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에 대해서 알려면 우선 중요한 개념이 하나 있다. 'MM' 또는 'M/M'라고 쓰는 단위가 그것인데, SI라는 업계에서는 절대 피해 갈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MM이 무엇인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 맨먼스(MM)란 무엇인가?
맨먼스의 정의는 위와 같다. 더 쉽게 이야기하면 '한 달에 들어가는 인력의 수'라고 보면 된다. 단순히 인력의 수를 나타내기 때문에 이 숫자 자체로는 그 인력에 대해서 알기는 다소 어려운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그걸 위해 등급과 단가가 존재한다. 조금 더 살펴보도록 하자.
1. 1MM는 1개월 동안 1명이 일한다는 뜻이다.
제목 그대로다. 1MM는 1개월 동안 투입되는 인력이 1명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게 '박 과장 1명'을 뜻하진 않는다. 박 과장이 보름을 일하고, 강 과장이 나머지 보름을 일하면 둘이서 0.5MM씩 총 1MM를 일한다는 뜻이다. 결국 고용하는 입장에서는 박 과장이나 강 과장이나 1개월 동안 1명이 일하는 거나 마찬가지라서 총 MM를 묻는다면 1MM가 된다.
예시를 조금 더 들어보도록 하자.
CASE 1 : 1MM를 1명이 일한다
간단하다. 1명이 1MM를 하고, 총 1MM가 투입된다.
CASE 2 : 1MM를 2명이 일한다.
위의 예시처럼 2명이 0.5MM씩 일하는 것이고 총 1MM가 투입되는 것이다. 추가로 설명을 하자면 1과 0.5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 단위 레벨까지 산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1개월 동안 20-22명이 1일씩 일하는 것도 가능하다. 1명당 0.05MM(20일 기준, 1/20)을 일하는 것이다. (그저 문제가 있다면 이런 건 고객이 오케이 안 해줄 것이다 ^^)
2. MM는 SI에서 어떻게 쓰일까?
MM는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공수를 나타낸다. "몇 MM가 들어간 사업이냐?"라는 질문이 허다한데 "60MM"라는 식으로 대답을 하게 되어있다. 이 60MM만으로 모든 걸 알아내긴 힘들지만 기간과 규모를 추축 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보자.
CASE 3 : 60MM짜리 사업이다.
60MM짜리 프로젝트라고 하면 여러 가지 산정이 가능하다. 보편적인 추측만 몇 개 언급해보자면 1) 5명이서 12개월 동안 수행하는 프로젝트(5명 * 12개월, 1명이 12개월 들어가고 동시에 5명이 항상 같이 일한다), 2) 10명이 6개월 동안 수행하는 프로젝트(10명 * 6개월, 1명이 6개월 들어가고 동시에 10명이 항상 같이 일한다) 등의 배분이 있을 수가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수행하는 프로젝트는 0개다. 그 이유는 프로젝트의 단계별로 요구하는 인력과 skillset이 다르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개발자가 1명이 있으면 되고 막바지에는 개발자가 5명은 필요하고, 마지막에는 1명만 있으면 된다'라는 식의 인력 운영계획이 들어가는 것이다. 누구도 놀지 않고 모두가 일을 빡세게 할 수 있는 인력 운영이랄까. (이래서 SI가 독하다고 하지만, 돈 주는 사람 입장에서야 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화가 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CASE 3의 산정방식은 유용하다. 왜냐하면 프로젝트 초기와 말에는 사람을 줄이고 중간에 늘리는 형태로 조정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기간은 동일하게 예상하되, 인력의 비중만 조삼모사하는거다.
3. 그렇다면 비용을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MM는 일하는 노동력의 양만을 나타낼 뿐이다. 어떻게 일하든 간에 일하는 사람의 개월 수. 이 시스템 하나를 만들기 위해 들어가야 하는 노동량이라고나 할까. 그걸 직렬도 할 거냐 병렬로 할 거냐의 차이일 뿐이다. 인력운영의 아트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걸 멋있게 짜겠지만, 보통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 여유 없이 인력계획을 하면 100% 사람 없어서 허덕거리게 된다. (버퍼를 넣는 센스를 꼭 잊지 말자 ^^)
"인건비"라는 걸 산정해서 고객에게 견적서를 전달하려면, 돈의 개념이 산식에 추가가 되어야 한다. 이걸 SI에서는 '단가'라고 한다.
