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이야기] SI프로젝트에서 PM이 하는 일

SI 프로젝트에는 언제나 존재하는 사람들이 있다. PM이라고 말하는 사람, 그리고 1인, 2인 프로젝트가 아닌 이상 PL이라는 사람이 존재한다. PM과 PL은 뭐하는 사람들일까 그리고 그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오늘은 이 둘 중 PM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0. PM(Project Manager)

PM은 영어 뜻 그대로 '프로젝트의 관리자'다. 이들은 프로젝트의 최고 관리자이기도 하고 모든 의사결정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한 회사의 팀장 이하의 직급에서 보통 만들어지는 PM은 고객사를 대표로 대면하고 협의하는 존재다.

 

PM의 역할을 묻는다면 우선... 프로젝트의 전부 다라고 대답하겠다. PM은 몰라도 되는 것 없이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하는 사람이다. SI 프로젝트에서 개발자의 길을 걷다가 올라온 사람들이 많다. 지난 포스팅에서 SI 개발자에 대해 설명할 때 이들의 커리어가 영원히 개발을 할 수 없다는 게 대부분 PM의 역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PM은 개발자가 하는 일, 해야 하는 일, 하고 있는 일 모든 것에 대해 감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전부 다라는 대답이 다소 난해하다면 조금 더 부연설명을 해보도록 하겠다.

 

1. PM은 우선 고객을 대면하는 회사의 얼굴이 된다.

PM이 못하면 회사가 욕을 먹고, PM이 잘하면 회사가 칭찬을 받는다. PM에게 어떠한 문제가 있다면 프로젝트에 직격탄을 초래하고 회사의 큰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좋은 PM'이 누구냐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마다 다르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슈 과장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어진 리소스로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하겠다. 잘하는 PM은 세상 말이 안 되는 환경에서도 고객과 웃으며 악수하고 나올 수 있고, 무능한 PM은 때때로 프로젝트 중간에 교체되기도 한다.

 

2. PM이 모든 주요한 보고를 하게 된다.

프로젝트의 착수(시작) 보고, 중간보고, 종료보고는 한 프로젝트의 주요 마일스톤이다. 특별한 사유가 아니고는 이 보고가 생략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때 한 사람이 발표하게 되는데, 수행사에서는 그 사람이 PM이다. PM이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일은 없다. 파트별로 전문가가 따로 있다고 하더라도 Q&A에서 대답을 맡길지언정 PM이 발표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PM이 아닌 PL이 보고를 하는 경우가 간혹 있긴 한데 개인적으로 고객에게 어떻게 보일지 두려워서 그렇게 하는 걸 피하는 편이다.

 

그 외에도 매주 고객과 진행하는 주간보고와 같은 정기 보고도 PM이 진행한다. PM만 참석하는 경우도 있고 PM과 PL이 같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개발자-실무자들은 들어가지 않는다.) PM은 그렇기 때문에 모든 파트에서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이에 대한 설명과 조치방법까지 모두 일목요연하게 보고를 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 자료는 PL이 만들고 PL이 알려줄 수도 있다. 하지만 고객에게 설명하는 건 PM의 몫이다. 이유는 고객과의 신뢰를 위해서도 있지만 보통 의사결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의사결정권자가 그 일을 하는 것이 맞다.

 

3. PM은 프로젝트의 문화를 결정하는 사람이다.

지독한 PM 아래에서 일하면 그 프로젝트는 지옥이 된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우리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PM은 모든 프로젝트 인력으로 하여금 야근을 장려한다. 강제로 야근을 하게 하거나, 야근을 하도록 눈치를 준다. 그런 경우 지금 야근하지 않아도 되는 데에도 불구하고 우울하게 자리에 앉아서 일하는 척을 해야 하는 불쌍한 개발자들을 볼 수가 있게 된다. 당연히 마지막에는 체력이 없어서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개발자들을 볼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PM이 워라벨을 사랑하고 효율적 근무와 6시 칼퇴를 좋아하신다면 누구보다도 먼저 퇴근을 해버리는 놀라운 면모를 보이신다. 고객이 뭐라 하든 말든 눈치 같은 거 보지 않은 채, 프로젝트원들에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를 외치며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이럴 때에는 일이 많은 사람은 남아서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눈치 보지 않고 칼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PM은 고객에게 자기 프로젝트 인력이 어떻게 일할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가 있다. 여름에는 휴가를 보낼 것이라고 하든지, 지금과 같이 코로나로 위험한 기간에는 어떻게 대응을 할 건지 등, 고객과 협의하에 방향을 정해서 나아갈 수가 있다. 고객이 나이스 해서 먼저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PM이 본인의 프로젝트원을 위해 좋은 근무환경을 만들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PM이다.

 

4. 계약서와 요구사항이 다 정해져 있어도... 모든 업무량은 PM에게 달려있다.

