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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란 무엇인가?'가 궁금한 사람들이 찾아온 블로그라면 안타깝지만 마이데이터의 개념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포스팅이 아니니 그건 다른 곳에서 찾아보길 바란다. 이 포스팅은 '마이데이터는 알겠는데, 왜 다들 난리야?'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그리고 금융소비자(개인)로서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글이다.


0. 마이데이터 사업의 간단한 설명

 

마이데이터 사업은 22년 1월에 정식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21년 8월에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개발자가 부족한 현상으로 인해 엄청나게 많은 금융사 +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대응을 할 여력이 없어 불가피하게(?) 연기가 되었다. (그와 동시에 프로젝트에 박혀있던 개발자들의 계약이 자동 연장되었고, 시장에 개발자는 더더욱 풀리지 않았다는 건 안 비밀)

 

데이터의 주권을 개인에게 준다는 놀라운 발상으로 시작해서 결국 개인에게 권리라는 것은 'A금융사의 데이터를 B에게 전달해주라고 동의해주는 것' 정도다. 내가 내 데이터를 다운 받을 수 있는 건 또 별개라는 이야기. 마이데이터 가이드라인을 보면 내가 내 데이터를 받을 수 있다고 나오지만 그런 기능을 개발해줄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얼마나 될런지는 의문이다. 나중에 시행되는 거 보면 알 수 있겠지...?

 

 

1. 금융사들에게 마이데이터는 어떤 의미인가...

 

그래서 결국 이 제도? 법?이라는 놈은 금융사들로 하여금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되지 않으면 망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위기감을 조성해주었다. 왜냐? 예를 들어 우리은행 고객이 국민은행(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우리은행이 모아둔 내 데이터를 주라고 하면 국민은행은 그 데이터를 낼름 가져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은행(마이데이터 사업자)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꾸준히 이용하면 이 고객은 우리은행에 계좌를 다 두더라도 영원히 우리은행에 접속하지 않아도 되는 놀라운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국민은행으로 옮겨가는 것은 국민은행이 일을 제대로 한다면 발생하고도 남을 일이다. 그러니 우리은행이 뺏기지 않으려면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되어야 하고 국민은행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래서 금융사들이 너도나도 마이데이터사업자가 되겠다고 신청을 했다. 허가를 받은 곳도 있고, 허가를 받기 위해 아직 노력 중인 곳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다들 이 목적 하나를 위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뺏기지 않기 위해서'

 

 

2.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그 데이터로 결국 무엇을 할 것인가

 

이게 골 때리는 상황이다. They have NO idea... 모른다. 전혀. 감도 없다. 그래서 공모전도 하고, 업체도 부르고, 타사가 뭐하는지 알아보기도 하고 난리다. 슈 과장의 회사 같은 곳 불러다가 아이디어 좀 달라고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부탁하거나 사정하자니 자존심 상하니까 '제안해보세요'라고 말한다. 물론 이렇게만 말하면 또 염치가 없으니 '저희보다 전문가시니, 마이데이터 서비스 몇 가지만 제안해주시면 검토해볼게요'라고 말한다.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들이 신문에서 열심히 홍보 중인 서비스들이다. 10개 마이데이터 사업자들 중에서 8개 사업자가 자산관리 서비스를 한다. 왜냐... 우선 마이데이터 사업 가이드라인에서 예시로 제시해준 사업이다. '이런 게 가능해요~ 짜잔~!' 그리고 마이데이터라는 게 '흩어져있는 내 데이터를 한 곳에 모은다'라는 대표적인 슬로건을 걸고 홍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다 모으면 = 종합자산관리'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데이터를 모아서 모두가 자산관리를 기본으로 해주는데, 내(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안 해주면 다른 회사로 고객이 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은 갖춰야지...라는 안타까운 현실이랄까.