4. 단가는 등급으로 정해진다.
개발자, 컨설턴트, 퍼블리셔 등 뭐든 간에 SI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인력은 '단가'라는 것이 있다. 그게 무엇이냐면 '그 인력이 얼마짜리다'라는 가격표다. (노동시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그렇다고 박 과장 얼마, 김 과장 얼마 이런 식으로 중구난방은 아니다. '등급'이라는 것이 있고 그 등급별 단가로 책정해서 비용을 산정하게 되는 구조다.
등급에 대해서 설명을 해보겠다. SI에서 보편적인 등급은 '초급', '중급', '고급', '특급' 이 네 가지다. 그 외에도 간혹 보이는데 거의 없고 이 네 개에 맞춘다고 보면 된다. 사원은 초급, 대리는 중급, 과장은 고급, 차장은 특급 이렇게 생각하면 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엄밀히는 SI 프로젝트 경험 연차에 좌우되기 때문에 실제 과장이지만 '초급'으로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는 거의 보기가 어려운데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 직원의 실제 인건비 대비 너무 낮은 수익이기 때문에 애초에 그렇게 배정을 안 하는 것이다.
이 등급을 높게 올려서 조금이라도 더 많이 청구하고 싶어 하는 욕심을 내는 회사들이 있는데... 여기에서 경력 허위 기재가 발생하게 된다. 인력 프로필을 같이 제출하게 되어있지만, 실제로 그 사람이 했는지 안 했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고 얼마나 무엇을 했는지 아는 것은 더더욱 어렵기 때문에 그 경력을 일단 적어내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알고 보니 회의록 쓰러 왔다 갔다 한 사람도 있었고, 매주 월요일마다 와서 회의만 하고 사라지는 사람인데 기간은 1년 동안 일한 것처럼 쓰기도 하고, 마지막에 프로젝트 막바지에 잠깐 와서 테스트 도왔다가 그 프로젝트 수행인력으로서 경력에 떡하니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경험을 하나둘씩 쌓아서 등급을 올리면 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놀랍게도 양심이라는 건 없다. (엄밀히는 거짓말은 아니지 않나!?)
5. 이제 인건비를 계산해보자.
MM도 알고 단가도 안다면 이제 인건비를 계산해보자.
CASE 4 : 김 과장은 이 프로젝트에 2MM 투입이 될 것이고, 등급은 '중급'이다. '중급'의 단가는 400만 원이다.
이런 경우 김 과장의 인건비는 2MM * 400만 원 = 800만 원이 된다. (이 예시에서 중급이 400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중급이 얼마인지는 슈 과장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리고 회사마다 너무 천차만별이라 감히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지도 말을 못 하겠다.)
CASE 5 : 박 대리는 이 프로젝트에 2MM 투입이 될 것이고, 등급은 '초급'이다. '초급'의 단가는 300만 원이다.
이런 경우 박 대리의 인건비는 2MM * 300만 원 = 600만 원이 된다. 등급에 따른 단가로 동일하게 2개월 일하지만 인건비의 총액은 200만 원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 우선 등급을 낮출 수 있는 경우라면 더 등급이 낮은 인력을 요청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Java 프로그램 개발을 뭘 굳이 고급인력이 해? 초급이면 되지. 요즘 대학에서도 다 배우잖아" 하면서 예산을 아끼는 것이다. 아니면 반대로 등급을 올리고 인력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DB는 특급 1명이면 되지 뭘 굳이 고급 1명 중급 1명을 써?" 전자의 경우는 고급 1명을 초급 2명으로 교체할 때 쓰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일의 난이도보다 손이 많이 필요한 경우 내리는 의사결정이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전문성이 더 중요해서 특급 인력을 쓰기를 희망하는 경우다. 좋은 점이라면 특급 인력은 꾸준히 일이 있을 거라는 사실이고 나쁜 점이라면 도제 방식으로 일을 배워하는 부분이 많은데 후배 육성이 돈을 받으면서 이루어지긴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대체로 DB 특급 인력을 투입시키는 회사에서 사내의 육성 인력을 무상 또는 적은 MM로 투입하기도 한다. (셋뚜셋뚜~ feat. 조지나)
6. 고객에게 청구할 때 이 인건비가 그대로 전달되나요?
