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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에서 다룬 사회적인 현상/트렌드의 이야기는 재밌었다. 여러 가지 신조어도 알았고 사람들이 어떤 감정과 생각으로 어떤 일들을 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어떤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누군가가 그간 있었던 기사를 한 번에 요약해 준 것 같았달까. 그런 점에서 감사한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매 주제마다 90%까지 끌어올린 몰입과 공감을 한 번에 튕겨냈다. 그걸 매 주제마다 하다 보니 나중에는 방어적으로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런고 하니, 모든 이야기가 다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와 정치/사회적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1장 [ 갓생 ] … 어른 되기 어려워진 시대에 어른 되는 법
2장 [ 배민맛 ] … 현대인의 필수 MSG
3장 [ 방꾸미기 ] … 누구나 예쁜 집에 살 수 있다는 달콤한 말
4장 [ 랜선 사수 ] … 그 많던 사수는 누가 옮겼을까
5장 [ 중고 거래 ] … 명품 가방부터 판매자의 노동력, 이웃까지 팝니다/삽니다
6장 [ 안읽씹 ] … 톡포비아,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넘어
7장 [ 사주 풀이 ] … 나를 위로해줄 대안 종교의 시대가 도래했노라
8장 [ 데이트 앱 ] … 우리의 욕망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9장 [ #좋아요 ] … #외로움 #중독 #사회

 

이게 이 책의 목차다.

 

나를 비추어 보자면, 난 갓생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고, 배민은 한 달 이용해 봤고, 방꾸미기를 위해 뭘 산 적이 없고, 랜선 사수는 없고, 중고 거래는 스벅 프리퀀시 굿즈 2번 팔아본 게 전부고, 카톡은 아주 잘 읽는 편이고(그에 따른 부담도 없고), 사주 풀이는 1년에 1번 할까 말까, 데이트 앱은 써본 적도 없고, 좋아요를 받으면 좋아하지만 좋아요를 받기 위해 특별히 노력한 적은 없던 것 같다. 

 

그런 내가 보이게는 이 모든 주제들은 그저 단순 사회적 현상일 뿐이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우리를 대변하는 몇 개의 서비스일 뿐, 우리의 심리를 어떻게 조장하거나 우리로 하여금 '중독'되었다고 하기는 다소 어려운 아이템들이다. 

 

이 책에 대한 감상을 길게 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그런 이유에서다. 우리는 그저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새로운 것을 이용해보고 싶은 호기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저 책에서 정리한 다채로운 행동들을 했을 따름이다. 그리고 이 서비스들로 인해서 플랫폼 노동자가 나오는 것도, 보이는 것에 신경 쓰는 사람들이 생기고, 좋아요에 집착하고, 외모에 신경 쓰고, 이웃 간의 도움도 돈으로 환산하게 된 것도 이 서비스들의 잘못은 결코 아니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단순히 가격이 형성되는 원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의 이익을 위해 행동을 할 것이고 그게 사회적으로 특정 상품/가격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그게 요즘에는 더 잘 '보이려'는 사람들의 행동과, 모든 것이 상품이 되는 사회가 되었을 뿐이다. (그게 나쁜가?) 그리고... 이 책을 쓰신 분이 사회적 문제제기는 잘하시고, 현상에 대한 조사는 잘하시는 것 같지만, 비즈니스는 잘 모르시는 것 같았던 게... 저 위에 있는 서비스들 중에 우리의 그 '중독'으로 인해 돈을 긁어모은 곳은 없었다. 사람을 끌어모아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다면 몰라도.


결론은, 우린 열심히 사는 걸 좋아하고 새로운 걸 좋아하는 것이지 중독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저 어쩌다 중독이 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뿐, 그리고 그게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고... 전반적으로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좀 더 좋았다면 좋았을 것 같다. (차라리 "그래서 뭐 어때? 좋으면 됐지"라고 했으면 가뿐하기라도 했을 것 같다.)

 

2023.07.24 22:43

읽은 날 :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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