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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일화로 오랜만의 포스팅을 시작하려고 한다. 이 따끈따끈한 일화는 지난 화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임원이 점심 먹자고 한다는 임원 비서의 연락을 받고 팀장님을 비롯한 나와 팀원 두 명이 번개로 점심 소환을 당했다. 예상하지 못했지만 놀라운 자리는 아니었으므로 떨리거나 설레는 건 없었지만, 점심시간을 버려가며 일을 해야겠다는 계획을 했던 상황에서 일할 시간이 1시간이나 줄어든 것 같은 기분이 든 건 사실이었다.

 

에헴.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모든 사건의 발단은 식당에 도착해서 일어났다. 식당은 코로나 19로 인해서인지 급하게 예약을 해도 룸이 있었다. 

 

총 6명을 예약했던 식사 자리에는 임원과 막내를 제외한 중간 직급의 4명이 먼저 도착했다. 임원이 오기 전까지 계속 서있을 수는 없으니 자리를 잡고 앉아야 했는데 눈치 빠른 사람들이 먼저 구석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식당 룸의 배치도를 공개하겠다.

식당자리배치도

더 읽기 전에, 당신이라면 어디에 앉겠는가? 아니, 더 중요한 건 딱 하나다. "임원의 자리는 어디일까?" 참고로 여기서 질문의 답은 1개밖에 없다.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우선 팀장님과 선배는 '기회는 이때다' 하며 벽 옆자리인 3번과 6번 자리를 차지했다. (선배 3번, 팀장 6번). 이제 나랑 문제의 사람만 자리를 고르면 되었다. 나는 임원 자리가 뻔히 어디인지 알았으므로, "제가 여기 앉을게요 그럼." 하며 5번 자리에 앉았다. 문제의 사람은 그런 나를 보더니 자기가 앉을자리를 골라 앉았다. '2번'으로.

 

'!!!!!!!!!!!!!!!!!!!!!!!!!!!!!!!!!!!!!!!!!!!!!!!'

 

놀랐다. 너무 놀라서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한 번에 말했다.

 

"거긴 임원 자리인데요!?"

 

그 문제의 사람은 나를 보더니 멀뚱멀뚱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제가 1번자리에 앉으면 안으로 들어오기 힘들지 않을까요?"

 

 

어이없는 눈으로 쳐다보며 할 말을 잃은 나는 그냥 자리에 앉아서 말하기를 멈추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당당하게 2번 자리에 앉았고... 모든 걸 지켜보던 팀장님이 "보통 그 자리가 임원 자리긴 하지..."라고 조심스럽게 말해서 그 문제의 사람은 자리를 옮겼다. 4번으로.


그 문제의 사람은 분명히 속으로 화가 났을 것이다. 그는 이 모든 것들이 '관습'이라고 생각한다. 들어가기 불편한 자리를 굳이 비우는 상황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계산해서 제일 높은 사람이 가운데에 앉아야 한다는 생각하는 것도 불합리하고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4번에 앉으면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는가?)

 

그 사람의 생각이 틀렸다.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분명히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떤 일들은 관습이나 관례에 얽매여서 굳어버린 무언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일화는 그렇게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임원이 1번이나 4번 자리에 앉는 게 적합할까? 늦게 왔다는 이유로 복도 옆에 앉는 게 맞는 것인가? 당신은 밥 사주는 사람을 그렇게 대우하는가? 연장자를 그렇게 대우하는가? 상위 직책자를 그렇게 대우하는가?

 

회사생활을 하다가 좌석을 골라 앉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이 기본적인 원칙을 지켜서 앉기를 바란다.

 

1. 내 서열을 확인한다.

내 서열이 전체 모이는 인원 중 몇인지를 확인하자. 제일 위라면 자리를 고를 권한이 있다. 맨 끝을 앉든, 가운데를 앉든 다 당신 마음대로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의 서열이 막내에 가깝다면 당신이 고를 수 있는 위치는 많은 대신 절대 앉아서는 안 되는 위치가 존재한다.

 

2. 윗사람은 무조건 상석에 앉는다. 그 방에서 가장 좋은 자리가 상석이다.

상석은 어디일까? 회의실과 식당은 대체로 비슷하게 이루어진다. 문에서 먼 자리, 구석지지 않은 자리를 윗사람 자리로 배정하면 된다. 저 위의 사례를 보면 2번 자리밖에 안 남는 이유가 그런 것이다. 회의실이라면 문이 가까워도 만약 회의 자료를 띄우는 빔프로젝터나 TV가 있다면, 그 정면 자리가 임원의 자리다. (정면이 아닌 중간이 상석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 참석 인원과 인원의 수에 따라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3. 모르겠으면 눈치를 보거나 직접 물어봐라.

계산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경험이 부족하거나 응용이 잘 안되거나... 그럴 때는 아주 깔끔한 방법이 있다. 그냥 모든 사람들이 앉기를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빈자리에 앉으면 된다. 의도적으로 방에 마지막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윗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먼저 도착하는 경우라면 마지막으로 들어가는 것이 해결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문 바로 앞이나 구석으로 앉는 옵션이 없을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는 가장 친한 선배나 팀장님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정답이다. "저는 어디에 앉을까요?"

 

그런 것까지 물어본다며 짜증 내는 선배나 팀장 아래에서 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물어보지 않고 당당하게 앉았다가 상식도 없는 놈이라고 욕먹는 것보단 나으니 모르면 물어보도록 하자.


참고로 그 사람은 회사 생활 13년 차인가 그랬다. 그 사람을 보며... 나는 그 사람과 절대 같이 일을 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다. 세상에 '상식'이라는 것이 모두에게 다를 수 있으니, 가치관이 다를 수 있으니, 하며 다 이해해보려 했지만 이번만큼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같은 회사를 이렇게 오래 다니면서 우리 회사 직원이라면 가져야 했을 '상식'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었으니. 그리고 위에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나는 구두로 "저 자리(2번)는 임원 자리니 제가 여기 앉을게요"하면서 5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 사람은 2번에 앉았고 내가 임원 자리라고 지적했을 때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팀장님이 말하니까 자리를 옮겼더랬다. 의도적으로 내 말을 무시한 이 병신 하곤 절대 같이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러니 이런 병신이 되기 싫다면, 상식이 있거나, 눈치가 있거나, 귀라도 열려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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