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회사에서 존중받고 있다는 증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슈 과장도 아직 짬이 그런 걸 쉽게 논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꼰대'나 '라떼'가 되기 전에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오늘 적어보기로 했다. 참고로 이 포스팅은 다음 '회사에서 존중받는 방법'의 후속 포스팅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우선, 시작은 전제다. '존중받는다'라는 것이 무엇일까. 슈 과장은 이렇게 생각한다. 상대방이 나라는 사람이 하는 일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고급스럽게 말하면 그런 것 같다. 쉽게 말하면? 상대방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것. 그 사람이 상하관계의 사람이든, 계약관계의 사람이든 간에 그 모든 것을 떠나서 결국 상대방이 아쉬워하며 부탁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 '아, 당신이 나를 인정하고 존중해주시는군요'라는 느낌이 비로소 들게 한다. (말해놓고 보니 다소 사이코패스의 발언 같이 되었지만 그렇지 않다고 우기겠다.)
슈 과장이 상대방에게 존중받는다고 생각할 때는 이런 때이다.
1. 내가 말하면 들어주고 반영이 될 때
회의를 할 때든 무슨 이야기를 할 때이든 내 의견을 이야기하고 건의를 했을 때 그게 묵살되거나 비판받지 않고 진지하게 고려되고 반영이 될 때 내가 존중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더 나은 의견을 내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그게 최종적으로 반영이 되는 게 맞지만, 가끔 누군가의 의견은 말하자마자 묵살이 되는 게 보일 때가 있다. 존중받는 사람의 의견은 정중한 거절이 오더라도 묵살되진 않는다. 설령 그렇게 하더라도 그렇게 느끼지 않도록 상대방이 배려해서 말한다.
2. 부탁이 들어올 때
신입사원에게는 '부탁'을 하지 않는다. 부탁의 말투로 일을 지시할 수는 있지만 그건 부탁이 아니다. "김 신입 씨, 부탁이 있는데요..." 이건 절대 부탁이 아니다. 부탁이라는 것은 나에게 '거절'이라는 옵션이 있다는 뜻이다. 해줄 필요가 없는 일의 요청이 온다는 것이다. 내가 자세를 다소 편하게 앉아서 웃으면서 고민해보겠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상대방이 감언이설을 해가면서 부탁을 하는 그런 상황, 맛있는 밥을 사주는 상황, 따뜻한 커피 한잔 내어주면서 이야기하는 그런 상황. 이런 상황 속에서 내가 (마음은 불편하더라도) 선택지가 있을 때, 나는 존중받고 있는 것이다.
3. 나라는 존재가 긍정적으로 소문이 날 때
정말 힘든 프로젝트 하나 끝내고 나온 이후, 그때도 내 파트에서는 '우리 회사에서 슈 과장이 유일'했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도 장기 휴가를 갔었는데 돌아왔을 때 여러 곳에서 연락을 참 많이 받았다. 설명을 해달라는 둥, 질문이 있다는 둥, 그렇게 여러 곳에서 나를 찾았었다. 그리고 나를 찾음과 동시에 어떤 누군가에 대해서는 '그 사람하고는 일하지 말라'는 평가도 돌아다니고 있음을 회사에 복귀하고 나서 알았다. 그리고 새로 만나는 사람들이 내가 인사를 하면 "이름은 많이 들었어요"라고 대답해주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아, 내 고생이 이렇게 돌아왔구나'하며 좋았던 기억이 있다. 이름을 많이 들었다는 것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들어있었다.
4. 휴가를 노터치 할 때
이건 매우 중요하다. 신입사원일 때는 팀장님이 지정해주는 날짜에 내 연차를 내고 쉬었다. 사실 언제 쉬어도 되는지 모르겠어서 그냥 윗사람 눈치를 본 게 전부였다. 있는 휴가라고는 4일인가 밖에 없었기 때문에 더욱 어려웠다. 그래서 상사가 쉬는 날에 나도 같이 쉬었다. 상사가 없는 날에 나를 돌봐줄 사람도 없었고 나도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면서 나도 내 일정이 생기기 시작했고, 연차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법적 근로 연차는 거의 그대로였다.) 그럴 때마다 장기 휴가를 갔는데, 놀랍게도 그 휴가에 대해 터치를 한 적이 없었다. 주위에서 나를 제일 부러워할 때가 딱 한 가지 있는데, 그게 나의 휴가다. 믿거나 말거나 지금도 3월 2일부터 휴가를 시작해서 4월 2일에 다시 출근할 예정이다. 내 하루 정도 나의 필요에 의해 출근했고 이번 주 금요일에 설명할 게 있어서 나가는 거 외엔 일체 터치가 없었다. 주위에선 "회사에서 그러고도 너를 안 자르니?"라고 말하지만, 회사는 기다려준다. 묵묵히. 일이 많아도 어떻게든 견뎌내며, 내 휴가 중에 최대한 연락을 안 하기 위해 애를 쓰며 말이다. 서로가 아는 것이다. 일을 해야 하는 기간에 일에 전념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의 휴가는 온전히 나만의 휴가로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사실 이것 말고도 어쩌면 많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기준이 무엇이든 간에 내가 존중받고 있는지를 언제나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존중받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면(의견이 묵살된다든지, 일을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찍어 내린다든지, 회사에 꽤 오래 다녔는데 누구도 나를 모르거나 나쁘게 알려졌다든지, 휴가를 가겠다고 할 때 별 이상한 소리가 다 주석처럼 따라온다면), 그때는 잘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필요하면 내가 변해야 한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존중받는 방법'에 대해 포스팅을 해보겠다. 한 달이나 쉰다는데 노터치하고 다 보내주는 직원의 이야기라면 한번 들어볼만하지 않나요? (호호) 다음 포스팅 기대해주세요~
'슈르의 오피스라이프 > 오피스라이프 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의록 제대로 작성하는 방법 (2) | 2020.03.30 |
---|---|
내가 회사에서 존중받는 방법 (0) | 2020.03.27 |
업무 통화 내용은 만약을 위해 녹음을 해두자 (0) | 2020.03.23 |
임금 정액제와 정률제의 차이와 장단점 (0) | 2020.03.20 |
회사에서 전화 거는 법 (0) | 2020.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