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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말하지만, 일을 못하는 사람과 같이 일하면 여러 가지로 정말 힘들다.

 

<지난 포스팅>

2020/06/01 - [슈르의 오피스라이프/오피스라이프 팁] - 최악의 직장 동료는 일 못하는 사람이다

 

최악의 직장 동료는 일 못하는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슈 과장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성격이 나쁜 사람도 아니고, 정치적인 사람도 아니고 '일을 못하는 사람'이다. (참고로 신입사원이나 그에 가까��

ebongshurr.tistory.com

그런데 또 그 많고 많은 유형들 중에 '메일 전달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과 일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지난 포스팅과 동일한 사람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메일의 '전달' 기능에 대해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메일을 사용해서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느 메일 서비스를 이용하든 '전달'이라는 기능이 있다. 이 '전달'이라는 기능은 기본적인 전제가 그 메일에 있는 모든 내용을 그대로 사용자가 지정한 메일 주소로 보낸다는 뜻이다. 그래서 '전달'이라는 기능을 누르면 메일 제목은 기존 메일 제목 앞에 FW(Forward)가 붙게 된다. 물론 그 내용에 본인의 메일을 쓸 수 있도록 별도의 공간도 마련이 된다. 내 코멘트나 메일의 내용을 쓰고 밑에 내용은 그대로 전달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회신'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회신' 기능을 누르면 그 메일의 모든 내용이 그대로 꼬리로 달리고, 사용자가 본인의 메일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동일한 기능이다. 놀랍게도 본문만 따지고 보면 같은 기능 같을 수도 있다. 하지만 차이는 수신인과 참조인에 있다. '전달' 기능을 누르면 수신인과 참조인이 다 비워져 있다. '회신'을 누르면 메일을 보낸 사람에게 답장할 수 있도록 수신인에 그 사람 한 명이 들어가 있다. '전체 회신'을 누르면 보낸 사람이 수신인으로, 참조인들은 다 동일하게 참조인들로 들어가 있다. 그리고 회신은 제목에 RE(Reply)가 붙게 된다.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이 일이 발생한지는 조금 되었다. 급하게 어떠한 상황을 보고해야 했던 A는 상황의 전달을 정확하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니면 모든 상황에 대해 본인의 책임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일 못하는 사람의 속마음은 알 길이 없다.) 중요한 것은 그는 경과보고를 하기 위해 '메일을 전달'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어느 날 메일이 날아왔다. 수신인은 팀장님이었고, 임원과 슈 과장이 참조인이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팀장님에게 하는 보고라고 A가 정했던 거였으니 그건 본인의 자유였다. 물론 팀장님에게 어떤 심리적인 압박을 주거나 하는 게 아니고선 참조에 임원을 넣을 이유는 없었다. 근데 슈 과장을 화나게 했던 것은 수신 참조가 아니니 그건 언급하지 않기로 하고, 내용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다. 내용이 한심했다. 다음과 같은 이유들로...

 

1. 전달하는 메일의 본문에 '내용'이 없었다.

보통 경과보고든 전달을 하든 임원이나 중요한 사람에게 보낼 때는 본인이 메일의 본문에 요약을 하거나 보고 내용을 작성하기 마련이다. "여태 어떻게 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할 예정입니다"라는 식의 '본인의 보고'가 들어간다. 그리고 자세한 상황의 이해를 위해 아래 메일을 참고하라는 식으로 전달한다. 하지만 A는 본인의 보고를 아예 생략하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메일의 본문에 '(남의 팀) 의견 공유해드립니다.'라고 써버렸다.

 

결국 그 모든 걸 확인하기 위해 3개의 메일 꼬리를 읽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하단까지 스크롤해서 읽고, 그 위의 메일을 읽고, 그 위의 메일을 읽어야 했다. 

 

2. 전달되는 메일의 내용이 공식적인 메일이 아니었다.

보통 전달되는 메일은 첫 메일부터 끝 메일이 다 업무 메일인 경우가 많다. 그게 적절하고 그게 정상이니까. 하지만 모든 메일을 모두가 업무 메일로 작성하진 않다. 예를 들면 후배가 선배에게 보내는 메일에는 구어체가 들어갈 수도 있고, 이모티콘이 들어갈 수도 있고, 비속어가 들어가기도 한다. "모르겠어요 ㅠㅠ" 이런 문구들 말이다. 그건 메일이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고 1:1로 보내는 메일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데 보통은 이런 메일을 업무용으로 전달하지 않는다. 

