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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으로 찾아서 구매한 도서는 아니었다. 교보문고에서 이벤트로 걸려있는 도서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여러권 중에 가장 읽고 싶어서 야심차게 응모해서 당첨되어서 재작년에 따끈따끈하게 내게 도착했던 책일 뿐이었다. 펭귄을 좋아하는 언니를 위해 신청했는데 의외로 시큰둥한 반응을 받고 사진과 그림만 짤막하게 흡수된 채 여태까지 내 책꽂이에 고이 잠들어있었다. 그런 책을 몇 일 전에 꺼내어 들었다.

 

정말이지, 이렇게 미안할 수가 없었다. 이런 좋은 책을, 이렇게 벅찬 감동을 주는 책을 책꽂이에 방치해두었다는 게 김진만PD의 다큐를 열심히 챙겨보지 않고 넘어가버렸다는 게 정말이지 여러가지로 너무 미안해서 책을 읽으면서 후회하고, 그러다가 내용이 너무 좋아서 한참을 웃어재꼈다. 

 

김진만PD가 이런 나를 보면 "요놈, 웃긴 놈이네?" 했을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고개 숙이고 피식 웃어버리기도 참 여러 번 했다.

 

책은 너무 진지하게 얘기해서 "다큐 찍냐?"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그러면서도 김진만PD가 자연, 사람, 그리고 세상에 담긴 애정을 고스란히 다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진정성이 묻어나오도록 작성이 되었다. 중간중간 들어있는 사진들과 일러스트는 그가 본 세상을 잠시나마 같은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고 김진만PD라는 사람을 그 세상에 넣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김진만PD의 말재주와 글재주가 정말 남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나 싶으면서도 그 직설적임이 외설적이지 않고 오히려 순박할 정도로 보기 좋아서 그의 모든 말장난과 짓궂음에 반하게 했다. 이런 사람들이 우리나라 휴먼다큐PD들이라면 내가 사는 사회가 너무나도 아름답게 비춰지겠구나 싶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기꺼이 꾸밈없이 보여줄 것 같아졌다. 그리고 그의 다큐를 통해 나 역시 사회를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으로 보게 될 것 같았다. 정말이지. 어쩌면 세상에 둘도 없을 PD인지도 모르겠다.

 

여담이지만, 김진만PD가 결혼하지 않았다는 걸 보면서 나이를 찾아보고 여전히 미혼이신지 찾아봤다. 이런 남자라면 어떤 여자가 마다할까 싶었다. 어쩌면 자기 여자에겐 소흘한채 세상으로 외박하러 뛰쳐 나가버리겠지만 (그래서 아직 미혼이실지도...) 그래도 그런 남자라 한숨 쉬면서도 피식 웃어버릴지도...ㅎ

근데 나랑은 나이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슬쩍 포기해버렸다...

 

내가 2년을 미루고 미뤄서 이제서야 펼쳐보았던 만큼 읽는데에 늦어진 시간만큼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이다. 왜 2년을 이 책에 비해 더 가치가 없는 책을 읽느라 시간을 버렸는지 스스로 후회가 될 정도로 (물론 좋은 책들도 있었지만) 정말 추천한다.

 

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본받아서 나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세, 세상에 즐거움, 웃음을 피어나게 하는 마음가짐, 그리고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언제나 가지며 살아갈 것을 다짐해본다.

 

나중에 우연히라도 만나게 된다면 내 이야기를 귀기울이며 들어줄까. 어떤 태도로 어떤 눈빛으로 들어줄까. 난 충분히 흥미로운 사람일까, 김진만PD가 흥미로워 할만큼 그런 가치있는 인생을 살고 있을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내 삶도 그의 눈에 아름다워 보였으면 좋겠다.

 

2014. 6. 16.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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