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오늘부터 새로운 카테고리가 추가되었다. 'SI 업계에서 일한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하나씩 써 내려갈 예정이다. SI 업계가 어떤 곳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뭐가 좋은지 등등에 대해서 말이다. 보통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대학생들이 흔히 선택하는 커리어고 SI 회사는 대기업부터 중소회사까지 그 크기가 다양하다. 갑을병정무를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정도로 복잡한 관계를 가질 수도 있는 이 업계는 대학생일 때는 알지 못하는 세상이다. 사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업계를 알지 못한다. '아웃소싱'이라는 개념마저 생소하다면 나의 연재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슈 과장은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아니다. 경제학 전공으로 수학은 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과생이라고 보는 게 맞는 사람 중 하나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대한 지식은 한 학기 프로그래밍 수업 이수가 전부다. 근데 어쩌다가 SI업계에 발을 담갔냐고 묻는다면... "뭐하는 곳인지 전혀 몰랐다"가 정답이다.

 

안타까운 것은 슈 과장도 한 개의 회사에서만 일했기에 SI의 전반적인 일반화는 해주지 못한다. 하지만 귀동냥으로 들은 것까지 최선을 다해서 적어보겠다. SI 업계를 접할 일이 생겼을 때,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SI 회사는 뭐하는 곳인가? SI는 무엇인가?

SI는 'System Integration'의 약자이다. 말 그대로 '시스템 통합'이다. 그마저도 이상한 단어로 느껴질 수 있다. 시스템을 통합한다니요? 원래는 어떤 건데요? 이 질문은 슈 과장이 신입일 때의 질문이었다. 

 

그래서, SI가 무엇이냐. SI회사가 하는 일이 무엇이냐. 간단하다. '시스템 구축해주는 회사'다. 왜 System Integration이냐고? 그 이유는... 우선, IT업계에는 SI회사 말고도 솔루션 회사라는 게 있다. 특정 기능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파는 회사들이다. 이들은 자기 솔루션을 설명해주러 다니고 팔고 설치해주고 기타 등등의 일을 해준다. 이들과 SI회사는 매우 유사해 보이지만 차이가 있다. SI는 그 솔루션 회사들의 솔루션을 사서 고객사에 설치해주는 일까지 해준다. 단순히 설치로 끝나는 솔루션은 많지 않고 추가적으로 개발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통 고객사는 SI회사에서 그 일을 해주기를 바란다. 물론 솔루션 한 개를 구매하는 경우는 SI회사가 굳이 필요 없다. 하지만 솔루션 회사들은 SI회사를 좋아한다. 그건 차차 이야기하겠지만, SI회사가 같이 있다는 건 여러모로 편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SI회사에는 컴퓨터 공학 전공들이 들어가게 된다. 개발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외의 전공은 수요가 많은 경우 입사시켜서 교육을 통해 개발자로서 일하게 하는 곳도 있다. 컴퓨터공학/개발이 본인과 안 맞는 경우 그 난관에 부딪혀서 많이들 퇴사하거나 업무를 조정하게 된다. 이제는 취직이 어려워서 컴퓨터공학 전공자들만 뽑기에도 자리가 부족한 지경이니 이제는 그런 일은 좀 적긴 하지만, 아직도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일이긴 하다.

 

2. SI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SI회사의 사업은 '수주 산업'이라고도 한다. '수주'란 단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수주산업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즉, 정리하면 SI는 주로 거액의 사업이며, 고객의 주문을 받고 그에 맞춰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말한다.

 

2.1 사업은 어떻게 수주하나? 제안!

이런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그냥 손들고 '하고 싶어요'한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거액이고 경쟁 업체도 다 있기 마련이라 경쟁 입찰 방식으로 사업자가 정해진다. 경쟁입찰은 제안요청서(RFP)가 나오면 그거에 맞게 우리 회사가 어떻게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고, 얼마나 잘할 수 있고, 왜 우리여야 하는 지를 설명하게 된다. 그때 제출하는 제안서, 발표하는 설명회, 가격 견적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보고 점수를 매겨서 수행사/사업자가 정해지게 되는 것이다. 

 

사업자가 정해졌다고 해도 사실 '우선협상자'가 정해지는 것이다. 이때 '수주했다'라고 말해도 무방한 이유는 우선협상자가 된 이후에 협상이 결렬되어서 두 번째 사업자로 협상의 기회가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슈 과장은 개인적으로 1번 그런 상황을 접해본 것 같다.)

