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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특별히 이야기해준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자칭 '프로칭찬러'다. 주변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칭찬을 해주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shower someone with compliments'라는 표현을 좋아할 만큼 지나치다 싶을 수준의 칭찬을 많이 하는 편이다. 누군가는 아부성 발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정작 후배가 나를 칭찬하면 '영혼이 없는데요?'라고 말하며 웃으면서 도망가지만) 칭찬이 결코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칭찬을 아낌없이 하는 편이다.

 

이 포스팅을 읽는 분들은 칭찬에 인색하지 않은 분들이었으면 좋겠다. 만약 칭찬의 장점에 대해 실감이 안 난다거나(왜 해야 하죠? 제가 더 잘났는데?), 방법을 모르겠다면 (하고 싶은데 뭐라고 해야 하나요?) 이번 포스팅에서 나름의 방법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바랍니다 ^^ 정중 모드)


칭찬의 장점...

 

 

1.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주위에 둘러보면 칭찬할 게 없어 보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정말로 칭찬할 게 없을 수도 있다. 아무리 찾아도... 하지만! 칭찬의 기준을 낮추면 모든 일이 쉬워진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서 끌어내고 싶은 능력에 대해서 칭찬을 해주면 그 능력을 활용하는 사람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가끔 일어나는 기적이지만, 그렇다고 시도를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일례로, 우리 회사에는 자기 과시를 매우 좋아하는 분이 있으시다. 기술적으로 본인이 많이 알고 잘 알고 전문가라는 걸 엄청 자랑하시는 분이 있다. 전문 부서 사람보다도 더 잘 안다고 하실 때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을 우리가 그렇게 보느냐?라고 물으면 아니다. 남이 모르는 걸 비판하기만 하고 정작 본인의 실력을 일에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가 나쁜 사람의 유형에 '잔소리하는 사람'이라는 사람이 바로 이 분이다.

 

그런 이 사람에게도 장점이 있다. 기술적인 내용을 잘 안다는 것이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증명이 되진 않았지만) 그걸 칭찬하면 그 사람도 일을 하게 된다. 이 사람에게 어떻게 칭찬을 하는지 한번 보도록 하겠다.

 

잘났다는 사람 : "아, 그 부서 사람들이 계속 안 되는 걸 된다고 하잖아. 그러면 문제 생긴다고"
슈 과장 : "아 그래요? 전문부서인데 그 사람들이 그걸 모른다는 말이에요?"
잘났다는 사람 : "그래, 모른다니까. 실제 해본 적이 없으면서 말로만 하는 거지."
슈 과장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나쁜 대답 : "아 그럼 부장님이 하면 되겠네요."
좋은 대답 : "아 그럼 부장님이 나서야겠네요. 전문가가 말해줘야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사고 치면 어떡해요."

 

이 차이가 텍스트로는 잘 안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럼 네가 (일)해라"라고 하는 것과 "능력자인 당신이 나서 줘야 해요~"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러나저러나 일하기 싫고 나서기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끝내 일을 안 할 수도 있지만, 개인 성향이 자기 자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랑을 들어주는 사람하고 이야기하고 싶어서라도 계속 와서 말을 걸고 가끔 커피도 사주고 그러는 법이다 (맨입으로 자랑을 할 수는 없으니).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길들여지면 정말로 본인이 나서는 순간을 목격할 수가 있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해주기로 했어"라는 말을 듣고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모른다. 물론 그 대답을 듣고 폭풍 칭찬(오구오구)을 해드렸다.

 

 

2. 나를 칭찬한 사람을 욕하는 사람은 없다.

 

일을 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더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일시적으로 그런 상황일 수도 있고, 항상 그런 상황에서 일하고 있을 수도 있다. 어느 상황이든 보통은 일이 많은 사람은 본인이 남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마련이다. 그게 억울할 수도 있고, 화가 날 수도 있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때 만약 내가 (상대적으로) 한가한 사람이라면 나의 한가함에 욕먹기 싫다면 상대방의 고생에 칭찬을 해주면 내가 욕먹는 일을 피할 수가 있다.