 

그래도 그들에게 다행인 점은 있다. 모두가 시작점이 같아서 모두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시장이 선점이 되진 않았다는 사실이다. 시행일에 준비만 되면 고객 동의를 받는 순간 기존에 데이터를 보아서 보여주던 회사(예: 뱅크샐러드)를 따라잡는 건 한 순간에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만큼 뺏기기도 좋다는 게 함정이지만... 그건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결국 일단은 기본을 갖추자는 게 이들의 마음이다. 물론 몇몇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다른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제공해주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이기도 하고, 그 외에 부가서비스에서 부가가치를 제공해주겠다는 마음. 이 모든 것은 서비스가 시행되면 보이게 될 것이다. 그게 고객을 유지하는 데에 얼마나 도움을 줄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3. 그래서, 금융소비자에게 마이데이터란 무엇일까?

 

중요한 건 결국 나, 개인, 금융소비자 아닌가. 나에게 주는 영향은 무엇일까. 우선, 시행일(1월) 전후로 엄청나게 많은 이벤트와 스타벅스 기프티콘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사전 신청하면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드려요~' 이런 슬로건 말이다. 어떤 곳은 마이데이터 서비스라는 단어를 쓰지도 않고 '나의 자산 모아보기'와 같은 마이데이터 서비스 이름으로 홍보할 것이다. 그러면 마치 과거에 '마케팅 동의'를 했듯이 언젠가 철회하면 그만인 서비스를 신청한다고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서비스를 신청할 것이다.

 

'서비스를 이용하지 말라는 거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그 서비스가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일 테니 말이다. 이런 서비스가 가치가 없었다면 뱅크샐러드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오죽하면 뱅크샐러드 다니는 직원을 보면 사람들의 눈빛이 바뀐다고 할까!) 하지만 알아야 하는 것은 내 데이터가 넘어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데이터의 가치는 내가 받을 스타벅스 기프티콘보다 귀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괜히 준다고 내걸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데이터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또 다른 글에서 주구장창 떠들어야 하겠지만, 솔직히 데이터의 가치에 대해서는 별 다른 의견이 없으므로 이런 포스팅을 쓰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과 달리 내 서비스에 대한 주권을 주는 것 같진 않다. 가이드라인이 주고받을 나의 데이터의 범위도 다 정했고, 나는 '동의'하는 주체로서만 역할을 수행하는 형태일 뿐이다. 데이터를 아무리 모아도 무언가 부족할 것이다. 왜냐, 금융사들이 주기 싫은 데이터는 안 주겠다고 지고지순하게 끈질기게 싸워서 쟁취해냈기 때문이다. (내 주권은 어디에 있을까? ^^) 그래서 결국 금융사/핀테크사의 진흙탕 싸움에 우리가 말려들어가는 것일 뿐이다.

 

나에게 묻는다면, 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직접 따로 기록해서 관리할 것이다. (현재도 가계부 앱을 쓰지 않고 엑셀로 일일이 관리한다,)

 

혹여나 스타벅스를 흔들며 유혹한다면 내가 동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동의하길 바란다. 참고로 동의하면 과거 1년 치 데이터인가 가져가는 걸 동의하는 것이고 그 동의는 바로 철회하지 않으면 1년 후에 다시 동의하는 형태로 되어있다. (정보가 틀릴 수 있음) 고로, 동의하자마자 철회하거나 하면 그냥 파편적인 데이터만 남을 것이지만, 그러지 않으면 영원히(?)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나의 데이터를 가져가고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또 다시 강조, 부정확한 정보일 수 있음)

 

아, 그리고 추가로. 금융사들이 이런 서비스를 한다면 보안을 믿지만, 알 수 없는 핀테크사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나타나면 아무리 획기적이어도 의심하도록 하자. 보안이라는 건, 작은 회사가 제대로 갖추기도, 운영하기도 어렵다. (아무리 마이데이터 사업자 대상 심사를 해도!) 제대로 알기도 어렵고, 알아도 하기 싫은 것이 보안이다. 엄청나게 비싸고, '설마'하는 마음이 주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로서 피해를 보기 싫다면,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대해서는 잠시 합류를 늦춰도 되지 않을까 싶다. 누구도, 자기가 뭘 하는지 모르는 서비스는 아직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2021.12.1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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