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이 후기는 The Purge (2013), The Purge : Anarchy (2014), The Purge : Election Year (2016)의 종합적인 후기입니다.

이런 영화를 보면 항상 먼저 드는 생각이 있다. '도대체 이런 생각을 어떻게 하지...?' 그리고 그 신박한 발상+세계관이 궁금해서 그 영화를 보게 된다. 그렇게 본 영화가 execution까지 좋은 경우는 보기 힘든데 이 영화는 시리즈를 3개를 봤는데 일어나서 박수갈채를 하진 못하더라도 기꺼이 남은 2편을 마저 보겠다고 다짐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어떻게 했다는 거야?'라고 묻는다면 그 대답부터 하겠다. 감독 James DeMonaco와 그의 부인이 음주운전 차량에 죽을 뻔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그 부인이 "I wish we could all have one free one [a murder] a year (1년에 1명 죽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했는데 그 말에서 착안해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주요 세계관(?)은 이러하다. 1년에 1일 Purge Day가 있다. 몇일인지는 영화에 안 나오지만 정해진 날짜가 있고 12시간 동안 어떠한 범죄를 저질러도 허용이 된다. 심지어 중앙 방송을 통해서 시행 시작/종료를 알려준다. 섬뜩한 멘트다.

 

영화 1, 2편에서는 아래의 멘트가 나온다. 무기에 제약이 있고, 특정 등급의 사람들은 죽일 수 없고, 경찰/소방관/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고 한다. 오전 7시까지 잘 살아남으라고 하면서 방송이 종료된다.

 

This is not a test.

This is your emergency broadcast system announcing the commencement of the Annual Purge sanctioned by the U.S. Government. Weapons of class 4 and lower have been authorized for use during the Purge. All other weapons are restricted. Government officials of ranking 10 have been granted immunity from the Purge and shall not be harmed. Commencing at the siren, any and all crime, including murder, will be legal for 12 continuous hours. Police, fire, and emergency medical services will be unavailable until tomorrow morning at 7 a.m. when The Purge concludes. Blessed be our New Founding Fathers and America, a nation reborn.

May God be with you all.

— Purge Emergency Broadcast System

 

이런 영화를 매우 좋아한다. 가설적 세상, 디스토피아 영화들...

 

1편은 '이 가설적인 상황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에 대해 자그마한 실험을 한 영화였다. 영화감독의 부인처럼 평소에 싫었던 사람에 대한 복수를 위한 날로 이용하는 것이다. 364일과 반을 평화로운 이웃으로 웃으면서 대하다가 시간이 되었을 때 쌓여있던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1편은 아주 단순한 스릴러였다. 단순하지만 재밌는 스릴러.

 

그러다가 2편에서는 새로운 등장인물을 만들고 동네로 그 영역을 확장한다. 퍼지 데이가 개인과 개인의 앙금을 해소하기 위한 날일 수 있지만, 단순히 약자를 사냥하는 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살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부정적 결과를 보여준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2편에서는 권력과 돈이 있는 사람들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돈으로 데려와서 자기들만의 퍼지 데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3편에서는 그 모든 것을 쌓아서 이제 국가적 문제, 정치적 문제로 확장시키고 1-2편에서는 퍼지 데이에서 보호받았던 고위직 관료들의 예외조항을 해제함으로써 정치인들이 사냥되는 것을 보여준다. 정치인들이 364일 동안 말로 싸워서 이길 수 없는 것 같은 사람을 퍼지 데이에 물리적으로 해치워버리는 것이다.


이 영화의 재밌는 점은 여기에서 나온다. 퍼지 데이에 발생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측정을 안 함으로써 전체 범죄율이 낮아졌다는 주장. 죄 없는 사람들이 누군가의 즐거움을 위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방관하는 나라. 그리고 국민의 안위를 챙겨야 하는 정치인들이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돈/권력으로 죽일 사람을 사 오고 그들은 정작 보호를 받는 정책.

 

실제 영화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퍼지 데이에 자기를 방어할 여력이 훨씬 적고, 돈이 많은 사람들은 철통 보안이 되는 요새 같은 집에서 숨어있는다. 그런 걸 보면, 이 영화는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걸 보기 위해 이상한 가설을 세운 사이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3편에 고등학생 여자 애가 자기 부모를 죽이는 것으로 퍼지 데이를 시작했다고 웃으면서 말하는 걸 보면 소름이 끼친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분노를 퍼지 데이에 표출하는 것이 옳다고 믿게 되는 것이었다. 사춘기의 충동으로, 화나서, 자기 부모를 죽이고는 웃어버리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었다. 자기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폭력/살인이 아닌 방법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3편에는 보험사가 등장한다. 퍼지 데이를 위한 보험 상품을 파는 것이었다. 그 하루에 발생할 수 있는 집/가게의 파손에 대한 보험이었다. 그리고 그 금액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액수가 되었고, 그들은 보험 없이 퍼지 데이에 목숨보다 가게를 지키기 위해 퍼지 데이에 총을 들고 서게 된다.

 

마지막으로 3편에 미국의 퍼지 데이를 위해 외국에서 놀러(?) 온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이건 정말 소름이었다. 살인을 해보고 싶어서 신나서 미국으로 입국하는 사람들을 보며 '와, 미국 사람 죽이러 오는 거라고?' 놀라고, 감독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다는 데에 감탄했다.


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갸우뚱하면서 쳐다본다. 배틀로얄 같은 영화를 좋아하냐고, 이런 영화 싫어하는 줄 알았다고 하면서 의외라고 한다.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영화에서 전달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를 보지 못해서 그렇다. 단순히 불특정 다수를 죽이는 영화가 아니다. 그들 안에 체계, 질서가 있고 이런 제대로 유지되는 이유도 점점 부각된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내가 가져가는 결론은 하나다. '살인이 죄가 되지 않는 날에는 약자가 죽는다.' 돈이 없어서 죽고, 힘이 없어서 죽고, 권력이 없어서 죽고... 그 뜻은 힘이 있는 자의 살인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초에 이런 퍼지 데이가 없는 세계에서 누군가가 나를 죽이려고 할 때 정당방위로 상대방을 죽이는 건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으니까... 결국 이건 힘 있는 자를 보호하기 위한 날인 것이다.

 

아직 못 본 4편이 기대된다. 또 어떤 문제제기를 할지, 또 어떤 새로운 양상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갈지. 불쾌한 구석이 있지만, 불쾌해서 가치가 있는 영화다. 한 번도 못 봤다면 보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본다면 1편만 보지 않고 2편까지는 보기를 추천한다. 1편은 일반 스릴러다. 2편부터가 진짜다.

 

2022.07.18 00:06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