 

실제 프로젝트에서 고생하고 계신 분들에게 전화를 돌리면서 취합해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사용했던 대화의 흐름은 다음과 같았다.

슈 과장 : "부장님 안녕하세요, 많이 바쁘시죠?"
바쁜 부장 : "아 네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있어요? 여기야 정신없지."
슈 과장 : "_________________________"

나쁜 대답 : "저희 다 바쁘죠. 안 바쁜 사람 있나요. 하하하"
좋은 대답 : "OO 프로젝트 많이 힘들죠, 지금 더더욱 정신없으시겠어요~"

이때 대답을 어떻게 하느냐가 그다음에 내 용건에 대한 태도로 이어진다. 첫 번째 나쁜 대답을 했다면 본인이 얼마나 더 바쁜지에 대해 주구장창 이야기하셨을 거고 나는 내가 용건을 꺼내지도 못하거나 꺼내도 바빠서 못해준다고 하시면서 통화를 끝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번째 좋은 대답을 하면 본인이 바쁜 걸 인정해주는 사람에게 나름의 위로를 받았기 때문에 "그래요,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라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곤 한다. 그리고 당연히 바쁜걸 서로 다 알기 때문에 서로 해줄 수 있는 최선에 대해서 금방 맞출 수 있게 된다.

 

그날 전화했던 4명 모두에게 다 동일한 형태로 대화를 했다. 상대적으로 누가 덜 바쁠 순 있다. 하지만 "에이, 그래도 B사이트가 더 바빠요~"하는 얌체 같은 소리는 할 필요가 없다. "저도 바빠요"라고 말하면서 누가 더 불행한지에 대해서 싸울 필요도 없다. 결국 서로 인정과 이해를 원하는 것뿐이다.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욕할 사람은 없다. "저번에 통화했는데, 걔 한가하다던데? 놀고 있어"라고 하지 못한다. (물론 아예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나의 상황을 잘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는 사람에게 역으로 욕할 수 있는 용자는 없다. '내가 더 바빠!'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건 나를 욕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더 위로받고 싶은 마음일 따름이다. 객관적으로 더 바빴다는데 할 말은 없지 않은가... 중요한 건 그 사람이 나를 볼 때는 '저 사람은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할 거라는 사실이다. 그렇게 인식되어서 나쁠 게 없지 않을까?

 

 

3. 칭찬은 돌아온다.

 

대체로 칭찬에 인색한 사람은 성격적으로 칭찬을 잘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본인이 칭찬을 많이 받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잘못해서 혼난 기억이 더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잘하고 제대로 해내는 게 당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험 점수 100점? 당연한 거지 뭘 칭찬까지 해" 이런 느낌이랄까. 100점은 칭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예시는 어떨까. '정시 출근했다고? 당연한 거지 뭘 칭찬까지 해" 

 

근데 재밌는 건, 그런 소소한 칭찬을 하다 보면 그 칭찬이 돌아오는 걸 느끼게 된다. "차장님처럼 일찍 와서 자리 지키는 사람 없어요. 전 종종 지각도 하는데 절대 안 하시잖아요~ 근태는 완벽하셔~!" 그럴 때 '에이~ 당연한 거지'라고 하면서도 "슈 과장도 착실하게 오잖아'라고 넌지시 말하는 걸 듣게 되기도 한다.

 

물론 칭찬을 할 때 칭찬을 돌려받기를 바라고 말하진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의 긍정적인 모습을 먼저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상대방도 그 관점에서 나를 바라보게 된다. 역으로 나를 욕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그 점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날 나쁘게 바라보는 확률은 낮다. 사람은 본디 본인에게 집중하기 때문에... 자기가 칭찬받았다는 사실에 기뻐한달까. 상대방을 욕하면 그게 몇 배로 돌아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


그러면 어떻게 칭찬을 해야 할까?

