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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회사 입사한 지 1주일이 되지 않은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같은 부서라던가 업무의 연관성이 있다거나 그러지 않고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만난 사람이었기 때문에 입사하고 어떤 설명을 얼마나 들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 부서의 팀원이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질문을 했는데 대부분의 질문에는 1주일 안된 만큼의 대답이 돌아왔는데 딱 하나의 질문에서 완벽한 공백이 돌아왔다. 그 질문은 "그 부서의 KPI가 뭐예요?"였다.

 

슈 과장을 쳐다보는 표정에는 "우리 부서 KPI가 뭔지 몰라요"가 아닌 "당신이 무슨 질문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였다. 신입사원이면 보통 HR에서 교육을 받고 넘어오는데 코로나로 인해 그 단계가 다 생략되어버리는 바람에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온 것이었다. '아, KPI라는 게 회사 용어였지..!'라는 뒤늦은 깨달음에 오늘은 KPI에 대해서 포스팅해보려고 한다.


매일경제의 정의는 위와 같다. KPI, 영어로는 Key Performance Indicator라고 하는 '핵심성과지표'는 은행원 실적 평가를 위한 일종의 채점표로, 승진 성과급의 기준이 된다고 적혀있다. 슈 과장은 이 설명에서 동의하는 부분은. '핵심성과지표'라는 단어 하나다.

 

그럼 이제 슈 과장의 설명을 시작해보겠다.

 

1. KPI가 무엇일까?

아주 쉽게 설명하면 '성과지표'다. 핵심이라고 할 필요도 사실 없다. 매해 '내가 일했다는 것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되는 것들이 이 지표다.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지표를 주고 목표치를 설정하는 방법이 있고, 지표와 목표치도 동일하게 주는 방법이 있고, 지표와 목표치 모두 다 개인의 자율로 하는 방법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지표가 정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 KPI에는 어떤 지표가 있을까?

매일경제의 정의에 예시와 같이 수익성, 잔액 규모, 고객 유치와 같은 지표들이 있다. 그 외에도 매출, 신규 고객 수, 순이익, 횟수, 이탈률, 참여율과 같은 것들이 다 들어갈 수가 있다. 이 숫자는 고과 평가와 연동을 시키는데 예를 들면 평가가 A B C D 등급이라고 하면 100건 이상은 A, 80건 이상은 B, 60건 이상은 C, 그 이하는 D. 이런 식으로 정하는 것이다. 그 목표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조정이 들어가는 것이다. 목표가 너무 높으면 달성이 불가능한 것을 우려하여 조정이 들어가고, 목표가 너무 낮으면 도전적인 목표 설정이 안 되니 조정이 들어가는 식이다. 보통 정규분포상 중간에 있는 숫자는 기본만 하면 달성할 수 있게 한다고 보면 된다.

 

3. KPI에서 주의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측정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면 안 된다. 가끔 정성적인 평가지표를 넣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량적으로 하기 너무나도 어려운 경우 그러는데) 이럴 때 기준이 모호하면 불합리한 고과 평가가 진행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PM이 내 업무 성취도에 대한 평가를 한다고 해보자. "성취도가 높음"이면 A를 받겠다고 적었다고 치자. 그러면 PM 기준에서는 성취도가 높지 않을 수 있고, 내 기준에서는 높을 수가 있다. 이러면 명확하지 못한 기준 때문에 '불합리한 고과 평가'가 있었다고 화를 내는 것이다. 자기 계발이 혹시 KPI에 있는 경우면 수강한 강의의 숫자, 읽은 책의 개수(=독후감과 같은 증명 수단이 있는 것이 좋다), 자격증 취득 여부 등의 방법으로 KPI를 설정하는 것이 좋다. 상호 합의한 기준을 정량적으로 증명한다면 내 고과가 깎이기도 어렵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그래서 누군가가 질문으로 '그 부서는 KPI가 뭐예요?'라고 묻는다면 '저희는 매출입니다.'라는 식의 대답이 돌아와야 한다. 이게 정답이다. KPI도 한 명이 5-6개를 잡고 움직이는 편인데 결국 주 업무에 대한 주요 KPI가 있기 마련이다. (솔직히 자기 계발이 주요 KPI일리가 없지 않은가!?)

 

KPI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회사가 따로 있는가? 사실 용어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기본적으로 KPI는 다 있다고 본다. 실제로 슈 과장 회사에도 있고, 고객사에서 'KPI가 뭐예요?'라고 물었을 때 공백의 표정이 돌아온 것을 본 적은 없다.

 

하지만 KPI가 직설적으로 질문할 수 있는 주제이냐는 사실 조금 민감한 사안이다. 누군가의 KPI는 누군가의 이해관계나 움직이는 동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쉽게 말하기 싫어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대출업무를 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에게 'KPI가 뭔가요?'라고 물으면 당신과의 관계에 따라서 난감해할 수 있다. 만약 묻는 당신이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이고 그의 KPI가 마진(Margin)이라면 그걸 절대 말하고 싶지 않은 대상이 당신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대출을 최대한 높은 금리로 줘서 최대한 많이 남겨먹는 게 중요한 사람이 그걸 어떻게 말하겠는가.! 하지만 만약 이 사람의 KPI가 '대출금액'이라면 이야기해줄 수도 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많이 대출해주는 게 KPI입니다.'라는 대답만큼 당신에게 호의적으로 들릴 대답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KPI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다. 회사에 들어와서 처음 배우게 되는 KPI는 매해 연초마다 직장인들을 귀찮게 하는 것 중 하나다. 회사생활을 이제 시작했다면 KPI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연초에 귀찮아하며 대충 쓴 KPI가 연말에 어떻게 돌아오는지 경험하기 싫으면 연초에 계산적으로 잘 수립하길 바란다.ㅎㅎㅎㅎ 물론 고과 평가 내려놓고 신선처럼 회사를 다닌다면 계속 그러셔도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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