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점심시간 커피 예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커피 예절'이라는 단어는 사실 슈 과장도 처음 써보는데, 일단 표현이 대충 그런 뜻이다~라는 의미로 쓴 것이니 필요에 따라 다른 단어로 이해해도 될 것 같다. (커피 에티켓이라든지, 티타임 에티켓이라든지 등등...)
중요한 사실은, 후배와 같이 밥을 먹으러 다니는 선배에게는 딜레마가 생긴다는 것이다. 여러 명이 또는 모든 팀이 우르르 같이 밥을 먹으러 나간 거라면 상황이 조금 다르겠지만, 선배와 후배 둘이 나왔다던가 선배와 후배가 약속을 하고 만났다면 선배의 고민이 시작된다.
우선 선배는 "내가 밥을 사야겠지?"라고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2-3명의 약속에서는 '각자 계산하느니 선배인 내가 사지 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끔 만나는 사이일 수도 있고 매우 친한 사이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선배(아니면 나이가 많은 동기)는 지갑이 열리게 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선배가 괜찮은 사람이었다면 그 선배도 자기 선배에게 그렇게 얻어먹고 다녔을 거라는 사실이다. (나는 선배에게 얻어먹지 못했지만 후배는 사줘야지ㅡ!라고 생각하는 선배가 있다면 그럴 수 있는 후배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자. 후배 없는 사람도 많다...)
자, 이제 선배가 밥을 사줬다. 후배인 나는 세상 밝은 목소리로 "잘 먹었습니다!"를 외칠 것이다. 깍듯한 인사, 매우 만족한 표정으로 선배를 쳐다보며 방긋 웃을 것이다. 선배는 나를 본 척 만 척 자연스럽게 대답을 하며 걸음을 옮긴다. 점심시간은 아직 남았고, 이제 식후 커피 타임이다. 선배는 익숙한 듯 단골 카페로 걸어가신다. 나는 같이 이야기하며 커피를 마신다는 생각에 즐거워서 또 방긋방긋 웃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제 카페에서 내가 취하는 행동이다. 나는 계속 해맑게 웃으면서 "저는 아메리카노요!"라고 대답하는 게 맞을까? 제일 저렴한 음료를 주문했다는 센스에 스스로 대견해하면서?
다시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선배도 사람이다. 밥 2인분을 결제하고, 커피를 마셔야 해서 카페를 갔는데 이번에는 어떤 마음으로 갈까? '내가 커피를 사야지'라고 생각할까? 아니다. 대부분 '내가 커피도 사야겠네...'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배가 사게 내버려 둔다면 앞으로 선배의 지갑은 '당신한테' 굳게 닫힐지도 모른다. 사실 선배와 나의 월급이 차이가 많이 나지도 않을 수 있는데 선배가 뭐라고 당신 밥과 커피값까지 사야 하는 걸까.
슈 과장도 한 번에 3-4명이 되는 사람들의 커피값을 매일같이 내야 했던 때가 있었는데 정말 너무나도 괴로운 마음으로 샀었다. 시간이 갈수록 편의점을 가거나,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불쌍한 나를 발견해야 했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당신의 의지에 따라서 달라지는 부분이다.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에 따라 선택해서 행동하면 될 것 같다. 각각 장단점이 있다.
1. 선배가 커피도 사도록 내버려 둔다.
- 선배의 지갑이 이젠 닫힌다. 선배도 우울하고, 계산할 때 내미는 선배의 손도 우울하다. 선배가 살 마음이 있었다고 해도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며 해맑게 웃는 당신은 선배를 그만큼 우울하게 한다.
2. 선배와 커피숍에 도착해서 "선배님, 커피는 제가 사겠습니다."라고 먼저 말을 한다.
- 이건 선택권이 생기는 부분이다. 후배인 내가 커피를 사겠다고 했을 때 선배는 선택권이 생기게 된다. 자발적으로 커피를 사줄 것인가, 아니면 그냥 후배에게 얻어마실 것인가. 선배에게 선택권이 생긴다는 것은 선배가 선배로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됐어, 이건 내가 낼게~"
선배는 사실 별게 없다. 후배에게 선배로서 말 몇 마디 해주고 싶고, 조언도 해주고 싶고, 가오도 잡고 싶은 것이다. 여기서 선배가 "됐어, '선배'인 내가 살게!"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준 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 말을 하지도 못하고 후배에게 모두 다 갖다 바치는 선배는 겉으로는 쿨하지만 속으로는 너무 외로워진다.
후배의 말 한마디, 선배가 자신 있게 통 크게 좋아서 말할 수 있게 하는 그 하나가 센스를 좌우한다.
3. 선배와 커피숍에 도착해서 "선배님, 커피는 제가 사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선배가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우기고 우겨서 어떻게든 내가 결제한다.
- 사실 여기서 기분이 나쁠 선배는 없다. '어머 네가 그렇게까지?"라고 하며 좋아할 뿐이다. (끝까지 지지 않는 선배도 있는데 그럴 경우는 져드리는 게 예의다.) 이런 경우 선배는 "다음에 또 밥을 사줘야겠다"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만약 이렇게 내가 낼 용의가 있는데 선배가 거절했을 경우 '내가 꼭 내고 싶다!' 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지 않고 결제한 선배에게 '오늘 제가 다 얻어먹었으니 다음에는 제가 풀코스로 사겠습니다!"라고 멘트를 날리는 것도 방법이다. 이렇게 굳이 다 결제한 선배는 다음에 만났을 때 풀코스로 다 얻어먹을 확률은 지극히 낮다. 얻어먹어도 매우 저가로 얻어먹을 거다.
위의 이야기는 슈 과장의 경험이기도 하다. 후배에게 "우리 팀의 문화는 신입은 3개월 동안 얻어먹기만 하는 거예요!"라고 말할 기회만을 기다리며 후배들에게 커피를 참으로 많이 샀는데, 나의 후배는 단 한 번도 "오늘은 제가 사겠습니다"를 외치지 않았더랬다. 한번 두 번 세 번은 다 그러려니 했다가 그게 너무 많아지자 자신 있게 본인 메뉴를 주문하는 후배가 미워 보이기까지 했다. '누가 내라고 하나, 자기가 내겠다는 말 한마디 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라는 생각에 속이 타들어갔었다.
후배는. 선배 비위 맞추는 것이 사실 귀찮고, 업무 외적인 일 같고 하지만 사실 말 한마디면 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인사 한번, 성의 한번, 웃음 한 번이면 선배들에게 충분할 수가 있는데 그걸 안 해줘서 선배들은 열렬한 짝사랑만 할 때가 많다.
물론 커피 값 낼 생각이 없었는데 괜히 말했다가 사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사실 짠 선배는 진짜 짜다.) 하지만 선후배의 사이는 무조건 내리사랑이라고만 생각하진 말자. 선배도 후배도 결국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니까. 선배의 밥 값보다 내 커피값이 더 비쌀 확률은 정말 극히 드물다. 이렇게 계산하고 저렇게 계산해도 후배인 나는 손해 보는 일이 적다. 그러니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자.
"선배님, 오늘 커피는 제가 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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