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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감히 HR이 아니면서 이런 글을 쓰겠냐만, 신입으로 입사해서 한 부서에서 진득하니 10년을 다 채워가는 과장으로서 들어오고 나가고 한 사람들을 꾸준히, 일관되게 지켜보았다. 경력 이직 경험은 없지만, 이 역시 채용하는 부서 소속 직원으로서 보고 들은 것들이 있으니... 참고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1. 신입은 성장해야 하는 인재다.

 

우리가 신입을 바라볼 때는 '얼마나 성장한 사람인가'를 보지 않는다. 대학을 어디 나왔고, 전공이 무엇인지, 학점이 얼마나 되는 지를 본 적은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이 일을 잘할 거다'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저 이 사람이 자기 전공 공부를 잘했구나, 컴퓨터공학 전공이라면 '적성에 맞는 일이구나' 판단하는 기준 정도가 된다. (컴퓨터공학 전공자인데 학점이 2.0이면... 누구라도 의심해야 하지 않을까?)

 

채용 시 대학을 보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그건 나도 잘 모른다. (HR에서 보는지 안 보는지 모르기 때문...) 다만, 내가 기억나는 건 아주 오래전에 신입사원 자기소개서라며 같이 일하는 부장님에게 자소서 평가 요청이 들어왔었는데, 부장님에게 온 것은 지원 번호(랜덤 숫자)와 1번 자소서 질문에 대한 자소서 수십 개였다. 같은 질문에 대해서만 읽고 또 읽고 또 읽어야 했던 거다. 그 지원자가 누군지 이름도 무엇도 알지 못한 채 심사해야 했다. 지금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지만 그런 기준이 유지되고 있다면 최소한 자소서와 스펙은 무관하다 하겠다. (자소서에 출신 대학이 적혀있다면 마이너스가 될 확률이 높다.)

 

신입과 경력의 가장 큰 차이는 경험이랍시고 적어서 낸 내용에 대한 평가와 비중이라고 하겠다. 개발자 또는 데이터 분석가를 뽑는 기준에서 이야기하자면 신입은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이 있으면 매력적으로 보였다. 쉽게 예를 들면 인더스트리(Industry)가 다양한 사람이 아닌 사람보다 좋아 보였다. 금융도 해보고, 헬스케어도 해보고 등등 해 본 사람이 헬스케어만 한 직원보다는 나았다는 뜻이다. (우리가 헬스케어 부서가 아니라는 전제). 아니면 인터스트리와 무관하게 백엔드도 했다가 프런트엔드도 했다가 다양한 걸 해본 사람을 좋아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무엇을 시켜도 (잘)할 사람'이 우린 필요했기 때문이다. 헬스케어만 쭉 한 사람을 우리가 데려오면 '이건 내가 원하던 게 아니야'하면서 나갈 확률이 높으니까. 백엔드만 하던 사람을 데려다가 프런트엔드를 시키면 '전 이거 할 줄 몰라요'하고 뻗어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2. 경력은 성장한 인재다.

 

경력은 다르다. 경력직을 뽑을 때 신입 뽑을 때와 동일한 점을 봐도 판단 기준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학교와 전공은 그냥 훑고 지나가는 것이다. 어딜 나왔어도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경력은 이미 그 학력/전공/학점이 어디선가의 신입 채용에 영향을 줬을 테니 이제는 볼 필요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이제 모든 것은 경험, 즉 프로젝트가 결정한다. 주로 무슨 일을 했는지, 어느 인더스트리에서 일했는지 말이다. 신입은 다양성을 추구한다면 경력은 외길인생을 추구한다. 뭘 해도 잘할 사람 말고, 이 일의 전문가 말이다. 신입은 대체로 '일손이 부족해서 뽑아서 키워서 쓴다'라고 하면 경력은 '어떤 업무에 사람이 필요하니(주로 사내에 없는 전문가) 새로 채용하자'라고 볼 수 있다. 그것도 사내에는 현재 없는 전문가...

 

경력이 길수록 학력과 다양한 경험의 가치가 줄어든다. 반비례 그래프를 생각하면 쉽다. (희망 연봉은 올라가겠지?)

 

 

3. 신입에게는 '용기'를 찾고, 경력에게서는 '의지'를 찾는다.

 

무슨 말인고 하니, 면접이나 대면해서 이야기를 하면 신입에게서는 '무엇을 맡겨도 열심히 할 마인드셋'을 원한다. 막말로 복사를 시켜도 그 일의 가치를 찾아낼 신입 말이다. (실제로 슈 과장은 신입 때 복사 심부름을 매우 좋아했다. 슬쩍 내 카피도 챙겼고, 내용 보면서 복사를 기다리기도 했고, 윗사람들 피해서 복합기 앞에서 쉬기도 했다. 다 하고 나서 고맙다는 말을 듣는 건 덤). 해본 적 없는 일을 하라고 해도 '네!' 할 신입을 찾는 것이다. 그건 능력도, 지식도, 지혜도 아닌 '용기'가 해결해주는 일이기에 나는 용기가 있는 도전정신이 있는 신입을 좋아한다.

 

경력은? 용기는 됐다. 그럴 연차는 피차 지났다. 이미 볼 거 다 봤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일도 다 생긴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에게서 바라는 용기를 찾는 게 아니라 '무슨 일인지 아는 전문가에게 일할 의지'가 있는지를 묻는다. '여기서는 외부 사이트 나가서 SI 프로젝트 PL을 해야 하는데 괜찮으세요?', '근무지가 어디 어디인데 괜찮으세요?' 이런 질문 말이다. 여기서 조건이나 거절이 걸리면 아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사안인 것이다. 우리가 굳이 묻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으니 말이다. 그걸 거절하는 경우 채용의 의미가 사라질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아니요, 전 외부 프로젝트 나가기 싫어요' 

'..... 네?...... 그럼 여기 왜 지원하셨어요??????'

 

혹시 내가 그런 명시가 되어 있지 않은 포지션의 채용 프로세스를 밟고 있다면, 당신에게 오는 질문이 '뭐하고 싶으세요?'면 당신은 신입에 가깝고, '어떤 일인데 괜찮으세요?' 하면 당신은 경력채용에 가까운 거라고 보면 된다.


현재 우리 팀은 경력채용을 진행 중이다. 슈 과장이 추천한 인력 2명이 지원 예정이다. 한 명은 과장급, 한 명은 턱걸이로 대리급.. 되려나... 둘은 다른 잣대로 평가를 받을 것이다. 과장급은 엄격한 경력채용의 잣대를, 대리는 관대한 신입 채용의 잣대를 받을 것이다. 성장한 인재냐, 성장할 수 있는 인재냐의 평가를 받을 것이다. 둘 다 무사히 통과해서 내년에는 우리 팀에서 같이 일하기를 고대한다.

 

* 참고로 희망연봉을 서류심사에서 적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필수가 아니면 공란으로 적는 것을 추천한다. '희망연봉에 적합한 사람인가'까지 심사 척도에 올리면 당신만 힘들어진다. 아주 재수 없으면 당신이 희망하는 연봉보다 적게 받는 심사위원이 들어와서 '네가 나보다 많이 받는다고? 내가 제대로 평가해주마'라고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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