 

간단하다.

1) 칭찬할 점을 이야기한다.

2) 이유를 댄다.

3) 칭찬(+바람직한 모습)을 한번 더 말해준다.

 

1) 부장님이 전문가시잖아요.
2)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 경험 있는 사람이 우리 회사에 얼마나 귀한데요 (다소 과장하는 게 포인트)
3) 전문가가 살짝만 도와주면 결과가 훨씬 잘 나오지 않겠어요?
1) 부장님 OO 프로젝트하시느라 바쁘시죠. 부장님 아니면 그 프로젝트가 굴러가질 않을 테니 부장님이 맡으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2) 부장님 같은 유능한 PM이 아니면 누가 하겠어요.
3) 부장님께서 플젝 PM을 해주셔서 제가 다 감사할 따름이에요.
1) 차장님 만큼 근태 좋은 사람이 또 어딨어요.
2) 차장님은 하루도 지각 없이 9시 전에 오시잖아요. 그 정도면 완벽한 근태죠!
3) 그런 사람 우리 조직에는 차장님 밖에 없어요~

 

 

무엇을 칭찬해야 할까?

 

아주 간단하다. 뭐든 다 칭찬할 수 있다. 몇 번 연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맨날 자리 비우는 차장님...>
차장님은 자유로운 영혼이라 어디에 계신지 아무도 모르긴 하죠. 근데 일이 있으면 오시고! 맡은 일 다 하시고! 그럼 된 거죠! 
<엄청 냉정하고 FM인 부장님...>
부장님이 칼 같은 구석은 있지만, 그러지 않으면 프로젝트 리스크가 커지죠. 가끔은 그런 모습이 필요해요! 우유부단하면 오히려 위험해요. 마음먹는다고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고요~

칭찬에 인색할 필요가 없다. 칭찬한다고 '그럼 밥 사 줘'라고 할 사람도, "그럼 고과 잘 줘"라고 할 사람은 없다. 당신이 직책자라면 몰라도 후배/동료라면 어떤 보상을 원한다는 대답이 올 일은 없다. 내가 받고 싶은 칭찬만큼 남들에게 쏟아주다 보면 그 사람들이 칭찬을 돌려주기도, 호의를 돌려주기도 하는 날이 온다. 그러지 않더라도 최소한 나를 보는 눈빛에 부드러움이나, 인사를 하는 태도에 변화가 온다. (물론 떨어지고 싶은 사람에겐 굳이... 칭찬하면 귀찮아질 수 있다 ^^)

 

가끔 박쥐 같은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 수가 있다. 맨날 아첨 떠는 여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회사라는 곳이 어떻게 내가 좋은 사람들하고만 일할 수 있고, 싫은 사람하고는 일을 안 할 수 있겠는가... 모든 사람들과 두루 잘 지내야 윤택한 회사생활이 가능하니 이런 노력을 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나보다 못났고, 내가 누구보다 더 잘나거나 더 바쁘거나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나를 추켜세운다고 해서 내 고과가 좋아지는 건 아니다. 나의 회사생활이 그렇다고 더 편해지는 일은 없다. (일 많다고 떠든다고 일 줄여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꼬...)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가 좋다면 도움도 받을 수 있고 일을 덜어주진 않더라도 하다못해 초콜릿 하나라도 쥐어줄 수가 있다. 커피 한잔, 차 한잔 얻어마실 수 있다.

 

회사 생활에서 제일 힘든 건 사람 문제라고 한다. 그 스트레스는 오롯이 내 마인드에서 오는 것일 수 있으니 긍정적으로 사람들을 보도록 하자. 그 사람이 이 회사에 들어오게 된 이유는 HR이 무능해서라기보다 뭔가 좋은 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그 좋은 모습만 보고, 최대한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자.

 

나의 칭찬이 살리는 건 상대방이 아니라 결국 나의 회사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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