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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 프로젝트를 하면서 누구도 가르쳐준 적이 없었을 팁 아닌 팁을 하나 포스팅하려고 한다. SI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아주 중요한 일이다. 프로젝트나 고객에 따라 그 영향도는 다를 수 있지만, 절대 손해 볼 일이 없는 팁이니 SI 프로젝트 PM이나 PL이라면 반드시 알아두고 실무자라면 프로젝트 배경지식 정도로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이 포스팅을 시작하려면, (읽는 사람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슈 과장 신입 때 있었던 이야기로 시작을 해야 할 것 같다. 신입사원 교육 때 당시 팀장 중 한 명에게 들은 이야기다. 팀장은 우리의 업무에 대해서 설명해주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프로젝트 나갔을 때 고객에게 가장 먼저 요청해야 하는 자료가 뭔지 아시나요?"

당연히 몰랐다. 신입사원이 그런 걸 알리가 없지 않나. 멍 때리고 있는 우리를 보며 그 팀장님은 자신감에 찬 말투로 한마디 단어를 던졌다. 마치 비밀의 무기라는 듯이.

 

"조직도."

조직도를 보면 고객의 회사를 다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회사가 어떤 구조로 움직이는지, 어느 사업이 주력사업인지 등 말이다. 

 

놀라운 것은 이 새로운 정보를 단 한 번도 유용하게 활용한 적이 없었다.(조직도라는 걸 요청해본 적도 없고, 조직도를 보고 뭔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적도 없다.) 하지만 이 팀장님이 이야기했던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저, 조직도 레벨의 고객에 대한 이해는 당시 신입이었던 나에게 너무나도 안 중요했을 뿐이다. 그리고 PM 이상이 되지 않는 한, 조직도가 크게 중요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내 고객이 누군지 안다'에 대한 포스팅은 무엇을 말하는 거냐? 그걸 위해서 또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건 슈 과장이 PL로 일하고 있었던 올해 초의 이야기다.

 

고객사의 카운터파트(counterpart) 즉, 슈 과장의 '고객님'은 대리였다. 입사한 지 4년 차쯤 됐으려나 싶은 대리였다. Biz부서와 IT부서 중에 IT 고객님이었지만 모든 산출물에 대한 검수도 그 사람이 했고, 그 사람이 노우 하면 진도를 나갈 수가 없는 그런 존재였다. 회의에 필수로 참석하는 인원일 정도로 중요한 '고. 객. 님'이었다.

 

PL이었던 슈 과장은 그 대리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거나 사담을 나눌 기회가 생기면 그 대리님에 대해서 이것저것 캐물었었다. 예를 들면 이런 질문들이었다.

"대리님은 몇 년 차세요?"
"대리님은 대학 때 전공이 뭐였어요?"
"대리님은 입사하고 쭉 이 부서에 계셨어요?"
"대리님은 (현 소속) 팀장님하고 계속 같이 일하셨어요?"

 

그 대리는 본인에 대한 질문은 거의 대답을 잘해주지 않았다. 

"몇 년 안됐어요."
"개발할 줄 알아요."
"그렇죠"
"그렇죠"

 

대충 이런 식이었다. 연차를 알아내려고 나이를 물어보면 그것도 피해 갔다. 그리고는 한참 지나서 그 대리는 한마디 했다.

"이렇게 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은 처음이네요. 왜 그렇게 관심을 가져요.(허허허)"

 

여기서 슈 과장은 촉이 왔었다. '아 이 남자, 내가 자기한테 이성으로 관심이 있는 줄 아는구나.' 그래서 하하하하하하하 웃으면서 질문의 이유를 이야기해줬다.

 

그 이유가 오늘 포스팅의 주제다.


프로젝트를 나가면 고객에 대해서 아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어떤 사람들은 '일만 잘하면 되지 저런 걸 알아서 뭐해'라고 생각할 수 있고, '쟨 궁금한 것도 많다'하며 혀를 끌끌 찰 수도 있지만, 이건 가십이 아니라 다 이유가 있는 질문들이다.

 

 

1. "몇 년 차세요?"

연차에 대한 질문은 '경력'에 대한 질문이다. 내 고객이 '부장'이라면 연차를 물을 이유는 사실 없다. 하지만 내 고객이 대리나 과장이라면 알아두는 것이 좋다. 그것도 특히 '이 회사에서' 몇 년 차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 이 사람이 사회생활을 몇 년 했는지, 이 회사를 몇 년째 다니고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이 사람이 얼만큼 초짜인지 알 수가 있다. 

 

알 필요 없다고? 만약 당신 카운터파트가 '사원'이라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이 회의해서 결정하는 사항들에 대해서 당신은 믿고 따를 수 있는가? 번복되지 않을 거라고 믿을 수 있는가? 나라면 절대 그렇게 가정할 수 없다. 아무리 백번 회의록을 남겨도, 그걸 번복하기 위해 백날 싸울 뿐이지 회의록으로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왜냐? '사원'의 의사결정은 번복이 될 수밖에 없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사원이 고객이 될 리 없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생각하길 바란다. 사원도 고객이 된다. 참고로 저 대리도 그 회사에서 '대리'라고 불러주는 것뿐이지 연차로는 다른 회사에서 사원 수준이었다. 

