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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아무리 대단한 사람도 실수를 하게 되어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라는 속담처럼 엄청난 실수가 반드시 있다는 뜻이 아니다. 그냥 사소한 말실수든, 오타든 아주 작은 '실수'에서부터 대형'사고'까지 다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실수하지 않는 방법'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실수를 인정하는 방법'이다.

 

'아니 왜?'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실수를 하지 않는 방법을 보고 주의하면서 실수를 줄여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내가 '잘못'한 일이 나에게는 '실수'일 수도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즉, 회사에서는 내가 실수를 하지 않은 것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나의 잘못 혹은 실수를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이걸 굳이 글로 써야 하냐고 또 묻는다면 이 역시 대답이 있다. 이제 직장생활 10년을 다 채워가는 과장인 나에게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실수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실수를 했어도 가끔은 나의 자존심이 내 입이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지적받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부끄러워서 숨고 싶어 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가 있었다.

나의 생각이 나의 연차에 비례했기에 어쩔 수 없이(?)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걸 그룹장님이 보고는 나를 불러서 너무나도 친절하게 가르쳐주셨다.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를, 내가 앞으로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당시 신입이었던 나는 그 이야기를 다 귀담아들으면서 어떻게 하면 혼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룹장님의 말이 혼내는 게 아니라 조언이라는 것을 안다고 그에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웃기게도 지금은 그때의 조언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저 그의 앞에 앉아서 무표정하게 네네 하고 있던 어린 나의 모습만이 떠오를 뿐이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부족한 나를 위해 조언해주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듣는 법과 배우는 태도를 보여주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던 때가. 그들의 말을 진지하게 들으면서도 혼나는 사람처럼 있지 않는 방법. 그들의 말에 감사하지만 경솔하게 듣지 않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방법을 찾아냈다.

 

 

1. 적절한 감탄사와 추임새를 섞는다.

 

멍하니 그들의 말을 듣기만 하면 표정이 저절로 무표정하게 되거나 정색하는 표정이 된다. 후배라면 그 분위기에 얼어붙은 걸로 보일 수가 있다. 그럴 때 듣는 말에 적절히 감탄사나 추임새를 넣으면 경청의 태도를 보여줄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선배가 "이게 말이죠, 이렇고 저래서 그러면 안 되는 거거든요. 오히려 요래죠래 해야 하는 거예요."라고 말한다면 나는 "아..."라든지 조금 친한 선배면 "오~" 나 "와~"를 넣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선배는 계속 이야기를 할 것이고 어떤 선배는 "대답에 영혼이 없는데!?" 하며 웃을지도 모른다. 어떤 상황에서도 누가 봐도 혼나는 후배는 없고, 선배의 조언을 경청하는 후배만 있을 뿐이다. ^^

 

 

2. (거짓말이라도) 실수/잘못한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감탄사와 추임새가 모두에게 쉬운 방법은 아니다. 리액션도 경험과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 것이고, 가끔은 그러기 너무 어려운 상대가 너무 앞에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그 이야기를 다 듣고 내가 대답할 차례가 되었을 때 내 실수 또는 잘못에 대해서 해명을 하면 된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설명해야 한다면 그래도 된다. 하지만 이 포스팅은 조언을 듣는 방법과 실수 또는 잘못을 인정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니 거기에 집중하겠다.)

 

"아, 제가 왜 그랬냐면요"로 시작하거나 "아 저는"하면서 시작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은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내용은 미처 생각 못했어요"라든지, "그런 방법이 있는 줄 몰랐어요"라고 마무리하는 것이다. 나의 실수 또는 잘못이 몰랐기 때문에 발생했음을, 그런 상황에서 나의 생각은 나만의 최선이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런 대답을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사실은 시간 낭비다. 그저 변명하는 나의 마음과 조언(잔소리)을 해준 상대방의 마음이 편하라고 넣는 하나의 대화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대화를 하라고 하는 이유는 상호 간의 이해를 성립시키기 위함이다. '그는 말했고 나는 들었다.'라는 증거 말이다.

