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슈 과장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성격이 나쁜 사람도 아니고, 정치적인 사람도 아니고 '일을 못하는 사람'이다. (참고로 신입사원이나 그에 가까운 연차인 후배들은 이런 평가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
정치적인 사람과 일을 못해봐서 모른다고 혀를 찬다면 개인적으로 사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정치적인 사람을 모시고 일해본 적도 있었고, 회사 일은 나 몰라라 하면서 자기가 좋은 대로 뭐든 하는 사람도 만났었고, 아무런 주관도 없이 시키는 대로만 일을 하는 사람도 만났었다. 엄청난 소외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시기와 질투로 슈 과장을 배제시킨 동료와 일한 적도 있었고, 스스로 열등감에 치여서 남 욕하고 다니느라 뒤에서 욕도 많이 먹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 모든 사람들보다 더 싫은 사람이 '일 못하는 사람'이다.
이유? 간단하다. 사람의 유형별로 살펴보자.
1. 성격이 나쁜데 일은 잘하는 사람
성격이 나쁘지만 일을 잘하는 사람과 일하면 일은 잘 끝나게 되어있다. 물론 일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지만 이 또한 맞춰가면 성과는 나오기 때문에 나름 고생의 보람이라는 게 오기도 한다. 사무적으로 상대방을 대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만큼만 나도 대응을 한다면 사무적인 관계에서 서로 상생하는 방법을 찾을 수가 있다. 물론 외로울 수 있고, 회사를 이러려고 다니나 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회사에 모든 사람들이 사교하러 나오는 것은 아니니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일이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하면 회사가 당신에게 해줄 필요가 있는 일도 아니다.
2. 성과를 가로채는 사람
이건 정말 싫다. 내가 정말 열심히 했는데, 이 사람이 자기가 다 했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걸 봐야 한다. 마치 난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고 시키지 않으면 안 했다고 그런다. 자기가 살기 위해서 내 험담까지 한다. 근데 나는 그걸 다 알면서도 그 사람에게 따지지도 못하고 해명할 기회도 없다. 서럽고 억울하고 화가 난다. 그걸 듣는 팀장은 그 사람의 말을 다 믿어버린다. 서럽다. 그런데 이 사람이 어떻게 일 못하는 사람보다 나은 거지?
사실 이런 사람 정말 싫다. 하지만, 이 사람은 놀랍게도 이해관계가 맞으면 너무나도 다루기 쉬운 사람이 된다. 우선 내가 고과에 욕심이 없다는 느낌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그 사람이 나를 험담하지 않아도 내가 치고 올라오지 않는다는 그런 느낌? 그리고 그 사람과 친해지면 된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와 친한 사람을 깎아내리지 못한다. 나를 욕하지 않고 무능한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러면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사람과는 최대한 이해관계를 잘 맞추면 윈윈 할 수 있다. 그 사람을 팀장을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봐라. 고과 필요 없고 일을 재밌게 하면 된다고 말해봐라. 아니, 한술 더 떠서 팀장님께 가서 그 사람 칭찬을 해봐라. 나를 칭찬하고 다니는 사람을 욕할 배짱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가 그 사람을 팀장에게 칭찬하는데 그 사람이 팀장에게 내 욕을 한다? 누가 손해가 될지 잘 계산해보면 간단해진다.
그렇다. 다 내려놓은 천사가 되라는 거다. 겉으로만. 욕심 없는 성실한 직원. 같이 일하는 사람이 성공하기만을 바라는 기특한 후배. 화목한 팀에서 일하는 게 좋은 팀원. 남의 험담을 하는 사람은 지게 되어있다. 남의 공을 가로채도 그건 순간일 뿐이다. 그리고 인정할 건 인정하자. 이렇게 해서 살아남고 일하는 사람에게서 배울 게 없을까? 이거 하나는 잘 해내는 사람이니 이걸 배워도 인생의 자산이 된다.
3. 자유로운 영혼이라 자리에 없는 사람
정말 귀찮은 존재다. 사람의 머리는 있는데 일을 안 하니 그 사람의 몫은 누군가가 해야 한다. 화가 나고 짜증 나는 존재다. '저 사람 나가고 다른 유능한 사람이 오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정말? 정말? 슈 과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도 그 사람의 역할이 있다. 그 사람이 존재함으로써 다른 팀원의 가치를 팀장이 알아주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고과 평가를 깔아주는 것. 일 안 하는 사람은 모르는 것 같지만 안다. 팀장이 그것도 모를 정도로 무능하다면 그 일 안하는 사람을 욕하지 말고 팀장을 욕하는 게 맞다.
모두가 유능하고 열심히면 좋을 것 같지만, 연말 인사고과에선 고통이 따른다. 가끔은 고과를 깔아주는 사람이 팀에 있어주면 좋을 때가 있다. 생각보다 불화 없는 평화로운 팀이 되기도 한다. ^^ 그냥, 저 자유로운 영혼이 나까지 끌어 들어서 나를 힘들게 하지 않기만을 바라면 된다.
