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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도서비를 지원해줘서 읽을만한 책을 찾아보다가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뭔가 일하는데에 도움이 될 것만 같아'라는 마음으로 책을 열어보지도 않고, 설명을 보지도 않고, 후기를 찾아보지도 않고 구입했다. 그리고 그게 큰 실수라는 것을... 첫 장을 펼치자마자 알았다.

 

에세이가 내 취향이 아니어서 발생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이 책에 적혀있는 내용들은 대체로 그냥 자유로운 영혼이 편하게 쓴 글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있었고, 모든 글은 내가 중고등학생때 그럴듯한 명언과 심리테스트를 모아놓은 이야기 같았다. '손절이 시급한 인간 유형 5가지' 라든가, '무례한 인간 4가지 유형' 라든가...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 더 많은 것을 기대했다. 저자가 자기 이름을 걸고 출판한 에세이라면 어딘가에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있기를 바랬다. 누구의 이름을 저자 이름에 넣어도 나올 수 있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늘부터 무언가 달라져야겠다는 그 무엇도 없었다. 인간관계에 대해 누군가를 정리해야겠다거나 오래된 누군가를 다시 연락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좋은 에세이는 내 마음에 작은 조약돌을 하나씩 하나씩 던져서 꾸준히 다른 울림을 준다. 어떤 에세이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특정 부분에서 큰 짱돌을 내 마음에 던져 넣는다. 큰 충격 하나로 그 책의 가치를 다 증명해버린다. 하지만 이 에세이는, 누군가가 아주 먼 곳에서 후~후~하고 바람을 부는 느낌이었다. 입모양은 바람을 불고 있다는 것을 알겠지만 나에게 어떠한 영향도, 감각도 일깨우지 못하는 그런 에세이.

 

결론은, 이 책을 읽을 시간과 돈이 있다면 다른 책을 읽는게 낫다. 그 두 개를 모두 허비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이렇게 엉망인 책을 읽었다.

 

그래도 뭔가 깨달음을 얻을 것 같다거나 얻어야겠다면 제목을 읽고 돌아서라. 제목이 이 책에서 가장 가치있는 내용였다. 이 책을 보면 무려 두 번이나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게 아니라 더러워 피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책이 딱 그런 느낌이다.

 

2022.06.27 22:46

 

읽은 날 : 20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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