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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이라면 대학 가기 전까지 공부를 징글징글하게 하기 마련이다. 공부를 잘했든 못했든 간에, 좋아했든 싫어했든 간에 공부는 숙제였다. 그렇게 모두가 숙명처럼 공부를 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부가 너무 좋아요!' 하는 사람은 주위에서 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수능을 기점으로 많은 10대가 책을 내려놓는다. 대학에 들어가면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한다고 책을 내려놓는다. 수업을 듣기 위해 책을 완벽히 놓지 못하고 취직하기 위해 계속 책을 들고 있지만 그 역시 수능을 준비하던 때에 비하면 훨씬 적은 수의 학생들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학생들도 회사에 들어가면 그 책들마저도 놓아버린다는 사실이다. 입사한 이후에 누가 토익 공부를 하는가. 토익 공부를 한다면 이직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간혹 공부를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그 사람들은 회사와 대학원을 병행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회사 업무 자체가 논물을 쓰는 거든지...)

 

쨌든 중요한 것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책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책이 있어야 할 자리에 시간 소모성 컨텐츠를 올려놓는다. 게임, 드라마, 예능 등등등... 

 

하지만 오늘 이야기하자면 절대 책을 내려놓아선 안된다. 절대, 네버.


슈 과장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되지 못한다. 일단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책 읽을 시간과 선택하라면 영화를 선택해버린다. 그리고 책 읽다가 졸리면 참지 못하고 그냥 자버린다. 결코 훌륭한 본보기가 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몇 년째 새해가 되면 독서 목표를 세우고 어떻게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간혹 그 목표량을 늘리기도 한다.)

 

슈 과장의 새해 독서 목표를 공유하자면 '1년에 8천 페이지 읽기'다. 작년까지만 해도 '1년에 26권 읽기'였는데 그렇게 했더니 얇은 책을 선호하고 두꺼운 책은 거들떠도 안보는 스스로를 직면하게 되었다. (잘못된 KPI가 이렇게 나쁜 겁니다 여러분...) 

 

그래서 바꾼 기준이 '페이지'다. 기존과 비슷한 수준을 위해 1권이 300페이지라고 가정하고 26권을 곱했다. 300 x 36 = 7,800... 그걸 깔끔하게 올리려고 8,000이 된 것이다. (10,000으로 올릴 배짱은 없었다.)

 

권수로 치면 26권보다 적게 읽긴 하지만 확실히 다양하게 읽게 된 것 같다. 만화책이나 웹툰은 읽어도 여기에 포함하지 않는다. 잡지 같은 경우는 정독했다면 포함한다. (일부만 읽었다면 그만큼만 읽은 걸로 계산한다.) 책 한 권의 페이지수는 교보문고/알라딘 서점에 게시되어 있는 기준으로 산정한다. 그러면 목차나 부록 페이지가 보너스로 오기도 한다. 그 정도는 스스로에게 누리도록 하기로 했다. (물론 양심에 찔려서 부록을 다 읽을 때도 있다.)

 

이걸 들으면 '와, 책 많이 읽는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슈 과장은 출퇴근길에만 책을 읽는다. 거기다가 일하는 날에만 읽기 때문에 책 읽는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는다. 그 기준이라고 하면 1달에 20일 일한다고 가정하고 12개월을 보내면 총 240일이다. 일하는 날에 출퇴근길에 읽어야 하는 페이지수는 8,000 / 240 = 33페이지 밖에 안된다. 책 1권을 읽는데 9-10일(working day로 2주) 걸린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1년에 약 26권을 읽는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퇴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렇게까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우리는 가끔 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

출퇴근길은 하루 중 가장 괴롭고 또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그게 어떤 감정이든 우리의 일부분은 회사에 대한 생각이나 회사의 일부를 들고 가게 된다. 그럴 때 책을 꺼내야 한다. 회사 생각이 나지 않게 하는 그런 책 말이다. 로맨스 소설, SF소설, 추리소설 등 개인이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꺼내서 그 이야기에 몰입하면 출퇴근시간에 회사 생각이 나지 않게 된다. 물론 우울한 감정이 물들면 난감하긴 한데 그런 감정을 책에서 느끼지 않는다면 우리의 감정이 메말라버릴 것이다.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창을 열어두고, 다양한 감정을 계속 느낄 수 있게 끊임없이 우리는 자극을 줘야 한다.

