 만약 대부분 긍정적으로 대답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을 확률이 높다. 꼭 이 질문들이 아니어도 비슷한 류의 질문들을 스스로 해보고 그 대답이 긍정적이라면 당신은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저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부정적일 확률이 높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회사의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 어쩌면 기업문화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업무의 문제라든지, 상사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사내에서의 변화를 꽤 해야 한다. 만약 문제가 본인에게 있다면, 가능한데 망설인다든지 눈치를 보고 있다든지, 그렇다면 회사를 욕하지 말고 스스로를 바꿀 때가 온 것이다. (이럴 때 남 탓하면 정말 싫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선택권'이라는 것을 잘 인지하지 못할 때가 있다. 하나밖에 없는 선택권이 나를 불편하게 하지 않았거나, 그 하나밖에 없는 선택권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현실에서 불합리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생 때 저 리포트를 쓰면서 그런 말을 썼다. '남자가 치마를 입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남자는 그런 선택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교수님이 읽었을 때 아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내가 가지고 싶지 않은 것이 선택 옵션에 없다는 사실이 나에게 문제가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극단적인 예로 "내 연봉이 올라가기만 한다고? 내가 내리고 싶어도 못해!? 이렇게 불합리할 수가!"라고 생각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이런 극단적인 상황 말고 다소 일반적인 상황에 적용한다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다. 오늘 내가 다니는 회사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자. "내가 팀을 옮기고 싶어 한다면, 그게 가능한 곳인가?", "내가 하고 싶은 업무가 따로 있다면 그걸 할 수 있을까?", "내가 휴가를 가고 싶다면, 원하는 때에 갈 수 있는가?" 등 말이다. 당장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만약 내가 나중에 그러고 싶다고 했을 때 나에게 그 선택권이 있는가? 이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그게 나의 커리어에 대한 질문이라면 이 회사에서의 미래도 고민해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주의해야 하는 것이 있다. 이에 대한 질문이 부정적이라고 해서 그게 "회사를 이직해야 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면 그 역시 무리가 있다. 어디까지나 '좋은 회사'인가에 대해 증명할 수 있는 질문일 뿐, 나쁜 회사를 증명하기 어려운 질문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런 이야기를 굳이 이렇게 장황하게 하느냐? 그건 매일매일의 회사 생활을 할 때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관점이기 때문이다. 내가 오늘 A라는 일을 하는 것이 나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월급을 받고 하라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지만(그게 근로계약이라는 것이다.), 분명 우리는 그 계약을 자발적인 의지로 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수동적인 회사생활을 할 수 있지만 이는 오랜 회사생활을 보장하지 못한다. 그리고 순종적인 회사생활은 회사가 원하는 것 같겠지만, 그런 직원에게서는 회사는 발전을 도모할 수가 없다. 혁신을 일으켜도 그 혁신은 순종적인 직원에게서 나오진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선택권'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생각해보도록 하자. 그리고 내가 나의 의지로 이 회사를 다니고 있음을 인지하자. 내가 선택해서 이 일을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맡은 일을 잘해야겠다고 결심을 해보자. 수동적인 직장인이 되지 말자. 하루의 8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도 나의 주인은 내가 되어야 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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