흔히들 오해하는 것이 있는데 '고객이 갑질을 해서 일이 많다'라는 생각이다. 사실 우리의 일은 계약서와 제안서에서 이미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모든 실제 업무량은 요구사항 정의 단계에서 확정이 된다. 글자/조사 하나의 차이에 따라 널뛰기할 수 있는 업무량을 조절하는 것은 PM의 몫이다. 물론 PM이 요구사항 정의서를 작성하진 않는다. 그리고 요구사항을 협의할 때 PM이 들어가서 직접 하는 일도 매우 적은 편이다. PL이 주로 하는 일인데 PL이 고객의 요구사항을 막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거나, PM이 판단하기에 업무량이 너무 많다 싶으면 그 사안에 대해서 고객과 정리하는 것이 PM의 역할이다. PL이 잘못한걸 PM 탓을 하냐 라고 하면 사실 PL의 책임도 물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PM은 PL이 사고 친 부분도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이다.

 

계약서에 비해 늘어난 업무량, 파악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복잡해진 개발 내용 등 이 모든 것들을 확인하고 고객과 기싸움 눈치싸움을 하며 서로 윈윈하는 방법을 찾는 게 PM의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나의 PM이 사람이 천상 착하고 거절 못하는 사람이라면 이 프로젝트는 망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Yes Man 만큼 최악의 PM은 세상에 없다.

 

5. PM은 실무를 하지 않는다. 관리자다. 이 점을 명심하자.

PM에게 실무를 알고 지원해주기를 기대하는 경우가 더러 발생한다. 하지만 PM은 그 많은 것들을 실무자처럼 챙길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는다. 바쁜 PM은 하루 종일 관리 영역별로 회의를 하고 싸워도 하루가 부족할 정도로 바쁘게 움직이기도 한다. 이슈가 많은 프로젝트라면 PM을 보는 일은 둘째치고 쓰러지지 않을지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PM은 관리자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디테일은 PL이 챙겨야 한다. 실제 업무를 리딩 하는 것은 PL이다. PM은 PL을 통해 상황을 듣고 그들이 이슈라고 하는 점을 해결해주는 것이다. 비용을 처리하고, 계약을 정리하고, 고객을 관리하고... PM은 관리할 일이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다.

 

'개발량이 너무 많은데... PM이 하지..!'라는 생각이나, 'PM은 맨날 자리에 없고 뭐 하는 거야?'라는 생각을 혹시 한다면 그 생각은 오늘부터 접도록 하자. PM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개발하는 것보다 자리에 없이 챙길걸 챙기며 동분서주하는 것이 잘 돌아가는 프로젝트의 모습이다. 오히려 자리에 오래 앉아서 PL들이 만든 자료를 보고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PM을 만난다면 걱정하자. 마지막에 고객이 모든 것을 엎어버릴 수도 있다.

 

6. PM의 역할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PM이 권력도 많고, 나름 팀장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PM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그들의 인건비/연차/경험이 그들을 PM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어떠한 이유에서든 손실을 낸다면 모든 책임은 PM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때에 따라서는 회사에서 징계를 받을 수도 있는데 이 자리를 좋아할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니 PM을 만나면, 불쌍하게 여기고 외롭지 않게 잘 챙겨드리도록 하자.

---

PM이 되기에 적절한 경력이나 연차가 궁금하다면 사실 정해진 답이 없다. PM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을 뿐이고, 그 사람이 PM을 했을 때 너무 힘들지 않도록 주위에 필요한 인력과 지원을 배정해주는 것이 회사에서 해주는 일이다. 한 번 해보면 두 번째는 조금 나아지긴 하지만, 급속도로 늙어버리는 PM들을 보면 너무나도 안쓰러울 때가 많다. 

 

PM을 모두 기피하다 보니 현재 PM을 하는 사람들의 나이는 상당이 많은 편이다.(큰 프로젝트의 경우 아무나 PM을 할 수가 없다.) 젊은 PM이 육성이 되고 있지 않은 것이 이후 SI 프로젝트의 큰 리스크가 될 것인데, 현재 SI회사에서 PM에게는 특별한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에 모두가 기피하는 역할인 실정이다.

 

PM이 누군가의 커리어 목표라고 말하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 실제로 회사에서도 그걸 감히 커리어 패스에 있다고 말하지 못한다. "언젠가 팀장이 되어야지?"라는 말은 해도 "언젠가 PM 해야지?"라는 말은 안 한다는 것이다. 

 

PM은 상당히 외로운 일이다. 큰 프로젝트에 한 명의 PM 아래에 subPM을 두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결국 모든 책임은 PM, 총괄 PM 한 명에게 있다. SI 업계에서 일한다면, PM에게 잘해주도록 하자. 제조회사에서 말하는 Product Manager와는 달라도 한참 다른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