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는 '사랑받는 후배'가 되기 위한 팁을 적었다.
퇴근과 함께 업무 공유를 하는 것이 사랑받는 후배의 행동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그런 후배는 모든 선배 아래에서 나타날 수 있을까?
단칼에 대답할 수 있다. '아니요'라고.
오늘은 좋은 선배의 모습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나도 선배인 입장이지만
한 때 까마득히 어린 신입이었을 때 팀장님이 했던 이야기가 있었다.
신입인 나를 앉혀두고
사실은 팀장인 본인이 얼마나 대단하고 훌륭한지 자랑하는 이야기였지만
나는 그 이야기 자체가 틀리지 않아서
유념하고 듣고 그런 선배가 되겠노라 다짐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런 선배가 되려고 부단히도 노력하고 있다.
그게 어떤 선배일까?
후배가 칼퇴하는데 눈치 안주는 선배?
후배에게 일 많이 안주는 선배?
후배에게 일 잘 가르쳐주는 선배?
글쎄. 이 모두가 다 좋아 보이지만 뭔가 빠져있는 이야기 같다.
마치 회사생활 안 해본 사람이 광고 카피에 쓰는 그런 말...
선배와 후배의 관계는 일을 주고 배우는 관계지만
그들이 교류하는 시간은 '하루 종일'이 아니다.
선배는 후배에게 일을 줘야 하지만, 후배가 성장할 시간도 줘야 한다.
알아서 고민해오고, 무언가를 만들어오기를 기다려주고
틀린 게 있으면 고쳐주고. 가르쳐주고.
그렇다면 그건 언제 해야 할까?
팀장님이 수십 번 나한테 이야기해주었던 걸 여기에 적어보겠다.
"시니어들은 항상 출근하면 주니어가 그 날 할 일을 줘야 해.
그리고 주니어들이 퇴근할 때 그 날 한 일을 주고 가면
시니어들은 그때 그 자료를 먼저 리뷰해야 해.
그래야 다음날 아침에 주니어에게 일을 줄 수 있는 거야."
시니어가 참 불쌍하다고 생각했었다.
주니어가 퇴근하고 더 일하는 게 당연하다는 말이었으니...
그럼에도 고통스러워하고 괴로워하는 선배들의 표정을 보면서도
나는 그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았고
그리고 내가 주니어 때 그 모든 것을 누리면서 일해왔기에
나도 후배들이 들어오면 그렇게 하겠노라 다짐했었다.
시니어가 되고 나서 느낀 것은, 실천하는 것이 확실히 어려웠다.
그 사이에 팀장도 바뀌었고 팀 문화도 그 부분이 사라져 버렸다.
(신임 팀장은 그 당시 그 업무량에 괴로워하던 시니어였다.)
누구도 신입에게 그런 교육을 하지 않았기에
후배들은 내가 일을 줘도 나에게 업무를 보고하고 퇴근하지 않았다.
나는 후배가 하루 종일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후배는 6시에 방긋 웃으면서 퇴근했다.
막히는 게 있어도 묻지 않았고(내가 바빴으니)
내가 말을 걸면 그제야 질문을 했었다.
그러면 난 '그동안 진도가 하나도 나가지 않았겠구나'를 통감하며
매일 같이 야근하며 그 후배가 채워줘야 했던 업무량을 다 채워나갔다.
그 사이클을 몇 번 반복하고 나서야
나는 후배를 앉혀놓고 팀장님의 일장연설 대신 간단명료하게 업무 사이클을 공유해줬다.
앞으로 나하고 일하기 위해 후배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
"아침 9시에 출근하면 오늘 뭐할지에 대해 저와 함께 이야기해요.
업무 중에 일이 막히면 제가 바빠도 무조건 질문을 하세요.
제가 대답해줄 수 있으면 바로 해주고 아니면 시간 될 때 가서 대답해줄 테니.
그리고 야근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 6시에 퇴근하세요.
불가피하게 야근을 제가 요청하는 상황이 있다면 제가 오후 3시까지는 이야기해줄게요.
6시 퇴근하기 전에 5시 반쯤에는 오늘 한 일에 대한 진도, 작업한 내용을 보여주거나 보내주고 가세요.
제가 못 볼 수도 있지만 일단 보내주세요.
보내주기 어려운 작업이면 5시 반쯤에 퀵하게 리뷰하는 걸로 하시죠."
그리고 그 후배와 일하는 남은 기간 동안은 그렇게 일했다.
물론 리뷰하느라 6시에 칼같이 퇴근시켜주지 못한 날도 많았지만
후배가 무료하게 핸드폰만 보며 업무지시를 기다리는 일도 줄었고
나와 일하는 짧은 기간(2 달이었다) 동안 많이 배우고 갔다고 생각한다.
같이 일하며 야근 한번 안 하고 주말에도 한 번도 안 나왔지만
내심 그 후배가 나랑 일하느라 힘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그 이후로 살갑게 먼저 연락하며 저녁 사달라고 찾아뵙겠다고 연락하길래
나랑 일하는 게 재밌었다는 게 거짓말은 아니었구나.라고 내심 생각했었다.
나는 그 후배가 가고 업무량이 엄청나게 줄어든 느낌이었을 정도로 후배랑 있는 게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 후배가 다른 선배랑 일해도 선배한테 욕먹진 않겠구나. 하는 마음에 안심하며 그 고생에 보람을 느꼈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을 어느 회사의 선배들에게 부탁을 하겠다.
후배는 선배가 가르쳐주기 나름이고
막내일 때 처음 선배가 하는 이야기가 회사생활을 하는 가치관이 됩니다.
그러니 잘 가르쳐주세요.
누구를 만나 어떻게 일을 해도
일 하나는 참 잘 배웠다고 느끼게 해 주시고
그러다 누구랑 일했었냐, 누가 가르쳤냐 물어보면 선배님의 이름이 나오게 해 주세요.
후배가 퇴근할 때 6시에 잘 가라고 인사해주는 것보다
후배가 오늘 한 일에 대해 확인하고 선배로서 현상황에 대해 파악을 다 하면
후배의 퇴근길은 정말 가벼워집니다.
퇴근할 때 다음 날 할 일에 대해 깔끔하게 정리해주면 더 좋겠죠
"내일 이 부분만 마무리하면 되겠네 ~ " 이렇게 가뿐하게.
(화내고 깨면 후배의 퇴근길은 지옥이 됩니다...)
자료를 보내 놓고 가면 내가 볼 테니 후배는 이만 들어가 보라고 손을 흔들어 보이면
후배는 작업한 내용을 전달하는 데에 부담을 덜 느끼지 않을까요?
다음 날 출근하면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오늘 할 일을 같이 이야기하고
업무시간에는 각자 자기 할 일을 다 하면
서로 효율적으로 일하지 않을까요?
선배로서 할 일이 늘어나죠.(커피 값도..)
하지만, 내가 후배일 때 선배가 해줬던 일이라 생각하고,
내 후배가 언젠가 자기 후배에게 할 일이라 생각하고,
내리사랑 베풀어 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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