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DALL-E로 생성한 이미지>

 

요즘 난다 긴다 하는 인플루엔서나, 전문 투자자와 비교하면 엄청 하수에 속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돈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슈르의 자산관리 라이프'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정말 평범한 월급쟁이가 할 수 있는 자산관리에 대해서 하나씩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해 보겠다. 모든 내용에 대해 공감할 거라 기대하진 않고, 하나라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오늘은 첫 번째 주제로 '월급의 일정 비율을 모으지 말고, 일정 금액의 지출을 해라'를 선정해 봤다. 

 

자산관리 팁을 보면 모두 다 하나같이 %를 이야기하는 걸 보곤 했다. '전체 월급의 80%를 모으고 20%를 지출에 써라'... 뭐 이런 형태의 단순한... 로직. 사회 초년생 때는 내 소비금액의 선을 긋는 데에 도움이 되긴 했는데(그래도 내가 어느 정도 지출하는 게 적정한지 기준을 세울 수가 없었으니...) 나중에 연차가 쌓이고 작지만 월급이 늘어나면서 상당히 어리석은 방식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예를 들어 사회초년생에 내 지출을 월 40만 원으로 잡았다고 치면(월급이 200만 원일 때) 나중에 내 월급이 300만 원이 되면 지출을 월 60만 원으로 늘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거다. 내가 처음에 이랬다. 월급이 오를 때마다 내 지출 예산이 늘어나는 걸 보며 숨통이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렇게 살아보니 내가 매달 저금하는 금액이 160만 원 에서 260만 원 이 되는 게 아니라, 240만 원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왜? 내 월급이 늘어난다고 해서 내 지출이 늘어나야 하는 이유는 없는데...?

 

늘어나야 한다고 변호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결혼하고 애도 있고 차도 있고 대출도 생길 거고 등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건, 월급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지출 조정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지출 조정이다. 별개의 상황, 별개의 가정, 즉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내가 조정한 방안은 이거였다.

 

매달 지출 금액은 동일하게 간다. 그리고 추가 지출이 발생해야 하면 이자소득으로 메꾼다. 

 

이자소득? 갑자기?라고 묻는다면 대답해 주는 게 인지상정(ft. 포켓몬스터). 만약 위의 가정대로 매달 받은 월급에서 160만 원씩 모으기 시작했다면, 어떻게 모으는 게 맞을까? 그렇다. 이자소득이 발생하는 금융 상품에 돈을 맡기는 것이다.

 

난 입사하고 적금이라는 걸 가입하기 시작한 이후(아마 입사 첫 해에 했을 거다) 예금이나 적금 없이 살아 본 적이 없다. 새로 가입할 때마다 최고 금리를 주는 은행/저축은행을 찾아서 가입했고, 적금이 만기 되면 열심히 검색해서 예금에 넣었다. 이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풍차 돌리기를 했네?'라는 전문용어를 썼는데, 그런 건 사실 모르겠고 그냥 무식하게 모았다. 내가 유일하게 감수한 리스크는 저축은행의 불안정성이다. (놀랍게도 적금 가입기간에 저축은행이 거래중지 된 적이 있었다. 바로 다음 영업일에 인수되어서 문제없었지만... 아찔했던 기억.)

 

이 과정이 몇 사이클을 돌게 되면, 이자소득이라는 게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 이자소득이 내 지출이 되어주는 효자 같은 역할을 해준다. 매달 지출을 도와줘야 하니, 매달 적금 만기가 다가오도록 설계하는 방법도 있고(한 달에 적금 12개는.. 월 13만 원... 이 나가는 엄청 복잡한 과정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 적금 대신 매달 예금을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매달 160만 원짜리 예금 신규로 가입!).

 

처음에 갑자기 시작하려면 빠듯하고 허덕거리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적금 넣을 돈이 나가고 현금이 있을지 계산하게 되고, 적금 넣을 돈이 없을까 봐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시기를 겪어야 매달 자기 수입/지출에 대한 흐름을 마스터하게 된다. 그리고 애초에 지출로 설정한 금액 월 40만 원이 이 이자소득 없이도 잘 살기 위한 예산이었을 테니, 이자소득이 없어도 생활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어야 한다.


나는 직장생활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내가 가진 자산을 %로 계산해 본 적이 없다. 월급의 몇 %를 모으냐고 누군가 물어보면 모른다고 답한다. '계산을 안 해봤네요 ^^'라고 답하며 도망간다. (회사 사람들 하곤 돈 이야기하면 안 된다. 말할수록 손해다.)

 

통계를 배운 사람이라면 %라는 게 얼마나 우스운 지표인지를 알 것이다. %는 상대방에게 숫자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해 존재하지, 나의 숫자를 이해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내 자산은 xx원이야'라고 말하지 '내 자산은 100%'야 라고 말하지 않지 않나. 남에게 내 자산을 말하지 않기 위해 %를 이야기해도, 내가 내 자산을 볼 때는 %를 보지 말자. 잘못하면 내가 속는 수가 있다.

 

2024.08.21 00:20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