4. '난 시키는 것만 해요' 스타일
좋은 스타일이다. 간단하다. 시키면 된다. 그럼 한다. 끝. So cool! 그리고 놀랍게도 이런 사람들은 시키면 또 잘한다. 같이 일하는 방법만 터득하면 든든한 스타일이 되기도 한다. 사람을 부리는 요령을 터득하도록 하자.
5. 회사에서 자기 그룹(inner circle) 만드는 사람
자기랑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밥 먹고 수다 떨고 커피 마시고 하는 사람들과 일해본 적 있는가? 슈 과장은 일해본 적이 있다. 그것도 그 그룹 밖에 있는 사람으로서 일했었다. 놀랍게도 같은 팀의 여직원들이었는데, 나를 제외한 모든 여직원이 하나의 그룹이었다. 슈 과장은? 잘 어울리지 못해서 소외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팀장은 신경이 쓰였는지 다소 시끄럽긴 했지만... 뭐 별일 아니었다.
이런 그룹이 팀에 있다면 외로워질 수가 있다. 나를 제외한 모든 팀이 그렇다면 말이다.(i.e., 내가 왕따라면...) 다행히 슈 과장은 프로젝트 단위로 일해서 팀의 의미가 크게 없어서 영향이 크지 않았다. 그리고 출근해서 밥 먹을 사람만 있다면 그 외의 사교생활은 중요하지 않았다. 다들 차 마시러 놀러가면 그냥 내가 맡은 일만 묵묵히 했다. (일도 심지어 같이 하지 않았다.)
그걸 신경 쓰고 스트레스받으면 괴롭지만, 사실 신경 안 써버리면 메어있지 않고 자기 시간도 많아지고 좋은 점도 있다. 그 사람들이 따로 나가서 내 욕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내 멘탈의 문제가 있는 거니 고치는 게 맞다. 그 사람들은 내 욕말고도 할 이야기가 많다. 그냥 서로 관심이 없는 거다. ^^
6. 나를 시기, 질투하는 사람
많이 만났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뭔가 내가 즐거워 보이는 게 부러웠나 보다. 뒤에서 깎아내리는 말도 참 많이 들었다. '쟤는 개발자도 아닌데 왜 교육 대상이야?' 뭐 이런 거라든지. 내 흠을 잡기 위해서 졸업한 학교, 사는 집, 부모님 직업, 아빠의 취미까지 코치코치 캐묻는 사람도 만났었다. 그럴 때마다 그냥 태연하게 원하는 대답을 다 줬다. 상대방이 나를 깎아내려도 내가 깎이지 않으면 된다는 마음이었다. 그 경쟁을 하기엔 회사의 일이 너무 많았고 그 고민이 더 많았다. 상대방은 그럴 때마다 나를 보면서 나에 대한 시기 질투가 점점 늘었지만, 어이없어서 뒤에서 웃을지언정 그걸로 화가 나거나 속상했던 적은 없었다. 상대방에 대한 실망은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랑 잘 지내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 모든 이상한 사람들은 다 상대하고 괜찮지만, 일을 못하는 사람은 슈 과장을 환장하게 만든다. 너무 화나서 순간 화가 나서 폭발하게 하기도 한다. 그 사람에겐 재수 없게도 슈 과장은 그 스트레스를 이야기하면서 풀어버리기 때문에 동네 방네에 그 에피소드를 다 이야기한다. 억울하고 화가 나니 나 좀 위로해달라는 의미에서 말하고 다니는 것이다. 물론 혹시나 듣는 상대방 '그럴 수도 있다'라고 하면 누그러지는 편이다.(소심)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같이 일하는 차장님이 임원 보고 일정을 잡아야 했는데 팀장님과 본부장님이 모두 다 참석해야 하는 자리였다. 팀장님과 본부장님에게는 일정을 다 물어보고 확인해서 보고 일정을 잡았는데 슈 과장에게는 묻지 않으셨다. 평소면 슈 과장이 같이 일하는 팀원이니 그런 걸 물을 필요 없이 일정 잡으면 맞추면 되는 거였지만 불행히도(?) 현재 슈 과장은 (집합) 교육을 받고 있다. 하루 종일 교육을 받는 상황이라 임원 보고여도 참석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서 차장님은 이걸 다 알면서도 슈 과장에게 일체 연락 없이 미팅 일정을 본부장님에게 이야기하셨다. 미팅 목적, 일시, 참석자 모두 다 완벽하게 잘 쓰셨다. 마지막 한 줄을 제외하고 말이다. "슈 과장은 교육으로 인해 참석여부 미정" 그 한 문장을 보고 슈 과장은 뚜껑이 열려버렸다. 이 미팅 공지는 단체 카톡방으로 왔다.
