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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할 때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곤 하는데 그때마다 내가 하는 것이 있다.

 

"친해지기"

 

상대방의 성별도, 나이도, 직책도, 소속도 다 개의치 않는다. 일단 같이 일하게 된 사람이면 무조건 친해지는 것을 제1 순위 목표로 삼는다. 나중 또는 결국에는 사이가 나빠졌을지언정 단 한 번도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적이 없다.

 

'왜 친해져야 하나'라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친해져서 뭐 하냐고, 일만 하면 됐지'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친해지면 불리하다고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친해지는 것도 일이라 안 그래도 힘든데 더 힘들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상대방과 친해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상대방이 보이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그리고 역으로 나는 상대방을 만만해하기 위해서다.

 

아이러니하게 들릴 것 같다. 난 만만해 보이지 않고, 상대방은 만만해지다니. 내가 그렇다는 건 상대방도 그런 거 아닌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상대방이 이 親(친할 친) 카드를 어떻게 쓰냐의 문제인거지 친해지냐 안 친해지냐의 문제는 아니다.

 

친해지면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하나씩 이야기해 보겠다.

 

 

1. 내 욕을 하기 어려워진다.

 

프로젝트가 문제가 생겼다고 가정을 해보자. 누구의 잘못인지 뚜렷하지 않은데 총체적 난국인 프로젝트다. 이럴 때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까? 누구의 잘못이라고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나랑 친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나와 친한 사람이 명확한 단점과 문제점이 있어도 그 사람에 대해서 사실보다 더 나쁘게 말하기는 어렵다.

 

오늘만 해도 팀장님이 부장님 한 명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 부장은 사춘기 아이 같아"라고 하셨다. 그 말에 나는 웃으면서 "그래서 순수하고 착하잖아요 ^^"라고 했다. 만약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었다면 나도 동의하면서 나쁜 말을 덧붙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분과 친하게 지내는 나로서는 누구를 거론해도 욕하는 게 쉽지 않다.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사실보다 나쁘게 말하지 못한다. 그리고 단언컨대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2. 일을 쉽게 주지 못한다. 

 

참고로 나와 10년 넘게 일한 팀장님은 나에게 일을 아~주 잘 주신다. 마음속으로 엄청난 고뇌와 눈치를 보면서 이야기하시는 거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에게 일을 주신다는 사실을 변치 않으니.. 결과론적으로 보면 '친해서' 일을 주신 거다. 친하기 때문에 일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나도 충분히 알고 있다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 이 예시로 시작을 했다.

 

그런데 친하면 일을 쉽게 주지 못한다니? 그게 무슨 말일까. 그게 무슨 뜻이냐 하면, 친구들이랑 모여서 역할극을 하면 서로 '너는 이 역할을 해, 내가 이 역할을 할게'라고 말하는 상황은 당연히 발생하지만, 나와 친한 사람에게 나도 하기 싫은 역할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내가 여자주인공을 하고 싶으면 내 친구에게는 남자 주인공을 주는 게 친한 사람들에게 일을 주는 사고방식이라는 것이다. 친한 친구에게 '나는 여자주인공을 하지만 너는 숲 속의 나무를 해'를 하는 친구는 없다.

 

이를 참고해서... 다시 팀장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팀장님은 나에게 일을 잘 주시지만, 나쁜 일은 주시지 않는다. 내 커리어와 무관한 일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시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주시지도 않는다. 일을 많이 줄 수는 있지만, 힘든 일을 주실 때도 있지만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일을 주지 않으신다.

 

친한 사람들은 그렇다. 서로의 강약, 선호도, 필요성 등을 고려해서 일을 나눈다.

 

그리고 친하지 않은 사람(싫어하는 사람)에게 누구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을 준다. 마치 강당에 집합했을 때 먼저 간 내 친구가 내 자리까지 좋은 자리를 맡아주고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나 몰라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일체의 변호도 하지 않고, 그 사람이 할 수 있다 할 수 없다도 생각하지 않고, '나만 안 하면 되지'의 마음으로 넘기게 된다. 그러니,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친해져서 그 사람들이 내 자리까지 맡아주게 하는 것이 좋다.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나를 변호해 주는 사람을 사귀어 놓는다는 것은, 편안한 회사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다.

 

 

3.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누가 그랬더라, 정보가 힘이라고. 누가 말하는지가 중요하지 않을 만큼 진리와 같은 말이다. 회사에서도 비슷하다. 정보를 많이 들고 있는 사람과 사이가 나빠지고 싶은 사람은 없다. 가십이든, 진짜 소식이든 정보와 이야기를 들고 있는 사람을 무시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성과급이 얼마나 나올지 궁금한데 정보가 없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그런데 A 차장님은 그런 정보를 꼭 알고 있다면? 편하게 걸어가서 물어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면 찾고 있는 자료가 있는데 B 부장님은 그런 정보를 분명히 갖고 계실 거고, 그게 없어도 일은 할 수 있지만 그 자료를 받으면 일이 빨리 끝난다면? B 부장님에게 살짝 가서 자료를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정보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인간관계가 좋으시다. 정말 좋은 사람이라서? 이건 잘 모르겠다. 수다를 떠는 걸 좋아하는 걸 수도 있고 술을 잘 사는 사람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사람을 많이 만나고 정보를 가져오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보가 모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또 가게 된다. 자기 정보 하나를 덜어주고 원하는 정보를 하나 받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요즘 일하면서 이제 알게 된 지 3개월 된 타 부서 과장님과 이야기할 때 서로 정보를 공유하곤 한다. 서로 '과장님만 알고 계세요"라고 하면서 비밀로 주고받는 정보들이 있다. 가끔은 그게 임원진의 이야기일 때도 있고, 나는 감히 들을 수 없는 정보일 때도 있다. 그런 정보를 혼자만 안다는 게 다른 지인들에겐 죄송하지만, 알게 되어서 너무 유익한 정보들이 많다. 내가 하는 일의 방향에도 도움이 되고, 내 나름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를 보면, 슈 과장은 회사를 정치적으로 다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계산적으로 다닌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난 그냥 회사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다. 조용한 걸 견디지 못하고, 비밀을 숨기지 못하고,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은 시시콜콜 이야기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일 뿐이다. 저렇게 위에서 쓴 것은, 이렇게 살다 보니,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다 보니 회사 생활이 참 편하더라.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었다.

 

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그만큼 누구에게 무시당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평생을 쁘띠한, (상대적으로) 어린 여자로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10년 넘게 을 회사에서 갑을 모시면서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무시당하는 걸 참지 못한다. 처음엔 공부해서, 능력으로 이겨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자니 끝이 없었고 내가 감히 갑이나 윗사람을 이기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렇게 열심히 일하면 결국 일만 많이 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친해지기로 했다. 말을 편하게 하더라도 나를 비하하지 못하도록, 나를 무시하지 못하도록,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언제나 내가 웃고 있을 때가 가장 좋은 상황이라는 상기시켜주기 위해서 노력하기로 했다. 내가 웃지 않을 때, 내가 입을 다물었을 때, 내가 그들을 욕하고, 방어해주지 않고, 하기 싫은 일로부터 지켜주지 않고, 마지막으로 어떠한 정보도 구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도록 하자. ^^ 모두 싸우지 말고 잘 지내요오~~~

 

2023.05.1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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