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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면 '이력서'라는 단어를 만나게 된다. 아르바이트 경험에서 시작해서 인턴 경험, 입상 경험 정말 다양한 이력에 대한 관리를 시작한다. 취직을 위해서 이력서/자소서를 제출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초/중/고등학교 입학/졸업일자까지 기록해두기도 했을 것이다. 그 모든 과정을 거쳐서 SI회사에 들어왔다면 이제 이력서는 끝인 걸까? 아니다. 이 회사에서 뼈를 묻는다면? 그래도 아니다. 본인 이력관리는 평생 하게 되는 존재다.

 

다행인 점은 SI회사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꾸준히 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언젠가 홧김에 이력서를 내려고 하면 너무나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믿거나 말거나 갑자기 밀린 이력을 정리하는 게 어려워서 이직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SI업계의 개발자는 품 안에 사직서가 아니라 이력서를 들고 다닐 정도로 꾸준히 관리/현행화하고 있어야 한다. 

 

오늘은 그 이유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해보고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왜 이력관리를 해야할까?

 

1. SI회사는 인력시장이기 때문에 사내에서 '팔리기 위해서'는 이력관리를 해야 한다.

 

SI회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다소 충격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객사가 있고 그 고객사에서 요청한 업무를 수행하는 프로젝트 구조로 업무를 수행하는 SI 회사는 나와 내 옆자리 사람이 다른 일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개인의 가치가 낮기 때문에(단가도 낮고, 경력도 적고) 이력과 상관없이 업무가 배정이 되기 때문에 크게 와닿지 않을 수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과거에 내가 수행했던 업무가 나의 마래의 업무를 좌우하는 경우를 보게 될 것이다.

 

슈 과장도 입사해서 은행 프로젝트를 계속 해왔다. 보험사 프로젝트도 중간에 잠깐 하기도 했지만 사람들은 은행 프로젝트 인력으로 나를 평가하고 있다. (물론 은행 시스템 분야에서도 특정 분야를 더 많이 했지만 TMI니까 생략하겠다 ^^) 어쩌다가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 가장 최근 프로젝트 몇 개를 이야기하면 다들 바로 계산을 해내는 편이다.

 

 

2. 프로젝트를 나갈 때마다 이력서를 제출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나갈 때 '투입인력 프로필'이라는 것을 제출하게 된다. 프로젝트 제출하기 전에 제안 단계에서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PM, PL, 핵심 개발자 위주). 보통 고객사에서 양식을 주고 거기에 필요한 내용을 적어오라고 한다. 보편적으로는 그 프로젝트와 관련 있는 경험을 최근 경험 순서대로 적으라고 한다. (아주 드물게 초등학교까지 적으라고 하는데 내가 일하게 될 금융사가 얼마나 보수적인 곳인지를 미리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준이다. ^^)

 

고객사에서 이런 이력서를 받는 목적이 몇 가지가 있는데, 보통은 '적정성' '적격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이 프로젝트를 하는데에 필요한 경험을 갖춘 사람이 맞느냐를 보고, 그 경험에 맞는 금액을 지불하는 것인지 보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감사다. 고객사와 SI회사가 서로 악수하고 아무나 넣고 돈 왕창 받고 이렇게 일하지 못하도록 감사가 볼 수 있게 정보를 받아두는 것이다. 그래서 SI회사가 over pricing 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확인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누군가가 '고객사가 개개인의 프로필(이력서)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나요!?'라고 묻는다면 '아니'다. 불가능하다. 그래서 제출할 때 '신원보증서'를 내기도 하고, SI회사 대표의 사인을 받아서 같이 제출하기도 한다. '허위정보가 없음을 증명합니다. (사장 OOO)'. 하지만 PM, PL의 경우는 레퍼런스 확인 작업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3. 이직을 하고 싶다면, 이력관리를 해야 한다.

 

이직의 필수는 이력이다. 하지만 일반 기업의 직원과 SI 직원의 이력 관리는 조금 다르다. 예를 들어 내가 스마트폰 제조회사의 마케팅 부서 직원이라고 하자. 그럼 내 이력은 어느 회사, 마케팅 부서, xx제품 마케팅 활동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일만 10년 했다면 2011.01.01 ~ 2021.12.31 이런 식으로 길게 기간이 명기되고 끝날 것이다. 실제로 했던 일은 그 하위에 설명으로 달면 그만이다.

 

하지만, SI 개발자는 다르다. 같은 10년을 같은 부서에서 일했다고 하더라도 '2011.01.01 ~ 2021.12.31 금융시스템 개발' 이렇게 쓰지 않는다. SI 개발자는 입사해서 본인이 들어갔던 프로젝트/제안은 모두 다 적는다. 짧게는 1-2주일 수도 있고 길게는 3년일 수도 있는 모든 프로젝트를 적는 것이다. 그래서 10년을 일한 SI회사 개발자는 엄청난 커리어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런 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면 이직은 할 수 없다. 'SI회사 소속 개발자였다'로는 누구도 당신을 평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 그럼 그 디테일한 이력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입사해서 일을 시작하자마자 기록하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의 정보들을 기록해둬야 한다.

