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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스스로에게 실수하지 말라고 상기시켜 주기 위해서 쓰는 글이다. 제목의 표현이 다소 격해보인다면 그런 이유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우선, 이번 프로젝트에서 고객 PM과 나의 사이는 매우 좋다. 가족 이야기도 하고, 주말 이야기도 하고, 따로 점심에 커피 마시면서 수다도 떨고 그런다. 프로젝트 초기에 자기가 프로젝트할 때 PM를 자주 교체했다는 둥 겁주는 이야기를 많이 했던 때에 비하면 아주 많이 나아진 거다. 지금은 나가지 말라고, 훌륭한 PM이라고 립서비스도 해주시니 말이다.

 

그래서 내가 오랫동안 간과했던 것이 있었다. 이래도 저래도 결국 고객은 고객이라는 사실이다. 웃으면서 이야기하면 봐줬던 고객이었지만 그래도 그럴 수 있었던 상황, 순간, 자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게 어떤 거냐 물어도 답이 의미가 없는데, 그 이유는 그게 무엇이든 '고객 마음'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내가 저지른 실수는 주간보고에서 주간보고를 시작하기 전이었지만, 고객 PM의 팀장이 있는 자리에서 웃으면서 스몰토크를 했다는 것이다. 고객 PM의 이전 팀장이 있는 자리에서는 자주 있었던 일이라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전팀장은 고객 PM과 사이가 좋아서 원래 그런 대화를 하는 사이였다는 것이고 이번에 새로 온 팀장님은 고객 PM도 어려워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다 어렵기 매한가지라 동일한 상황이라 생각하고 이야기했는데, 그 자리에서 고객 PM은 정색하고 나에게 쏘아붙였다. 그리고는 유연함을 기대하며 웃으면서 이야기한 나의 발언을 다 강스파이크 날리듯이 쳐내셨다. 

 

주간보고 끝나고 고객 PL에게 '오늘 PM님 안 좋은 일 있으세요?'라고 물었는데 고객 PL은 특별히 그런 일은 없었고 본인은 같이 있으면서도 차이를 잘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고심을 했다. 내가 뭘 잘못했나, 고객 PM이 기분이 안 좋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왜 평소라면 괜찮았을 일이 왜 오늘은 안 괜찮았던 것일까 하는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는 답을 찾았다. '고객 PM이 이래서 그랬구나!'라는 깨달음이 아니었다. (그 나름의 이유를 찾긴 했지만, 별로 중요하진 않았다.) 고객 PM이 나랑 친해졌고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봐줄 거라고 기대했던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깨달음이었다.

 

이래도 저래도 결국 고객은 고객이다. 친해서 봐줄 거라 기대하고 아쉬운 소리를 한 번 하면 고객은 그 자리에서 나의 발언을 '개긴다' 또는 '이제 내가 만만한가'라고 생각하고 더 쎈 강스파이크를 날릴 것이다. 특히나 그런 이야기를 둘이 있을 때 하는 게 아니라 그의 상사 앞에서 한다면 그건 선을 넘는 일이 되는 것이다.

 

결국 내 고객도 자기 팀장의 부하직원이고, 권위 있는 PM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했던 것이었다. 그 주간보고에서 수행사 PM에게 이런저런 지적을 하면서 고치라고 했을 때 '네, 알겠습니다' 또는 '네, 반영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대신 웃으면서 '아 이건요 이런저런 의도로 작성한 것입니다'라고 방어를 하니 그에겐 괘씸해 보였을 것이다. 나는 대답하기 전에 정말 그 의도가 중요해서, 그 의도를 이해하면 생각이 바뀌었을까 생각했어야 했다.

 

그래서 다시 다짐했다.

 

고객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한다. 쳐박아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갑 앞에서는 을의 옳고 그름은 중요치 않다.

관대함은 을이 복종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는 갑에게서 나온다.

갑과 을은 절대 동등할 수 없다.

 

2024.02.1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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