이게 왜 문제냐? 자 하나씩 설명을 해보겠다. 1. 아무리 업무의 효율이 어쩌고, 편하게 일하고 어쩌고 그래도 지켜야 하는 게 있다. 미팅에 대한 공지는 메일로 하는 것이 적합했다. 적절한 수신인과 참조인을 넣어서 정식으로 보내야 했다. 업무시간에 연락하면서 그걸 카톡으로 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다. 2. "슈 과장은 교육으로 인해 참석여부 미정" 이 문구는 문제가 있다. 슈 과장을 생각해서 '불참'으로 쓰기 싫어서 그랬다 라는 센스 아니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센스가 아니다. 본부장에게 미팅에 대해서 공지를 하면서 같은 팀원인, 일개 과장의 일정이 본부장 일정보다 확정이 안 되는 게 말이 되는지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심지어 그걸 그런 메일에 같이 넣는 게 맞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공지를 보내기 전에 나에게 연락을 해서 확답을 받았어야 했다. '교육으로 인해 참석 불가'라고 정확하게 쓰는 게 맞다. 교육이 뭐길래 슈 과장은 안 와? 괘씸하네.라고 본부장이 생각한다면 그건 슈 과장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중요한 것은 본부장에게 너무나도 확인하기 쉬운 사실을 '미정'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그것도 정작 본인인 나하고 이야기도 안 하고 말이다.
분노하는 슈 과장을 같이 일하는 남 과장님이 달래주면서 '악의는 없어요'라고 대변하셨는데, 그 남 과장님이 안쓰러웠다. 나는 '기분이 나쁘네요'라고 대답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악의가 있었다고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일하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서 화난 거예요.'
회사에서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가족 같은 회사', '편한 팀장' 이런 놀라운 미사여구가 붙는 걸 심심치 않게 본다. 그러고는 팀원들은 '우리 팀장님은 편해, 좋은 분이셔'라고 하면서 정말 팀장을 '편하게' 대하는 것을 볼 때가 있다. 본부장님에게 '편해요'라고 생각하면서 카톡으로 카톡 틱틱 보내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착각하지 말자. 아무리 그래도 이 사람들은 팀장이고 본부장이다. 당신을 평가하는 사람이고 당신에게 일을 지시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줘도 결국 '까라면 까'라고 말하면 까야하는 사람이 이 사람들이다. 선을 넘은 행동을 하면 "내가 이 정도로 편한가?"라고 속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남 과장님에게 이야기했다. '본부장님이 편하게 대해 주시고 그렇게 일하고 싶어 하시는 거 다 알아요. 하지만 우리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건 지켰으면 좋겠어요.'
위의 이상한 사람들에 대한 인내심은 그렇게 대단하고 쿨하면서 고작 이런 걸로 화를 낸다니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슈 과장을 화나게 하는 건 이런 거다. 일처리 방식이 맞지 않은 것, 기본적인 기본도 지키지 않는 것. 무엇이든지 지금 슈 과장이 하는 일을 망칠 수 있는 행동을 싫어한다. 팀으로서 일하면서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것, 공유하지 않는 것, 숨기는 것. 이런 게 다 싫다.
회사는 웃길 때 웃고 떠들 때는 뭐든 다 이해해주고, 온갖 사람들을 같이 신나게 욕하다가도 메일에 수신인 참조인 잘못 넣은 거 하나로 혼낸다. 내 말투에 대해서 어떠한 말이 없다가도 회의록에 가볍게 적은 논조 하나 때문에 전쟁이 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메일이든 회의록이든 이런 업무 공지든 자기가 같이 일하는 팀원들하고는 서로 칼을 겨눠선 안된다. 다 같이 잘해야 결과가 좋은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이 하는 일을 한 명이 망치고 다닌다고 생각하면 화가 난다. 열정적이어서 그랬든 악의가 없이 그랬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신입이나 사원급이면 가르치면 된다. 듣고 배우고 변한다면 얼마든지 괜찮다. 하지만 과장 연차에 이런다는 것은 지난 과거에 얼마나 일을 못했는지가 보여서 화가 나는 건 둘째치고 같이 일하기가 막막해진다. 아직도 자기가 옳다고 믿는 서 차장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을 잘하는 게 대단한 게 아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고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다. 실수해도 된다. 몰라도 된다. 물어보면 알려줄 팀원도 있고 가르쳐줄 팀원도 있다. 이 와중에 공을 뺏는 사람도 있겠고, 안 가르쳐주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이 모든 사람들은 그래도 성과를 내기 위해서 필요한 노력은 다 할 것이다. 사리사욕이 많은 거지 일을 못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일을 못하는 사람은 실수해도 모르는 사람이다. 가르쳐줘도 듣지 않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최악이다. 정말 최악이다.
웬만한 사람 다 맞춰가며 일했던 슈 과장에게도 이 사람은 정말 노답이다.
'슈르의 오피스라이프 > 오피스라이프 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사간의 미팅 장소는 왜 중요한가 (0) | 2020.06.24 |
---|---|
순탄한 회사생활을 위해서 자기만의 브랜딩을 해라 (0) | 2020.06.16 |
회사에서 절대 하면 안되는 것 1위, 숨기기 (0) | 2020.05.28 |
[회사 용어] KPI 뜻, 예시, 주의사항 (0) | 2020.05.25 |
회사에서 반말하지 맙시다 (0) | 2020.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