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최근에 제안 작업에 참여하느라 오피스라이프 블로그 컨텐츠에 다소 신경을 쓰지 못했다.. :( 그래도 일하면서 블로그에 새로 다뤄보면 좋을 것 같은 내용이 있어서 작성하기로 했다. 

 

오늘은 제안 작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제안이라는 것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해보자면. 어떤 사업을 발주하려면 발주처에서 제안요청서를 공고해야 하고, 그 제안요청서에 맞게 수행사가 제안서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발주처는 제안서를 보고 제안설명회를 듣고 우선 협상대상자를 고르고, 협상이 잘 되면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된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과거 포스팅을 참고하기 바란다.

2020.05.19 - [슈르의 오피스라이프/SI 이야기] - [SI이야기] 제안프로세스(RFI/RFP/제안서)

 

[SI이야기] 제안프로세스(RFI/RFP/제안서)

오늘은 제안 프로세스에 대해서 개략적인 설명을 하려고 한다. 전체 프로세스를 이해해야 SI에서 각각이 하는 일을 이해하기가 쉽다. 전체 프로세스에 대해서 가장 이해하기 쉽게 그려놓은 그림

ebongshurr.tistory.com

 

저 포스팅에 다루지 않았던 것은 '유찰'이라는 것인데, 경쟁 입찰로 진행해야 하는 조건이 회사(발주처)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그 최소 금액 기준이 무엇이든, 어떤 사업이든, 안타깝게도(?) 언제나 '경쟁'이 발생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렵게 써서 이해가 안 될 수 있는데, 쉽게 말하면 '경쟁자가 없는 제안 입찰이 발생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1:1의 경쟁률로 사업을 수주하는 그런 상황 말이다. 이런 경우를 '유찰'이라고 한다.

 

유찰이 되면 그 뒤의 프로세스는 어떻게 될까?

 

대부분의 경우는 유찰이 되었다고 해서 1:1의 경쟁률을 뚫고 유일한 입찰자가 바로 수주하게 되진 않는다. 유일한 입찰자에게 사업을 주면 의심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서 '정말 경쟁자가 없었어?' '왜?' '몰래 알린 거 아냐?' 등의 의문 말이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확실히 경쟁자가 없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제안 입찰 재공고를 낸다.

 

입찰 재공고는 똑같은 RFP를 다시 재공고 하는 것을 말한다. RFP의 내용은 날짜 외에는 무엇하나 바뀌지 않고 공고가 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만약에 변경사항이 발생하면 새로운 사업의 입찰 공고라고 봐야 한다. 그러면 유일한 입찰자가 또 제안하면 첫 번째 유찰을 또 반복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발주처는 RFP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재공고를 한다. 그리고 이 두 번째 공고에도 입찰자가 1개 회사밖에 없다면 이런 경우에는 그 회사가 무혈입성하게 된다. (물론, 발주처에서 그 사업 자체를 드랍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공고했다고 해서 무조건 그 회사와 계약하라는 법은 없다.)


이건 제안에서 유찰이 일어나는 경우와 그 이후에 이루어지는 일들에 대한 설명이다. 이제 이 프로세스로 인해 이루어지는 일들이 뭔지 조금 더 여담? 가십?으로 이야기해보겠다. ^^

 

우선 발주처는 유찰을 매우 싫어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사업 기간이 밀리기 때문이다. 재공고를 하면 최소 2주는 줘야 하기 때문에 전체 사업기간이 2주는 밀린다고 봐야 한다. 연말이 걸려있는 제안이면 (크리스마스 끼고 하는 제안) 내년으로 넘어가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인사이동, 예산 변경 등의 문제로 사업 진행이 아주 복잡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물론 연말에 끝나는 사업을 발주하는 거라면 누군가의 임원 평가에 영향을 주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매우 화난 임원을 볼 수가 있다.

