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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이 들어올 때마다 매해 변함없이 하는 말이 있다.

"내 스펙으로는 지금 지원하면 입사 못하겠는데!?"

 

놀랍게도, 내가 입사한 해에도 그 말을 들었다.

나는 수줍게 웃으며 내가 그렇게 잘난 아이라고 생각하고

속으로 엄청 뿌듯해했더랬다.

 

그리고 1년, 2년..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 들어온 신입들의 스펙을 들을 때마다

"와, 내 스펙으로는 입사 못하겠는데!?"

라고 신입 앞에서 진심을 담아 말하고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여기서 곰곰이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있다.

 

Q. 신입들의 스펙은 우리 때와 비교했을 때 정말 더 대단하고 잘났을까?

    - 대단하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것을 하고 입사했다.

      좋은 대학, 준수한 학점, 외국어 성적, 대외 활동은 기본이고,

      수상 경력, 인턴, 창업 경험 등 1분 1초를 남김없이 취업 준비에 쓰인 게 보인다.

      마치. 자소서에 빈칸을 채우기 위해 살았다는 듯이.

 

Q. 그것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 신입, 취준생은 그게 능력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나의 눈에는 1가지 지표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 '태도, 성실함'.

     왜? 그런 신입이라고 해봤자 결국 그들은 나 같은 선배 앞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햇병아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잘난 성적으로 자기가 무슨 일을 하려고 지원했는지도 모르는. 그런 아기아기들.


그래서 신입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선배로서 모두가 그 대단한 스펙을 칭찬하고,

남다른 수상경력과 경험을 묻고 추켜세워주지만

그건 후배인 신입이 기특하고 예뻐서,

그 신입의 존재 자체가 팀에게 너무나도 즐거운 이벤트라서 하는 것일 뿐이다.

 

그 스펙이 있기 때문에

선배인 우리보다 더 나은 무엇인가를 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선배를 리딩하기를 기대하지도,

선배가 못하는 것을 해내길 원하지도 않는다.

(선배들은 굳어버린, 일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기를 기대하긴 하지만...)

 

에헴, 쨌든...

그 수많은 화려한 스펙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이유다.

그 성실함. 그 자세. 그 노력. 

그렇게 살아온 삶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헤실헤실 웃는 신입과

그 많은 노력을 하고 와서 뿌듯하게 웃는 신입 중에 고르라면

난 두번 고민하지 않고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것을 가르쳐주는 걸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신입은. 배우는 눈빛이 다르고, 갈증이 다르다.

 

그러니 신입이라면 유념하기를 바란다.

마음의 부담을 가져야 하는 것은 일처리 능력이 아니다.

신입은. 입사하는 순간 제로다. 

머리엔 업무 지식이 깡통인 그런 아이들.

(아주 깡통이라는건 아니고... 전공에 따라 깡통도 있지만.. 쩝)

 

중요한 건.

선배가 가르쳐주는 것을 성실하게 다 받아들이는 자세다.

한 번은 먼저 가르쳐줄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는 신입이 물어야 한다.

살갑게 묻든, 무뚝뚝하게 묻든, 죄인같이 묻든. 그건 신입의 몫이다.

그리고 그 좋은 학점을 받았듯, 외국어 성적을 받았듯, 일을 해내야 한다.

 

신입은. 한 회사에서 딱 1년 동안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묻고. 묻고. 또 물어라.

모르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고.

틀리는 걸 두려워하지도 말고.

그 1년 동안 마음껏 어리광 부려라.

 

2년 차, 3년 차부터는. 

학교도 학점도 그 모든 스펙도 모두 다 잊어버린다.

1년 동안 일한 내용에 대한 주위의 평가가 나의 스펙이 된다.

 

그러니 묻고. 배우고. 일해라.

그 화려한 스펙에 어울리는 직원이 되는 것이

막내를 보며 흐뭇하게 웃는 선배들의 단 한 가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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