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경험... 그리고 뼛속에서 우러나오는 후회에서 비롯된 이야기다. 그러니 어떠한 이유에서든 이걸 고민하고 있다면 무조건 무조건 무무무조조조거거건 거절하도록 하자. 절대로 회사 사람과는 돈거래하면 안 된다.
슈 과장이 평생에 돈을 빌려준 경험은 몇 번이 있다... 절대 자랑은 아니다. 있다는 것뿐이다. 여기에는 자잘하게 1만 원 이하의 돈 (커피 값, 밥 값)은 포함이 되지 않는다. 처음은 대학 후배였다. 당장 급하고 빌릴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간절한 요청에 이유도 묻지 않고 30만 원을 빌려줬었다. 직업도 없던 후배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당시 월급쟁이였던 슈 과장은 돌려받지 못할 돈이라고 각오하고 빌려줬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후배는 약속한 날에 돈을 갚았다. 기특한 아이였다. 우리의 인연은 덕분에 15년이 무사히 지나가고 있다.
첫 번째 믿음에 대한 결과가 좋았던 게 문제였던 것 같다. 두 번째로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이 온 사람은 우리 팀 사람이었다. 같은 팀으로 일한 지 3년 정도 된 분이고 회사에서만 만나는 사이지만 그래도 사이좋다고 모두가 알 정도로 돈독한 사이인 분이었다. 그런 분이 주변에 다 물어서 돈을 구하고 있다고 했을 때 모른 척하다가 돈을 못 구해서 마지막이 나라고 했을 때, 내가 안 도와주면 한강 가야 한다는 말에 마음이 약해져서 돈을 빌려드렸다.
빌려달라는 기간은 1 달이었다. 사실 1달도 아닌 기간을 빌리기로 하셨다. 하지만 그게 어언 1년 하고도 9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돈을 안 갚고 날아버린 건 아니지만 (여전히 같은 팀에 있다), 내가 마치 자그마한 은행이라도 된 것처럼 매달 꼬박꼬박 이자를 받고 있다. '이게 부수입이라는 걸까?',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 언제 다 받지?', '다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무한 반복하고 있다.
솔직한 마음? 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원금을 다 받고 나면 이자가 아쉬울 것 같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받아야 하는 돈이 많은, 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나의 바람일 뿐이다. 돈을 받을 거라는 근거는 없다. 내가 은행도 아니고 무슨 수로 리스크를 산정할까. 은행에서 대출이 안되니 나에게 돈을 빌렸을 텐데, 그렇다는 것은 은행보다 내가 손해 볼 확률이 높다는 뜻 아니겠나!?
이자를 받다가 보면 다 받지 않겠냐고? 원리금 균등 상환이라면 몰라도 이자만 받아서는 택도 없다. 1만 원 빌려주고 이자로 42원씩 받는다고 생각해봐라. (이자 연 5% 가정) 그렇다는 건 이자로 원금을 상환받으려면 238개월, 약 20년이 걸린다. ^^ 왜 원리금 균등으로 안했냐고 묻는다면... 1개월 빌려주기로 했기 때문 ^^ 이렇게 안 갚을 줄 알았나?
차용증? 오, 썼습니다. 썼어요. 근데 그걸로 어떻게 할 수 있나요. 내밀며 당장 갚으라고 화낼 수는 있는데... 같은 회사 사람끼리, 같은 팀 사람끼리 차마 그런 불란(?)을 일으킬 수 없음... 여차하면 내가 이 인간의 퇴직금을 챙겨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거 하나 믿고 참고 있다.
그래서 결론을 내자면, 절대 회사 사람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말자. 한강 가야 한다고 하면 불쌍하다고 밥 사준다고 하자. 회사에 이야기해서 퇴직금 중간 정산해달라고 이야기하라고 하자. 아니면 막말로 퇴사해서 퇴직금 받고 다시 입사하라고 하자. 진심으로 같이 고민해줘도 절대 그 해결방법으로 '내 돈'을 엮지 말자.
돈 빌려달라고 하는 사람은 내 돈이 얼마나 있을지도 계산하고 있고, 얼마나 빌리기 쉬울지, 바로 안 갚았을 때의 최악의 경우까지도 계산한다. 예를 들면 '슈 과장은 연차가 얼마니 얼마 정도 모았을 거고, 빌려달라면 빌려줄 것 같고, 늦게 갚아도 기다려줄 것 같고...' 이런 식이다. 그러고는 딱 내가 그렇게 말린 것이다.
웃긴 건 돈을 빌려주는 순간, 돈을 받은 사람이 을이 되는 게 아니라 돈을 빌려준 사람이 을이 된다는 사실이다. 내가 그 돈이 돌려받고 싶어서 그 사람과의 관계를 관리해야 하고 (어디로 사라지거나 잠수 타면 안 되니까), 혹시 늦어지면 내가 아쉬운 소리를 하면서 미안한 마음으로 물어봐야지 기분 상하게 하면 또 적반하장으로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고, 여러 가지로 내가 불쌍해진다. 돈 빌린 사람은 '미안하다'라는 서두를 깔며 온갖 사정과 상황을 설명하며 기다려달라고 하지만 이 모든 것도 사실 웃긴 건 아쉬운 것은 나다. 그리고 그 사람은 운 좋게(?) 생긴 내 돈으로 유용하게 무언가에 썼을 거고 나는 그 기회비용을 고작 그 사람과의 인간관계 때문에 잃어버린 것이다.
혹시나 '난 거절을 잘 못해요'라든지 '뭐라고 거절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사람이 있다면 최고의 대답을 알려주겠다.
"전 누구에게도 돈 안 빌려줍니다."
혹시나 그 뒤에 구구절절 사정을 이야기하고 부탁하고 금방 갚겠다고 하면 똑같이 대답하면 된다.
"전 '어떤 상황에서도' '누구에게도' 돈 안 빌려줍니다."
그 사람이 기분이 상해서 인연을 끊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왜냐면 친구와 달리 회사 사람들에게는 그래야 할 이유가 없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인간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걱정 말고 거절하자. 그렇게 감정 상할 사람이라면 업무적으로도 꼬여있을 확률이 높고, 돈 부탁할 사람이면 일 부탁하면서 내 업무를 가중시킬 확률도 높은 사람이다. 그러니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냥 이 참에 내 인생에서 쳐내자.
지금 슈 과장도 이 사람을 인생에서 왜 쳐내지 않았는지를 깊이 후회하고 있다. 내 돈 돌려줘 이 인간아.
'슈르의 오피스라이프 > 오피스라이프 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사에는 '형'이란 없다 (0) | 2022.01.12 |
---|---|
공적상을 받게 되면 반드시 나눠라 (feat. 이기적인 후배) (0) | 2021.12.29 |
우리가 신입 채용과 경력 채용에서 찾는 것들에 대하여 (0) | 2021.10.15 |
[SI이야기] 개발자의 이력서 관리 방법 (0) | 2021.06.30 |
상사보다 사내 규정이 항상 위에 있다는 걸 잊지 말자 (0) | 2021.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