 

재밌는 건 사원이 사수에게 그런 메일을 보냈고, 사수가 그걸 자기 팀장에게 보냈고, 그리고 그걸 A가 (사수에게서) 전달받아서 본인 팀장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 불쌍한 사원은 본인이 "모르겠어요 ㅠㅠ"와 같은 내용을 쓴 메일이 남의 팀 팀장에게 간 것을 상상도 못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우리 팀장님의 참조인에는 그 부서 사람들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메일을 전달한 A가 못 마땅했다. 그렇게 공식적이지 않은 메일을 본인 업무 메일로서 활용했다는 것이 웃겼다. 마치 내가 점심 먹으면서 "그럼 그렇게 할까요?"라고 웃으면서 농담한걸 진지하게 듣고 재확인하지 않은 채 의사결정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이 발생한 기분이랄까... 이건 그 메일을 썼던 그 사원에게 못할 짓이었고, 그 메일을 업무 메일로 활용해서 읽게 한 우리 팀장을 존중하지 못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가 '그 부분의 메일에 손을 대면 그 전달의 의미가 사라졌을 테니 그래서 수정하지 않았다'라고 변론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메일의 내용을 나의 보고 내용으로 재작성한다면 문제는 전혀 없었을 것이다. '전달'이라는 기능을 선택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3. 참조인에 전달되는 메일을 작성한 당사자들이 다 생략되었다.

이 메일을 작성한 사원과 그의 사수는 참조인에 없었다. 그가 자기 팀장과 임원에게 무엇을 어떻게 보고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나의 말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면서 그걸 나에게 말해주지 않는 상황인데, 말이면 그럴 수도 있지만 '나의 보고가 전달되는 상황인데 몰랐다?' 이건 민감한 부서에서는 싸울 수도 있는 일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 메일에서 적어놓았던 내용들이 얼만큼 중요하고 얼만큼 보안이 강하게 지켜져야 하는지는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다. 나의 팀장과 지켜지는 보안과 남의 팀장과 지켜야 하는 보안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나의 팀장님께는 뭐든 다 이야기해도 남의 팀장에게는 아무 이야기도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게 팀이라는 것이다.

 

근데 A는 본인이 회사의 소속이고 팀의 소속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게 얼마나 그 팀의 입장과 그 사수의 입장을 난처하게 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함부로 행동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올바른 것은 무엇이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1. 그 메일의 내용을 다시 정리해서 보고하는 방법

그들의 의견이 어디까지고 나의 의견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히면서 본이니 본 거, 들은 거, 읽은 것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증거나 근거자료를 달라고 하면 그때 그 메일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2. 메일을 보내지 말고 보여주며 보고를 하는 방법

팀장 보고는 꼭 메일로 할 필요가 없을 때가 많다. 회의실에서 할 수도 있고, 차를 마시면서도 할 수 있고, 그냥 유선으로 할 수도 있다. 만약 이 메일을 보여드리고 싶은 거라면 회의실을 잡고 그 메일을 보여드리거나, 차를 마시면서 보여드려도 된다. 중요한 것은 어딘가에 그 자료를 보낸 것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 것이다.

 

이게 멋지고 훌륭한 방법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 사실을 상대팀에서 알려고 해도 근거가 없고 팀장에겐 필요한 히스토리 정보가 다 전달된다는 점에서 괜찮다는 것이다.

 

3. 팀장에게 메일로 보내고, 참조에 당사자들을 넣는 방법

당사자들이 개인적인 메일을 보내서 기분 나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팀장에게만(임원 참조는 제외한다는 뜻이다) 메일을 보낸다면 명확하게 어떻게 전달되었는지 당사자들이 알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괜찮을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뒤통수치는 기분이 들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허위 보고가 될 확률도 낮고 팀과 팀 사이에 오해가 생기는 일이 사라지는 것이다. 잘하면 진정한 협업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확실히 메일을 보내는 일은 어렵다. 그것도 좋은 메일 툴을 쓰면 쓸수록 편한 기능들이 사람을 게으르게 만들어서 더더욱 메일 제대로 보내기를 어렵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메일에서 발생하는 실수는 어디까지 소문이 날지 모르는 일이고 누가 얼마나 그 메일을 나도 모르게 전달할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다소 회의감이 들더라도 주의하면서 보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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