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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을 쓰지 못해서, 시간이 있을 때 주섬주섬 근황을 적게 되었다.

우선, 작년 말에 회사에 대규모 변동이 생기면서 입사하고 처음으로 내가 가고 싶은 팀을 골라서 갈 수 있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하고 있던 업무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고,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전문성도 높은 상황이었으나 놀랍게도 나에게 선택권이 오자 나는 다른 팀을 가겠다고 대답했다. 나 외에 주변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답을 내밀어서 나도 분위기를 나름 탄 것 같기도 하지만,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조직이라 생각해서 모험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하는 일은 동일하지만, 업종을 바꾸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지금 아니면 가볼 수 없을 것 같은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기도 하다. 회사에서 모두가 '대세'라고 하는 곳을 가야 나도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는 착각? 이란 걸 해버렸다고나 할까. 그래서 지방의 관리로서 떵떵거리면서 살던 삶을 뒤로하고 도시로 올라가기로 했다. (비유적으로 표현한 거다... 사실 그냥 대도시에서 대도시로 옮긴 수준이다.)

업종을 바꾼다는 것이 회사를 옮기는 것만큼이나 큰 변화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같은 회사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는 사람도 없고, 나를 아는 사람도 없었다. 그동안 무슨 일을 하셨냐는 질문을 그렇게나 많이 받을 줄 몰랐다. 그리고 무슨 일을 했는지 이야기해도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만날 줄 몰랐다.

그리고 텃세가 심했다.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히 "알죠?"라고 확인차 물었고, 내가 모를거라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사실을 알려주듯이 이야기했다. (다행히 대부분 아는 것들이었다.)

매일 어록을 하나씩 갱신해가는 텃세들의 모임에서 나는 신입사원 때 내가 어땠는지 생각이 날 정도로, 1년 차의 긴장과 눈치를 보면서 지내야 했다. 유일한 차이는,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이제 모르는 게 없어야 한다는 챌린지와, 침묵은 눈치가 아니라 게으름으로 치부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왜 이런 이동을 감행했을까 생각도 하고, 다시 원래 담당하던 업종으로 돌아갈까도 고민했었다. 그러나, 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안타깝게도 자존심이 센 편이라) 일단 견뎌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3주차에 접어들었다. 여전히 눈치를 보는 부분도 있지만, 이젠 사람 이름도 제법 외우고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도 숙지했다. 텃세 부릴 일들도 결국 두 번은 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았다. (처음 들어야 신기하지, 두 번 들으면 그냥 들은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여전히 향수병은 있지만, 그런 감정이 들수록 이전 부서에서 내가 참 많이 사랑받았다는 사실을 환기하는 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혹시나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야기해주고 싶다.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다 적응해서 같이 호흡하는 나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의 힘듦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포기해선 안된다. 이 적응은 어디에 가서도 해야 하는 과정이니만큼, 연습을 통한 통달만이 답이다!

힘내자 우리 자신!!

2025.02.1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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