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베개 유목민이었다. 집에 없는 베개가 없을 정도고, 이불장에는 이불의 양 못지않게 베개가 많아서 엄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였다. 하나가 안 맞으면 버리면 되는 거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으나... 하나로 안되어서 돌아가면서 써야 할 정도로 변덕스러운 체질을 갖고 있었다고나 할까... 어떤 건 바로 누우면 맞는데 돌아누우면 안 맞고, 어떤 건 돌아 누우면 좋은데 정면으로 누워서 잘 수가 없고.. 그런 식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베개를 구하기 위해 과감하게 새로운 베개를 구매해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쌓여가는 내돈내산 베개와 실패하는 베개의 개수가 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걸 포기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목이 너무 피곤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이렇게 살아야지 어쩌겠어하는 지경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다가 몸의 피로가 쌓이고 쌓여서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이 피로감이 베개 때문이라는 생각까지 미치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디스크 환자도 보이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의 일하는 자세를 보면서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베개 값이 문제가 아니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적극적으로 탐색을 시작했다.
그렇게 와디즈, 네이버쇼핑, 블로그 후기 등등등... 뒤지다가 '오프엠 경추베개'를 발견했다. 오프엠 경추베개가 다른 베개랑 비교해서 첫눈에 '이거다!' 하는 마음이 들었냐...라고 물으면 그렇진 않았다. 내 목과 머리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많은 후기가 설득이 되진 않았다. 하지만 제품 설명을 보면서 정면과 돌아누웠을 때 모두를 고려했다고 했을 때, 내가 자는 모습을 비추어보면서 그렇지 그렇지 하고 공감을 했다. 그리고 받쳐주는 목 높이를 골라서 살 수 있다는 설명에 '이거면.. 아침에 목이 아프지 않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 높이 관련해서 더 이야기하자면 다른 베개는 목 높이가 한 가지인데, 나는 체형이 쁘띠한 편이라 일반적 목 높이로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실제로 풀리오의 넥풀러(안마기)를 구매했었는데, 다른 사람들의 후기와 달리 나에게는 목의 높이가 너무 높아서 고통 속에서 마사지를 하고 결국 반품을 해야 했었다. (마사지기에서 내려왔을 때 편한 느낌이 마사지기의 효능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다시 오프엠 경추베개 이야기로 돌아오면, 그래도 덜컥 사긴 두려워서 오프라인 체험 매장이 있다길래 휴가 때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평일 밖에 가지 못하는 곳이라 미루고 밀리던 찰나에 강력한 세일이 들어와 버려서... 눈 감고 결제했다.
작은 나를 위해 사이즈는 하이/스탠다드/로우 중에 로우를 구매했다.
오프엠 경추베개 내돈내산 리뷰를 해보겠다. 내돈내산이고, 완전 솔직한 리뷰이고, 구매를 고민하는 분을 위한 의견 리뷰이니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배송은 이렇게 왔다.
여름의 더위를 위해 쿨 소재의 베개 커버까지 추가로 구매했다.
처음 누웠을 때 좋았던 점은 베개의 높이가 낮아서 어깨가 침대 바닥에 닿는다는 사실이었다.(왼쪽)
근데 쿨냉커버를 씌우면서 다소 애매해지기 시작했다.(오른쪽)
뭔가 불편하다는 걸 인지하고 베개 전체적으로 알 수 없는 불편함이 있다는 인지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연구를 했는데, 모든 문제가 저 그레이 기본 베개 커버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저 베개 커버는 베개를 살 때 같이 오는 거였는데, 추가 구매가 가능해서 상품 설명을 찾아보니 단일 사이즈였다. 그래서 베개 커버를 다 벗기고 누워봤더니... 이거 웬걸. 이거였다!
오프엠 경추베개 커버를 벗기면 이렇게 보인다. 저 가운데 깊은 골. 내 머리가 들어갈 공간이 저렇게 많았는데, 베개 커버가 너무 팽팽해서 다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었다.... 베개 커버 때문에 누웠을 때 목은 편하지만 머리가 snug 하게 들어가지 않는 느낌? 그리고 커버가 두툼해서 전체적으로 조금 더 하드 한 느낌이 있었다.
그렇다고 커버를 안 씌울 수는 없고, 커버를 씌우면 이 베개의 매력이 반감이 되고... 그래서 결국 집에 있던 다른 커버를 구해서 씌웠다. (안타깝게도 쿨 소재 커버를 씌워도 너무 팽팽해져서... 쓰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저 커버가 두께가 조금 있어서 안 씌웠을 때 보단 다소 높아지지고 머리도 덜 들어가긴 하지만, 그래도 그레이 커버에 비하면 아주 양호하다. 쓸 수 있고, 이게 이 베개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내가 여태 써온 베개는 불량이다! (그만큼 작은 단점이라는 뜻)
다만, 다소 의문인 건... 제품 후기가 엄청 좋은데, 다른 사람들은 그 커버를 쓰고 로우/스탠다드/하이를 나눠서 어떻게 쓴 걸까.. 하는 작은 의문이 있다. 나 정도의 짱구(뒤통수)가 아닌 거라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뒤짱구가 아니면 큰 불편 없이 쓸 듯..?
그래서 결론은, 정말 만족스러운 내돈내산 베개다.
혹시 이 제품의 구매를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특히 사이즈가 걱정이라면 보수적으로 고민하는 사이즈 중 더 작은 사이즈로 사고, 베개 커버를 조절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샀는데 너무 낮으면 커버를 씌우고, 높으면 커버를 벗기고 하는 식으로 조절해 보는 것이다. 어차피 제품도 사이즈별로 목 받치는 부분이 0.5cm~1cm 정도 차이니 이 정도는 베개 커버로 충분하다고 본다.
그리고 누웠을 때 뒤통수가 베개 양 옆으로 쏙 들어가서 snug 한 느낌이 안 든다면 그건 커버가 너무 팽팽해서 머리가 뜨는 것이니 커버를 벗기고 누워보는 걸 추천한다. 머리가 쏙 들어가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추가로,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4성 호텔에 2일 묵고 왔는데, 용감하게 베개를 안 챙겨 갔다. 그리고 2박을 했는데, 지금 내 목이... 극강의 괴로움을 토로하고 있다. 네이버 후기에 여행 갈 때 베개 챙겨간다는 후기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이제야 이해하고 깊이 공감 + 후회했다.
집에 와서 다시 재회한 내 베개에 하루 누워서 잔다고 딱딱하게 뭉친 어깨가 다시 돌아오진 않았지만 서서히 여독이 풀릴 거라 확신한다. 그래도 베개에 누웠을 때 느꼈던 그 편안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이제 집의 상징.. 이 된 것 같다..
다시 재회해서 반갑다. ㅜㅜ 우리 오래오래 잘 지내보자꾸나. ㅜㅜ
(베개야.. 오래 같이 지내야 하는데... 이름 지어줄까?)
이걸로 오프엠 경추베개 내돈내산 리얼 후기를 마칩니다.
목 아픈 직장인들은 미래의 병원비를 생각해서 얼른 좋은 베개 마련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 혹시 체험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 참고하세요. (무료입니당)
https://booking.naver.com/booking/13/bizes/932420
* 오프엠에서 이 글을 본다면, 베개커버 개선을 부탁드립니다. 머리가 들어갈 공간이 조금 더 공학적(?)으로 설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베개 커버 너무 두껍고 팽팽해요. 개선해서 출시하시면 구매하겠습니다! (100%면 소재면 더 좋습니다!)
2024.09.14 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