 

그래서 이런 유찰을 막기 위해 발주처에서 먼저 하는 노력이 있다. 그건 미리 시장에 있는 "경쟁사"들을 자기들이 부르는 것이다. 미리 만나서 설명도 하고, 꼬시고, 친한 척도 하고, 사업을 줄 것처럼 웃기도 하는 그런 행동들을 한다. '제안만 하시면 된다'라는 식으로 뉘앙스를 띄워서 (절대 사업을 준다고는 안 함) 제안을 하고 싶어 지게 만드는 것이다. 다른 경쟁사가 가져갈 것이 뻔히 보이는 사업에 제안을 할 회사는 없으니 마치 공평한 싸움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인 경우가 허다한데 ^^). 아니면 반대로 제안을 하라고 말하고 이번에 다른 회사를 줘버리더라도 다음 사업을 기약하려면 이번에 제안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기도 한다. 후환이 두렵다면 질 것이 뻔한 제안이어도 제안을 하게 되어있다. 제일 무서운 것이 괘씸죄니까.

 

발주처만 노력하냐면 그렇지 않다. 수행사도 노력한다. 본인들이 수주할 걸 아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유찰이 되면 2주가 밀리기 때문에 SI회사에서는 인건비가 추가로 발생하는 것이다. ("돈을 못 받는" 제안기간이 2주 연장되는 것이니)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경쟁사가 없다는 사실이 파악이 되면 경쟁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담합은 아니고, 경쟁사에게 부탁을 하는 거라고나 할까? "들러리를 선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이건 질 걸 알면서 제안에 참여하는 회사를 참여시키는 것이다. 당연히 제안서랑 이것저것 다 겨우 이목구비를 갖춘 제안서고 그 제안서를 쓰는 일을 수행사가 돕기도 한다. (옛날에는 종종 했던 일이라고 선배들에게 들었는데 내가 회사 다닌 이후로는 직접 경험해보진 않았다. 이렇게 까지 하는 건 엄청난 공수가 요구된다.)


그럼 위의 이야기처럼 유찰을 막는 경우가 있다면, 의도적으로 유찰을 시키는 경우도 있을까? 당연히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제안기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2주 만에 제안서를 쓰지 못해서 제안기간을 맞추지 못할 것 같은 경우에는 일부러 유찰을 시키기도 한다. 경쟁사가 있다는 사실이 명확하고, 최종적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회사가 1개 미만이라면 무조건 유찰이 되고 사업이 재공고가 날 것이기 때문에 최소 2주를 더 벌기 위해서 선택하는 방법이다. 대체로 제안서 제출일에 제안서를 다 작성해서 제출할 준비를 하고 제출 장소에 가서 경쟁사 제출 여부를 지켜보고 최종적으로 제출 여부를 판단한다. 입찰자가 2개 회사가 되면 유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오고, 1개 회사로 끝나면 유찰이 되기 때문에 제안서를 내지 않고 돌아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입찰자가 복수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0개 회사가 입찰에 응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발주처가 매우 난감해하고 짜증내기도 하는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정에 어쩔 수 없이 택하는 방식이다.


유찰 경험이 있냐 물으면 여러 번 있었다. 제안서를 다 인쇄해놓고 제출하지 않고 유찰시킨 후에 2주 후에 제안서를 다 보완하고 다시 인쇄해서 제출한 적도 있고, 경쟁사가 유찰시켜서 우리도 제출하지 않고 돌아온 적도 있다. (경쟁사가 안 낼 때 유일한 입찰자가 될 이유는 없다. 우리가 제출한 제안서가 경쟁사에 넘어갈 확률이 100%다.)

 

처음부터 유찰을 계획하고 느긋하게 제안서를 쓰는 일은 없다. 퀄리티를 매우 많이 포기하고 일단 제안서를 다 쓸 뿐이다. 그리고 2주를 벌면 그때 다시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식이다.

 

2주가 연장되면 제안서를 쓰는 사람들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부담이 큰 게 현실이다. 그래도 일의 특성상 자주 발생하는 일이니... 제안에 참여하는 회사라면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 참고로, 재공고가 나지 않고 바로 수의계약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 사업에 경쟁사가 없다는 사실이 명확한 경우다. 예를 들면 A회사의 솔루션으로 구축한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경우, 그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회사가 A회사 하나라는 것이 명확하다면 이는 수의계약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이런 경우 역시 제안 입찰 공고가 날 때부터 대체로 파악이 되는 정보다. 유찰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수의계약이 되어버리거나 그러진 않는다. 

 

 

2022.11.14 00:10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