 

 

3. 변명의 여지도 없다면 짧고 굵게, 쿨하게 인정한다.

 

보통 임원 보고에서 내가 쓰는 방법이다. 나의 보고나 생각에 잘못이나 부족한 점이 있는 경우 그걸 임원이 바로 잡아주시는 경우가 있다. 잘못 생각하면 지적, 고급스럽게 표현하면 챌린지라고나 할까. 그럴 때 임원에게 "아~"를 할 수도 없고, "제가 왜 그렇게 생각했냐면요,"하며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것은 거기에 있는 모두를 당황스럽게 하는 일이다. 임원의 말에 경청을 안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아~'하면 경솔해 보인다), 내 생각을 설명한다는 것은 그 자리의 사람들의 귀한 시간을 뺏는 일이다. 그럴 때는 아주 간단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그냥 쿨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임원의 지적) "그게 맞아? A가 아니라 B 아냐?"
"아. 맞습니다.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초특급 깔끔한 방법이다. 너무 깔끔해서 어이가 없어도 "지금 나랑 장난해!?"는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여기서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설명하면 이중으로 혼난다. "그러니까, 그게 맞냐고."라고 하면서 한번 더 까이고 결국 나는 "B가 맞습니다.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유일한 문제가 있다면, 그건 임원의 말에 지나치게 순종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냥 바로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 생각이 없어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럴 때는 아주 조금 더 길게 말하면 된다. 아주 조금만...

 

"아 맞습니다. (임원)님의 설명을 듣고 보니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나는 들었고 내가 잘못했다.'가 명확한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그냥 넘어가게 되어있다. 만약 보고서의 내용이 잘못된 거라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라든지 "다시 검토하고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면 된다. 중요한 건 그의 말이 나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었고 그게 바로 잡힐 거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10년 회사생활을 하면서 아직도 혼나는 일이 익숙하지가 않다. 지적을 받아도 나도 모르게 방어적으로 나올 때가 많다. 어쨌든 일이 PPT 보고서를 만들고 내 주장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니 말이다. 누가 지적을 하면 일단 방어를 하는 게 나의 의견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하게 되는 행동인 것이다.

 

거기다가 혼날 때 감정이 상하거나, 자존심이 상하거나, 자존감이 떨어질 때도 있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아, 이런 걸로 잔소리를 하다니', '아, 내가 왜 그걸 빠뜨렸지'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해서 그 안 좋은 감정을 잡고 다시 일을 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선배가 나를 위해 해주는 조언이다. 혼내는 것이 아니다'하며 마음을 다잡고 다잡곤 한다. 그래서 '무조건 감사한 마음으로 듣자'라고 생각하고 꾸벅 인사하고 웃어드리곤 한다. 그러면 그 마음이 진심이었든 아니었든 내 감정이 상하는 것으로부터 나를 지켜내는 데에 성공하곤 한다. 그리고 그 조언을 해주는 사람하고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가 있다.


실수를 안 했을 수도 있다. 내가 옳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어느 순간엔가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온다. 토론에 익숙한 사람이어도, 주위에 사람이 많아서 친화력이 좋아도, 사교성이 좋아도 의견 조율 끝에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인다는 게 쉽지가 않다. 그것도 나의 주장에 대한 챌린지 끝에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단순히 '점심에 짜장면 먹을까?' '좋아요!'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쓴 방법이 최선의 대화법이 아닐 수 있다. 나도 모르는 아주 색다른 사람이 이 글을 읽는 사람 주위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저 이 글의 요지, 포인트는 이런 상황에 대비한 나의 대화법 하나는 마련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태도 하나에 따라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냐 아니냐가 갈리기도 하고, 상사가 좋아하는 부하직원이 되냐 마냐가 결정되기도 한다. 

 

가끔은 방긋 웃으면서 무작정 '좋은 것 같습니다!'를 외치는 것도 답일 때가 있다. (딸랑딸랑~ 종소리가 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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