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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내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반대의 고민을 하겠지만... 이런 경우는 다루지 않도록 하겠다. 개인적으로 신비의 영역이라 어떻게 조언을 해줄 수가 없다.)

 

열심히 하는데 "저 열심히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기 너무 창피하고, 자연스럽게 티를 내자니 너무 어렵고. 그런데 말을 안 하면 티 내는 사람보다 일을 안 하는 걸로 보일까 걱정되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좋은 예와 나쁜 예를 같이 보여주면서 적정선에 대한 팁을 알려주도록 하겠다. 업무에 따라, 상대방에 따라 성공 여부는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참고해보고 먹힐 것 같으면 써먹도록 하자.


그 방법은 바로 '이메일'이다. 이메일로 업무 보고를 하는 것이다. 그것도 하루를 마감하는 시점에 말이다. 메일 본문에 '오늘 이거 했고 저거 했고 내일 이걸 할 거예요.'라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주라는 것이다. 겉으로는 하루를 마감할 때 업무보고를 하는 착실함이고, 속으로는 내가 오늘 얼마나 일했고 (메일 보내는 시간이 언제냐에 따라)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를 보여주는 치밀함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슈 과장은 오늘 7시에 업무를 다 했다. 퇴근할 때 보니 팀장님은 자리에 안 계셨다. 그래서 아웃룩을 열고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메일에는 오늘까지 작업한 PPT 파일을 첨부하고, 남은 작업이 무엇인지 써서 보냈다. 그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퇴근했다.

 

여기서 슈 과장이 전달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1. 첨부한 PPT 파일 (=여태까지 작업한 내용)

2. 남은 작업 (=내일 할 일)

 

그리고?

 

3. 이메일 보고 (=업무 종료 시간)

 

그렇다. 이메일의 장점은 보내는 시간이 찍힌다는 것이다. 내가 언제까지 일했는지 메일을 보면 바로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메일을 봐도 시간을 안 보는 사람들도 있다. 섬세하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발송 시간을 보게 된다. 왜냐, 그 이유는, 내가 출근했을 때 (내가 일하고 있지 않은 시간에 보낸) 메일이 와있기 때문이다.

 

'어? 내가 퇴근한 다음에 메일을 보냈네? 몇 시에? 어머나 7시!?' 

 

대충 이런 시나리오다.

 

 

자, 그러면 질문이 올 수 있다. 미심쩍다는, 이상하다는 반응. "7시에 일한걸 지금 일했다고 보여주기 한 건가요?"

 

"네"

 

여기서 주의사항과 나쁜 예가 나온다. 잘못 이용한 경우와 왜 그게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둘은 별개의 이야기지만 잘 이어서 생각하기를 바란다.


이야기 1.

작년에 있었다고 하는 이야기다. A 과장이 일을 늦게 마쳤다. 하지만 A 과장이 하루 종일 일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중간에 집에서 놀다가 저녁에 일을 다시 재개해서 새벽에 마무리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A 과장은 본인이 한 일을 메일로 B 차장에게 보냈다. 어쩌다 보니 메일에는 작업 시간이 새벽 1시가 넘어있었다. B 차장은 그걸 놓치지 않고 보았다. 

그리고 그는 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메일을 그. 대.로. 전달(FW)을 했다. 본인의 팀장, 그리고 그 위의 임원에게... 팀장과 임원이 그 메일의 꼬리를 읽었다면 아마 A 과장이 새벽에 메일을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꼬리가 달려서 가는 메일의 경우 모든 사람들이 시간을 확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B 차장은 후배인 A 과장이 늦게까지 일했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그런 행동을 했다며 선배로서 스스로를 추켜세웠다고 한다.

 

이야기 2.

몇 년 전의 이야기다. 당시 팀장이 슈 대리(그렇다. 내가 대리였을 때의 이야기다)에게 PPT로 어떤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슈 대리는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보았으나 팀장님이 만족하는 효과를 만들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팀장님은 도저히 안 되겠는지 (그걸 포기하지 않는 고집...) 슈 대리에게 C 과장에게 연락해서 부탁하라고 했다. 이 장표가 그 날까지 작업이 완료되어야 했는데 오후 5시였다. 업무시간이 다 끝나가는 것을 보며 팀장님에게 조심스럽게 "하지만 곧 퇴근시간인데요?"라고 물었다. 슈 대리가 하기 싫다는 게 아니라 C 과장에게 연락하기에 부적절하다는 것을 뜻했다. 하지만 그 조심스러운 질문에 팀장이 했던 대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괜찮아. C는 늦게까지라도 해줄 거야."

자, 이 두 이야기를 조합해서 얻어가야 하는 교훈이 무엇일까? 늦게까지 일하는 것을 보여주는 참된 사랑을 실천하는 선배가 되자? 메일로 늦게까지 일한 걸 알리는 참된 PR을 하자? 능력을 인정받아서 팀장에게 지목받는 능력자가 되자?

 

이 이야기의 교훈은 이거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적정선을 지켜야 한다.'

 

내가 새벽까지 일해서 주면 사람들은 내가 새벽까지 일한 기특한 사람이라고 인정해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들은 내가 새벽까지도 일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해버린다. 어느 순간에 나의 야근과 새벽 작업은 그들에게 고맙지만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야근과 심야근무에 보상을 받으면서 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습관이 되어서 좋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 그런 사람으로 인식될 이유도 전혀 없다.

 

오늘 퇴근하면서 7시에 메일을 보낸 이유는 두 가지다. 오늘 한 일을 공유하기 위함이었고 두 번째는 남은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7시까지 하고 퇴근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만약 기한이 오늘이었다면 이는 부적절한 행동이었겠지만 그런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7시까지 조금 더 일을 하는 것을 선택했으나 야근하면서까지 마무리하진 않기로 한 것이었다.


내가 일한 것을 보여주는 일은 중요하다. 놀랍게도 같은 작업을 해도 사람들은 야근하고 밤샘을 하면 그 가치를 더 인정해주곤 한다. 하지만 내가 그 야근과 밤샘하면서 잃어버리는 건강과 시간을 생각하면 그 칭찬은 매우 가치가 없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시간이 되면 칼같이 끊고 퇴근하는 사람이 되자. 하지만 납기 준수는 목숨보다도 소중하게 해야 한다. 그 둘의 적정선을 찾기는 어려울 수가 있다. 그럴 땐 평소에 일찍 다니고 마지막 날에 밤새는 쇼맨십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 "쟤는 업무시간을 칼같이 하는데 그래도 납기는 맞춰"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니까.

 

결국 이 모든 것들이 앞으로 나의 일하는 스타일을 좌우하게 된다. 치밀하게 계산하고 행동하자. 가끔은 내가 밤새 일한 것을 누구도 모르게 할 필요도 있다. 손해 같지만, 나중에는 밤새는 일에는 나를 부르지 않는 것을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쟤는 밤샘 못해. 다른 애 시켜.)

 

그때 슈 과장에게 감사하자.

Your welcome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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