 

 

2. "전공이 뭐였어요?"

전공은 상대방이 연차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하는 질문이다. SI 프로젝트의 요건을 낼 수 있는 수준의 지식이 있는 건가 하는 문제다. 상대방이 놀랍게도 슈 과장처럼 컴퓨터 전공자가 아닐 수 있으니 하는 말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IT 직군에 IT 지식이 전무한 고객이 있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고객이 어느 정도 연차가 된다면 생략해도 되는 질문이다.

 

 

3. "입사하고 쭉 이 부서에 계셨어요?"

이건 중요한 질문이다.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다 공감할 부분이다. 한 부서에 계속 있었던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안정감이 있다. 그 팀, 부서의 문화를 알고 어떻게 운영이 되는지 아는 사람이 회의에서 결정을 해준다는 것은 그들 내부적으로 이슈가 적을 확률이 높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IT부서라면 그 사람이 계속 있었냐 안 있었냐는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 팀이 특히나 개발/운영을 다 하는 부서고 내가 들어온 SI 프로젝트가 연관이 있다면 As-Is를 파악하기 위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이냐 아니냐를 가름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아... 망했다.'라고 생각하면 되고 잘 아는 사람이라면 '오, 수월하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 대리는 쭉 같은 부서에 있었기 때문에 필요한 업무 처리 프로세스는 담당자를 다 알고 있어서 금방금방 해결해줬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가진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도 바로바로 알려줄 수 있었다. 그저 조금 불친절해서 알려주기만 하지 데이터를 갖다 주는 것은 시간이 다소 걸렸다.(쩝)

 

 

4. "(현 소속) 팀장님하고 계속 같이 일하셨어요?"

상사와의 합에 대한 질문이다. 결국 SI 프로젝트는 윗사람에게까지 보고를 해야 끝나는 프로젝트다. 그 대리와 했던 프로젝트도 실제로 슈 과장이 CIO 앞에서 보고하고 구축된 시스템 시연까지 하고 나서야 끝난 프로젝트였다.

 

이런 프로젝트에서 내 담당자가 윗 상사와 사이가 좋으냐 나쁘냐는 상당히 중요하다. 윗사람이 좋아할 만한 보고를 준비할 수 있냐 없냐에 대한 큰 역할을 주기 때문이랄까? 가끔은 미리 윗사람이 질문할 사항들을 알려주는 고객도 있고, 본인이 받아서 마무리해서 본인이 보고하겠다고 하는 고객도 있고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중요한 것은 둘의 합이 안 맞으면 보고서도 재작업이 많아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시스템 구축 보고니 사실 그대로 보고하는 건데?"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아직 회사생활이 한참 먼 사람이다. ^^)


질문은 위의 4가지가 아니고 다양할 수 있다. 경력으로 다른 회사에서 온 고객이라면 그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어쩌다가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 개인적으로 이 프로젝트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를 물을 수 있다. 고객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목적(단순히 좋은 시스템 만들기가 아닌)을 아는 것도 도움이 될 수가 있다. 내 고객이 IT가 아니고 Biz 소속이라면 IT 요건을 낼 수 있는 사람인지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SI 프로젝트에 참여해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대표적인 질문이 될 수 있다. Biz는 그런 경험이 있고 없고에 대해서 창피해하지 않으니 질문을 불편해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SI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수행사 입장에서 맡은 바 업무를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다. (단,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절대 나이 질문은 말자!)

 

물론, 슈 과장처럼 나이 차이가 얼마 안나는 미혼의 남녀가 만나면 저런 오해를 받는 상황도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상대방이 좋게 오해한 거라고 생각하면 나쁜 일은 아니니까... 좋게 생각하도록 하자. 그 대리도 슈 과장이 질문의 이유에 대해 설명해줬더니 바로 이해하는 것 같았다.

 

"제가 연차와 부서를 묻는 이유는, 대리님이 현재 업무를 얼마나 했는지 알기 위해서였고, 유관부서 담당자를 잘 아시는지, 다른 분에게 물어보는 게 정확한지 궁금해서 여쭤본 거였어요."

SI 프로젝트를 나간다면 내 고객이 얼마나 유능한 사람인지 재보도록 하자. 고객은 내 이력서를 받고 나에 대해서 다 아는데 나도 알 권리가 있지 않은가!? 서로 전문성이 갖춰진 사람들끼리 일해야 프로젝트가 성공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고객 만나서 휩쓸려 다니다가 망하지 말고 미리 알고 대응하도록 하자.

 

만약,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무능한 고객을 만나게 된다면(의사결정이 번복될 확률이 100%인...) 그 위의 상사를 자주 만나서 자주 보고를 할 수 있도록 하자. 무능한 고객이 멍청하기까지 하면 보고를 숨기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상사를 끼고 보고하고 회의하면 자리가 어려울 수는 있지만 번복과 재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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