아니다. 이 금액에 여러 가지를 붙이게 되는데, 대표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다.
6.1 마진
인건비라는 건 결국 비용이다. 비용만큼만 고객에게 받는다면 (100원 비용이 들었으니 100원 주세요) SI회사는 남는 게 없게 된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마진율을 산정해서 거기에 마진을 붙인다. 또 예를 들어보자.
CASE 6 : 마진은 5%야!
이 사업의 인건비가 1천만 원이라고 할 때, 5%의 마진을 남기고 싶다면 1,000만 원 * 5% = 50만 원 더 청구하면 된다. 그러면 우리 회사는 이 인건비를 상쇄시키고 50만 원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6.2 리스크 비용도 잡아야지!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인력에 대한 계획이 잘못되거나, 계획대로 프로젝트가 돌아가지 않을 경우 인력이 더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가 있다. 프로젝트가 시간 안에 안 끝나서 1개월을 더 해야 한다고 하면... 그 1개월을 더 일할 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은가
이럴 때 쉽게 생각해서 고객에게 걸어가서 "1개월만큼의 인건비를 주세요"하면 좋겠지만 SI는 불행히도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턴키 방식에 대해서는 다음에 설명하겠다.) 모든 비용을 수행사가 추가로 감당해야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런 리스크에 대한 예산을 잡아두는 것이다.
리스크 비용을 잡는 방법은 회사별로 다를 거라고 예상한다. 인건비에 대한 리스크 비용을 어떻게 잡는지는 슈 과장도 잘 모른다. (제안 PM도 해봤는데... 다 까먹음) 중요한 건 그 버퍼를 잡아둔다는 것이고, 그게 꼭 '인건비 리스크'로 잡진 않고 '손실 예비비'라는 명목과 같이 전체적으로 한 계정으로 잡아둔다. 손실 예비비는 전체 프로젝트 규모의 일정 %를 추가로 잡기도 하는데 너무 많이 잡으면 전체 견적서의 비용이 너무 커져서 고객이 싫어할 수가 있다.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
오늘 설명한 것 중에서 중요한 게 몇 가지 있다. 하나는 이 모든 인건비가 사실은 working day로 잡혀있다는 것이다. "당신은 1개월 계약되어 있어요"라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주말을 제외한 working day에 대한 것이다. 불행한 사실은 공휴일까지 고려해가면서 산정되어 있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일을 안 한다면 돈을 더 받고 노는 거지만, 역으로 이야기하면 그 날에 대해서는 이미 당신에게 비용이 지불되어 있다... 는 것이다. 그것도 평일 단가로... 그리고 SI의 이런 모든 견적에는 추가로 '주말 근무'나 '야근'에 대한 보상체계는 없다. 그러니 평일 9-6에 대한 당신의 권리를 주장해도 할 말이 없다. (그럴 수 있는 날이 오냐고 묻는 다면 잠시 할 말이 없겠지만 확실히 슈 과장이 처음 근무했을 때보다는 좋아지고 있다.)
그리고 또. 인건비는 프로젝트 경비/예산 뭐 이런 모든 돈 문제에서 큰 부분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인건비에 대해서만 감을 잡도록 하자. 중요한 건 MM가 무엇인지 아는 것, 등급/단가가 뭔지 아는 것이다.
SI는 인력의 노동을 제공하는 서비스 사업이다. 안타깝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SI만 그렇다고 억울하게 생각하진 말자. 결국 모든 월급쟁이가 다 그렇게 생활하고 있다. 그저, SI 인력은 그걸 여러 번 마주하게 될 뿐이다.
'슈르의 오피스라이프 > SI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SI이야기][산출물] WBS를 만들어보자(정의, 작성 예시) (8) | 2020.06.17 |
---|---|
[SI이야기] SI 계약 방식, 턴키(Turn key)방식과 맨먼스(Man Month)방식의 장단점 (2) | 2020.06.11 |
[SI이야기] 제안요청서(RFP) 읽는 방법 - 군산시 공공배달앱 CASE (2) (5) | 2020.06.04 |
[SI이야기] 제안요청서(RFP) 읽는 방법 - 군산시 공공배달앱 CASE (1) (0) | 2020.06.02 |
[SI이야기] SI회사는 왜 SI를 하는가?(SI프로젝트의 목표) (0) | 2020.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