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전화 거는 법과 받는 법에 이어서 오늘은 그 통화 내용 관리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지난 포스팅 참고
2020/03/17 - [오피스라이프 팁] - 회사에서 전화 받는 법
2020/03/18 - [오피스라이프 팁] - 회사에서 전화 거는 법
내가 적는 내용이 다소 과해 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고 사람의 일이라는 게 나의 생각과 다르고 상식이라는 것도 사실 없는 게 많다. 내가 다치지 않으려면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세상만사가 운전과 비슷하다. 내가 운전을 잘한다고 해서 사고가 안 나는 게 아니다. 도로교통법 준수하며 잘 달리다가도 사고가 나는 게 운전이다. 차 안의 블랙박스가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현재에서 전화 통화는 그냥 흘러가버려도 되는 걸까?
업무상 나눈 통화 내용을 녹음해둬야 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다. 단순하고도 도움이 되는 이유부터 과하다 싶지만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이유까지 한번 정리해보겠다.
1. 통화로 나눈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정말 단순한 이유다. 업무지시를 받았든, 이야기를 통해 결정을 했든, 무언가 설명을 들었든 간에 통화의 내용이 길어졌다거나 번복이 많았거나 하는 경우 그 내용을 잊는 경우가 발생한다. 놀랍게도 슈 과장은 업무상 나눈 통화 내용까지도 회의록의 형태로 정리한 적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통화 내용을 다시 들어야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녹음하지 않았다면 그걸 기억해내기도 힘들었을 것이고 통화한 사람이 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둘이 기억해내지 못하거나 기억이 다른 경우 조금 시끄러워질 수가 있다. 이런 경우에 통화 내용을 녹음해두었다면 깔끔하게 해결이 된다.
2. 상대방에게 말하는 나에 대한 말하기에 대한 조심성이 생긴다.
실제로 내가 하는 통화의 내용이 녹음이 된다는 걸 아는 시점과 아닌 시점의 말하기가 조금 달라진다. 통화의 내용이 쉽게 날아가버리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면 사람의 말이 다소 가벼워지거나 과장(Bluffing)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는 말이 들어가며 마치 백지 수표를 내밀어도 문제가 없는 말투가 생길 수가 있다. "걱정 마세요~ 다 책임질게요~"하는 그런 말. 회의록도 없겠다, 통화 나눈 사람 외엔 아무도 모르겠다 하며 말하는 실수들. 하지만 내가 녹음이 된다는 걸 알고 이게 언젠가 쓰일 수 있다는 걸 아는 순간 말하기가 조금 달라진다. 역으로 상대방이 진심을 말하게 하거나 상대방의 백지수표를 녹음하는데 쓰기도 한다. 그러면 나에게 유리한, 회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야기하는 데에 집중하는 나를 만나게 된다. 물론, 내가 말실수를 하거나 불리하게 한 경우 미리 삭제해버릴 수도 있다. ^^
3. 법적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 협력업체에게 제안서 작성을 요청해야 했던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협력업체에게 제안서 작성을 요청할 때 일정 대가를 지불하게 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안서 작성 요청에 대한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는 절대 제안서를 받아서는 안 되는 사내 규정이 있다. 나는 그걸 사전에 알고 있었고 그 상황에 대해서 협력업체에게 충분히 설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협력업체에서 참고 자료라면서 업체의 소개자료를 나에게 메일로 보내준 사건이 있었다. 협력업체는 그 규정이 얼마나 큰 일인지 인지를 못했던 것이다. 그 규정이 사내 규정이었기 때문도 있었고 관행적으로 협력업체는 대가를 지불받지 못하고 자료를 만들어져 제공하는 것이 영업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징계를 받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걸 관련 부서 사람이 나와 같이 메일로 받았고, 그 순간 바로 나에게 연락이 왔었다. 계약 전에 자료를 왜 받았으며 해당 자료가 제안서인지에 대해서 물었다. 다행히 협력업체 사람과 나와 동일하게 제안서가 아니며 참고자료라고 해명을 해서 넘어갔다. 만약 그걸로 증거가 불충분했다면 통화 녹취 내용을 증거로 제출하려고 했다. 그게 없었다면 어쨌을지 간담이 서늘했다. 녹음에 대해 감사했다.
4. 부당한 업무 지시에 대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다.
이 이유가 사실 내가 통화 녹음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었다. 뭔가 꺼림칙한 일, 불법인 일, 알면 고객이 분노할 일, 소송 걸릴 수도 있는 일을 나에게 지시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나중에 문제가 되었을 때 윗사람이 시켜서 그랬다고 말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행동을 한 내 책임이 될 것이 자명했고, 그렇게 말해도 나를 지켜줄 사람이 나밖에 없었을 게 뻔한 상황이었다. 윗사람이 시킨 건 다 아는데 그게 왜 증거가 될 수 없냐고 물었을 때 조언을 준 직장 동료가 나에게 해준 말이 나를 깨닫게 했다. "윗사람은 이렇게 말할 거야. '내가 불법적인 일까지 하라고 한 적이 없다. 열정이 지나쳐서 과하게 한 것 같다'라고 말이야." 그때 "아, 나는 내가 지켜야 하는구나."라고 깨닫고 그 날부터 모든 통화 내용을 녹음했고, 상사가 부를 때면 항상 녹음기를 켜고 이야기를 하러 갔었다. 내가 지시를 받으면 할 수밖에 없지만, 내가 하게 되더라도 지시받은 내용만 할 것이고 그 증거 없이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지시받은 일마저도 상사를 속여서 한 것처럼 포장할 수 있으면 하겠다고...
다행인 건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었다. 직장 동료가 나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하라고 조언을 해준 덕분에 그 일에 연루되지 않고 지나갔다. 그래도 그 일을 교훈 삼아 항상 녹음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잠도 못 잘 정도로 무서운 하루하루였다.
다행히 통화 녹음을 위의 1번 이유를 제외하고 사용해본 적은 없다. 그래도 항상 2번, 3번의 일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꾸준히 녹음을 하고 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항상 녹음을 눌러? 상대방 동의를 구해? 슈 과장은 우선 자동으로 모든 녹음이 되게끔 앱을 설치해서 이용한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녹음이 되고 있다는 걸 알려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건 콜센터에서 녹음하는 것과 다르다. 나의 통화 내용을 내가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슈 과장이 사용하는 앱은 T전화다.
그렇다. 그 T전화다. SKT에서 만든 기본 전화 앱.
T전화 메뉴로 들어가면 '통화 자동녹음'이라는 기능이 있다.
여기서 '자동녹음'을 '켜짐'으로 하면 내가 하는 모든 통화 녹음이 자동으로 녹음이 된다. 그리고 핸드폰에 차곡차곡 쌓여서 '통화 녹음 목록'에 쌓이게 된다. 원하면 기간별로 지울 수도 있다. 근데 아직까지 슈 과장은 지워야 한다고 알람이 오지 않았다.(저장공간이 부족하면 알람이 오도록 설정을 해놓았다.)
애플 iPhone 사용자들은 해당 기능이 안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확인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어느 핸드폰을 쓰든 위의 1~4의 위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해당 기능을 지원하는 앱을 설치해서 사용하기를 바란다.
전화도 블랙박스가 있어야 한다.
※ 참고로 일부 회사는 보안 앱을 설치하는 순간부터 근무 공간 안에서는 녹음 기능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이건 T전화든 뭐든 녹음 기능이 다 막혀버린다. 이런 경우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상대방도 녹음 못한다 ^^ (대표적인 곳이 KT의 보안 앱이다. 카메라도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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