 

1) 시작일 & 종료일

 

프로젝트/일을 시작한 날짜와 종료한 날짜다. 시작일은 '그 일을 진짜 시작한 날짜'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프로젝트라면 물리적으로 투입된 (고객사에 정식으로 첫 출근한) 날로 봐도 된다. 여기서 대체로 빠지는 날짜는 '프로젝트 준비 기간'이다. 고객을 만나기 위해 준비한 시간은 그냥 준비한 시간이다. (소개팅이 5시면 데이트 시간이 5시부터 만난 거라고 해야지 3시부터 준비했다고 3시라고 할 순 없는 것과 같다.)

 

종료일도 마찬가지다. '그 일이 정말로 끝난 날짜' 또는 '고객사에서 철수한 날짜'라고 보면 된다. 프로젝트가 2./20에 끝나는 거였는데 내가 3월 10일까지 남아있어야 했다면 3월 10일이 종료일이다. 이건 프로젝트의 계약 기간을 적는 게 아니라 내 이력을 정리하는 것이다. 

 

 

2) 사업명(프로젝트명)

 

어느 프로젝트였는지 프로젝트 이름을 적어둬야 한다. 정식 명칭이 다 있는 법인데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난다면 최대한 유사하게 쓸 수 있도록 하자. (어차피 정확한 이름은 누구도 확인해주지 못한다. ^^) 정식 명칭이 때로는 더 난해한 경우도 있다. (코드명이라든지...)  그런 경우는 이해할 수 있는 대외 프로젝트명으로 적어도 된다.

 

 

3) 업무(영역)

 

프로젝트에서 내가 배정된 업무가 무엇이었냐는 것이다. 프로젝트마다 업무의 구분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써도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아본다.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적어도 된다. '컨설팅', '기획', 'UI/UX', '화면 개발', '앱 개발', '인프라' 등등 여러 가지가 있다.

 

 

4) 역할/수행 내용

 

나의 역할을 적는 것이다. 사원급이면 대부분 컨설턴트/개발자/분석가 정도로 정리될 것 같다. 그 위로 올라가면 PL/PM을 적는 경우가 생기고, 특수한(?) 역할이라면 사업관리/TA/DA/AA/QA 등을 적을 수 있다. 

 

만약 내가 한 일을 하나의 단어로 정리하기엔 너무 억울하고, 할 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면 내가 한 일을 서술해도 좋다. 자세히 써두면 써둘수록 나중에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왜냐? 나중엔 기억해내려고 하면 절대 생각 안 난다.

 

 

5) 고객사

 

나의 고객님이 누구였는지 적는다. 개인의 이름을 쓸 이유는 없다. (사람의 이름은 잊어도 됨..) 고객사 이름만 정확하게 기억하고 적어두면 된다. 가끔 고객사 이름을 잘못 적는 사람들이 있는데 제발 그러지 말자. 기본 중의 기본! 모르겠으면 고객사 홈페이지를 가거나, 고객님 명함을 보고 적으면 된다.


예시는 다음과 같다.

나라장터에 올라온 제안요청서 중 '투입인력 이력사항 서식'

단어와 순서만 달라질 뿐 결국 다 같은 내용을 적어달라고 한다 (총 사업기간은 없는 경우도 있음).

 

회사에서 이 양식에 맞춰서 내 프로필을 입력하는 일을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그러니 SI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내가 개발자라면, 오늘부터 시작하자. (양식/형태는 자유다. 위의 그림처럼 안해도 된다.)

 

어디까지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인정받고 싶은 내용이라면 다 적자. 제안도 경력이고, 내부 보고서도 경력이 될 수도 있다. 적어두고 나중에 필요할 때 취사선택해서 쓰면 된다. 중요한 것은 나중에 필요할 때 기록이 없어서 구멍 난 이력을 들고 있는 자신을 마주하지 않는 것이다.

 

회사에서 관리해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회사 시스템에 다 입력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무상으로 이루어지는 일들이 어찌나 많은지!) 내가 열심히 관리한 프로필에 대한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도 별로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짓으로 정리하지는 말자, SI/IT업계는 너무나도 바닥이 좁아서 같은 프로젝트 이력을 가진 사람을 찾기 너무나도 쉽다. 레퍼런스 체크에서 허위로 걸리는 일도 가능하다.

 

추가로, 혹시 레퍼런스 체크해서 나쁘게 나올 이력이 있다면 과감히 삭제해버리도록 하자. (일하다 쫓겨났다던지... 교체당했다든지... 고객이랑 싸웠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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