 

2. 우리는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

지금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 따라 이 문장이 다가오는 의미가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업무에 대한 성장, 기술에 대한 성장일 수 있다. 누군가는 해당되는 성장이 없을 수 있다. (성장할 게 없는 업무라는 게 아니라 책으로 성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 근데 그런 뜻이 아니다. 업무에 대한 성장을 선택할 수 있지만, 업무 외적인 성장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면, 슈 과장은 요즘 청약에 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며 알고 이해했던 청약과 책을 읽고 배운 청약은 완전히 달랐다. 검색은 아는 만큼만 찾아볼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월급 관리의 기준과 방침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리고 청약에 관심을 가진 이후로 이제 휴직하고 싶었던 내가 회사를 열심히 다닐 이유가 생겨버렸다. 그것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연봉 상승이 최우선이 되었달까!?

 

청약에 대해 공부하라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건, 회사 일이든 일 외적인 것이든 우리는 새로운 곳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당장 회사 생활을 더 가치 있게 할 수도 있고, 회사만 바라보던 내 인생에 회사가 사라졌을 때 나의 경쟁력을 갖추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계, 재테크도 좋고, 자기 계발서도 좋고, 새로운 언어도 좋고,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한 것도 좋고, 역사도 좋고 예술도 좋다. 무엇이든 머리에 새로운 무언가를 넣어주도록 하자. 그게 언젠가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잊어버릴 지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책 한 권 읽어서 무엇하나라도 남는다면 충분하고 누군가가 이야기했을 때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면 그걸로 족하다.

 

3. 좋은 말과 글, 논리는 좋은 책에서 나온다.

회사든 어디든 날이 갈수록 글을 잘 쓰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문장력이 우수한 사람들을 모아놓은 회사에 다니는 게 아니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문장 구사력이나 논리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많이 본다. 메일 하나를 보내도 왜 저렇게 썼을까 싶은... 회의할 때 말하는 걸 보며 왜 저렇게 말하나 싶은 그런 경우 말이다. 타고난 걸 수도 있지만(그런 경우라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책을 읽으면 나아질 수 있다.

 

확실히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은 문장 구사력이 다르다. 논리가 있고, 단어도 다르고, 표현도 다르다. 무엇을 읽었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사람들이 다독으로 책은 못 써도 문장은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장력, 논리력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원한다고 나아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에 맞는 노력을 했냐고 되묻고 싶다. (이걸 글이라고 쓰는 슈 과장도 읽은 책의 양 대비 대단히 잘 쓴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마저도 못 썼을 것이다.)

 

4.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책을 읽은 계기는 사실 대학생 때 했던 생각 때문이었다. 스스로 특수한 상황에 있다고 생각하고 너무 외로웠던 때가 있었다.(지금 생각하면... 그냥 사춘기가 안 끝났던 것 같다.) 쨌든, 그걸 주위에 이야기할 수가 없었고, 이야기하더라도 할 수 있는 횟수나 정도의 한계를 느꼈다. 이를 해결해보려고 일기도 쓰고 글도 써보고 했지만 감정을 풀어내기만 할 뿐 위로받지 못했다. 그래서 책을 찾았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어 보이는 주인공을 찾아서, 내가 겪는 감정과 비슷한 감정의 주인공을 찾아서... 아니면 내가 원하는 삶이나 모습이 그려진 책을 찾아서 서점을 몇 시간이고 돌아다니며 찾곤 했다. 그렇게 한 권 두권 읽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다른 사람의 삶을 그 사람의 관점에서 같이 살아본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인 것 같다. 나의 작은 세상을 키워주기도 하고, 나의 생각 말고도 얼마나 많은 관점들이 존재하는지를 알게 해준다. 누군가가 더 불행하다는 걸 보며 위로받는다기 보다 나와 같은 상황에서 누군가는 긍정적으로 이겨낸다는 것을 알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지게 만든다. 그리고 누군가가 이해받았을 때 내가 이해받았다고 느끼거나 나도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겠다고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렇게 책을 읽으면서 그 이야기들 속에서 나름의 소속감을 느끼곤 했다. 그 이야기에서 나온 현실의 나는 책에서 얻은 깨달음과 조금이나마 넓어진 마음으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상대방을 이해하며 살 수 있었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 외에도 한참 많다. 중요한 것은 그 명분, 이유, 핑계가 무엇이든 책을 놓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책과 블로그는 다르다. 글자를 읽는다고 다 같은 게 아니다.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건 누군가가 책 한 권의 단위에 엮어놓은 스토리를 읽는다는 것이다. 필요한 부분을 골라가며 읽으려고 하지도 말자. 책을 읽어보면 알게 되겠지만, 내가 새로 배우게 되는 것은 내가 찾아보려고 하지 않았던 부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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