 

2.2 우선 협상은 무엇인가?

제안요청서에 고객이 요청한 내용이 있고, 제안서에는 SI회사가 제안한 내용이 있는데 보통은 그 사이에 일정 수준의 GAP이 있기 마련이다. 고객이 기대한 것에 못 미치는 게 있거나, 고객이 생각했던 방식이 아니거나 하는 부분. 아니면 다 좋은데 그냥 가격이 너무 비싼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사업을 수행하러 들어오는 사람이 마음에 안들 수도 있다. 그런 내용들을 다 정리하는 것이 협상이라고 보면 된다.

 

협상은 고객사/수행사(SI회사)가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조율하며 항상 협상회의록을 남긴다. 이때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 협상이 결렬되고 두 번째 협상자가 협상의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합의점을 찾는다면 SI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된다.

 

2.3 SI 프로젝트의 수행

이 내용은 뒤에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여기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SI 프로젝트는 계약서에 적은 고객의 요청 내용을 수행하는 일이다. 프로젝트의 규모에 따라 기간이 다르고, 인력이 다르다. 이때 참여하는 회사는 SI회사 1개인 경우는 극히 드물고 아주 엄청나게 다양한 회사들의 참여가 이루어진다. 속된 말로 '모자를 쓴다'라고 하기도 하는데 하나의 수행사가 다른 작은 업체와의 계약과 관리를 다 진행하고 프로젝트의 책임을 지는 곳이 있다. 큰 프로젝트들은 대기업들이 보통 그 일을 하게 된다. (삼성 SDS, LG CNS, SK C&C, IBM Korea 등.)

 

SI 프로젝트의 수행 단계나 방식은 프로젝트의 내용과 사업의 내용에 따라 상이하다. 그게 제안/프로젝트의 차별점이 되기도 하고, 프로젝트가 망하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회사는 방법론이라는 것이 있어서 단계별로 어떻게 수행하는지가 다 정해져 있는 편이다. 많으면 몇백 명이 일해야 하는 만큼 그런 일하는 방식이 정해진다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2.4 SI 프로젝트가 끝나면 어떻게 되나?

SI 프로젝트가 끝나면 개발의 업무가 끝났다는 뜻이기 때문에 완성된 시스템을 고객에게 전달해주고 가면 된다. 최종적으로 확인했다는 검수 도장을 받으면 끝이다. (돈은 중간중간 챙기게 되어있다.)

 

2.5 '운영'이라는 게 있다!

SI가 끝나면 새로 만들어진 시스템이 생기게 되는데, 어쩌다 보면 고객이 '난 이것까지 챙길 수 있는 여력이 없어요'하며 운영에 대한 요청을 할 수가 있다. 여기서 운영이라고 하는 것은 이 시스템을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돌보는 일을 말한다.(SM이라고도 한다.) '운영'계약을 하는 일은 꾸준한 수입이 들어온다는 점에서 선호하는 회사들도 있고, 회사의 인력을 한 곳에 상주시킨다는 부담감 때문에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일단 중요한 건, 시스템의 운영도 SI회사에서의 업무에서 발생하는 하나의 사이클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SI회사들을 보면 'OO회사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라는 표현을 들을 수가 있다.


SI회사의 일은 B2B 업무다. SI회사 자체의 솔루션도 있긴 하지만, 이들의 주요 수입원(매출)은 SI사업이다. 특정 사업에 대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으로 이루어지기도 하는 이 SI사업은 IT가 있는 한 절대 사라지지 않는 업종이다. 하지만 기술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업종이기도 하다. 정년을 맞이하면 할수록 후배보다 내가 아는 게 적다 라는 느낌에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는 업종이 SI다. (물론 프로젝트의 관리나 협상, 고객 Comm. 노하우는 후배에게 절대 지지 않는다.)

 

컴퓨터 공학 전공에게 SI를 추천하느냐?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지 못하겠다. 성향의 문제도 있고, 회사마다 너무나도 다른 근무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건 회사를 잘 알아보라고 하는 게 최선일 것 같다. 


위에서 설명한 SI회사의 일에 대해서 앞으로 하나씩 자세하게 연재를 해보겠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